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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중1 학력평가 채점 오류 정치적 이용"

오류 수정 않고 그대로 인쇄...울산전교조 "학력 향상 정책에 이용"

등록|2008.04.14 16:23 수정|2008.04.14 17:43

▲ 전교조 울산지부 권정오 정책실장이 14일 울산시교육청 프레스센터에서 중학생 성적 오류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박석철

지난 3월 6일 전국에서 일제히 치러진 '중1 학력진단평가' 결과 울산중학생 성적이 채점 오류로 밝혀진 가운데(<오마이뉴스> 4월 8일자 '울산중학생 성적 전국 최하위? 알고보니 채점 오류') 이번 사태가 학력 향상 정책을 위한 정치적 도구로 이용된 정황이 드러났다.

울산교육청이 다른 도시와 달리 오류가 난 수학 문제를 수정하지 않고 인쇄해 시험을 치르도록 했는가 하면, 이로 인해 수학 100점 만점을 울산만 96점 만점으로 해 점수가 낮아졌는 데도 이에 대한 대책이나 해명없이 학력향상 정책만을 부각시켰던 것.

전교조 울산지부(지부장 동훈찬)는 14일 울산시교육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대시민 사기극'이라고 규정하고 울산교육감의 사과와 관련자 징계를 요구했다.

전교조는 이와 함께 이같은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14일부터 울산교육청 정문앞에서 매일 1인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울산전교조가 이번 채점 오류 사태를 정밀 분석한 결과, 지난 6일 치른 수학시험 문제 중 19번 문항이 출제 오류로 밝혀져 교육부가 전국 시도교육청에 이를 다시 수정해 인쇄하라고 했다. 하지만 울산시교육청은 틀린 문제를 수정하지 않고 인쇄해 그대로 시험을 강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가 불거지자 모두 20문항인 수학시험에서 다른 시도는 100점 만점으로 한 데 반해 울산은 96점 만점으로 채점해 결국 타시도 평균점수 81~85점보다 월등히 낮은 79.28로 언론에 보도됐던 것. 뒤이어 '울산중학생 성적이 최하위'란 여론이 들끓었다.

이에 대해 울산시교육청은 "수학문제 수정을 인쇄소에 요청했으나 인쇄소측에서 이를 누락했다"며 "중등교육과 담당자가 바뀌는 과정에서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또 "수학만점은 96점이지만 전체 5개 과목 점수는 500점만점으로 되기에 별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울산교육청은 수학성적이 타시도와 급격히 차이가 나는 데도 이에 대한 원인 분석은 하지 않은 채, 곧바로 이를 학력향상을 위한 정책 발표로 연결했다.

전교조는 "울산 성적이 현저히 떨어지는 데 대한 여론이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학력향상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여론과 언론보도가 상당시간 지속됐다"며 "자녀의 학력향상을 바라는 학부모와 시민요구를 교묘하게 교육감 공약인 학력향상 추진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밝혔다.

울산전교조는 또 "이후 교육청은 학력저하 원인으로 각 학교와 교사에게 책임을 전가했는 데, 일선학교 평가관리시스템보다 못한 무능력함은 학력향상을 위한 개혁 대상이 교육청임이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성적 저하 원인 분석 않고 정책에 이용만

채점 오류에 의한 이번 시험 결과 발표로 울산 학생의 학력저하 여론이 형성되자 울산시교육청은 학력향상 정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심야 수준별 자율학습 실시' '고교 자율학습 지도비 지원' '중학교 방과후학교 확대 실시' '성적우수학교 10개로 확대, 2000만원 포상금 지급' 등이다.

이런 정책들에 대해 울산전교조는 기자회견이나 보도자료를 통해 우려를 표명했지만, 학력저하 여론에 밀려 정책추진이 대세로 굳어졌던 것.

울산전교조는 "중요한 것은 학력 고저가 아니라 허술한 관리시스템을 어떻게 보완하느냐 하는 것"이라며 "평가결과를 무분별하게 공개해 학부모의 불안을 자극하고, 결국은 사교육비 부담을 증가시키는 반교육적 행위는 중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로 가장 상처를 입은 사람은 울산지역 수학교사들이다. '어떻게 가르쳤길래 성적이 월등히 떨어지나' 하는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 마찬가지로 수학 채점 오류로 전체 성적마저 떨어지면서 다른 교과 교사도 자존심을 다치기는 마찬가지.

다행히 채점이 바로 잡아지면서 울산중학생 수학 평균 성적이 평균 3.22점 올라 82.50점이 됐고 5개 과목 평균 점수도  0.64 오른 82.32점으로 밝혀졌지만 한번 생체기난 자존심은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이번 교육부 발표대로라면 울산 중학생 1학년 사회 성적이 83.35로 서울(83) 부산(82) 경남(81.9) 등 타시도보다 성적이 높은 과목들도 있는데, 이런 점은 전혀 부각되지 않았다.

울산전교조 권정오 정책실장은 "7대 도시 중 울산과 광주만이 도농복합도시로 대도시에 비해 성적이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며 "도시 특색을 외면하고 단순 평가 결과로 학력이 낮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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