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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복원하려다 나라 등골 휘겠네

[분석과 전망] 현실과 동떨어진 '한미동맹 복원론'

등록|2008.04.15 16:07 수정|2008.04.25 16:08

▲ 지난 2004년 12월 8일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열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을 위한 제2차 협상.(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측 요구 사항이 봇물 터지 듯 쏟아지고 있다. 공개적으로 나온 것만도 ▲방위비 분담금 인상 및 2사단 이전비용으로의 전용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제(MD) 및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한-미-일 삼각동맹 구축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 ▲주한 미대사관 터 변경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선(先) 비준 등이다.

이에 반해 이명박 정부가 요구할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대선 공약인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재협상은 말을 꺼내기조차 힘든 분위기이다. 오히려 미국 의회 중진 의원들은 2012년도 늦다며 조기 이양을 촉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미국 측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주한미군 병력 감축 중단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수용하는 대신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 및 가족동반 3년 근무 프로그램 등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에 따라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 마치 한미동맹이 무너지기라도 한 것처럼 '복원', '재건'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한미동맹 강화에 나서겠다고 천명해온 이명박 정부의 대미 정책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한미동맹의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는 소홀한 채, 전임 정부와의 차별성을 기하려다가 '부메랑 효과'에 직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마이클 그린 "노무현의 한미동맹 기여도는 노태우·전두환 이상"

잘 알려진 것처럼, 이명박 정부의 '한미동맹 강화론'은 노무현 정부 때 한미관계가 악화, 혹은 붕괴되었다는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그러나 이는 객관적인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노무현 대통령이 여러 차례에 걸쳐 '반미적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다. 또한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한미간의 갈등도 있었다.

그러나 이라크 파병, 남북관계 속도조절,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 수용과 이전비용 부담, 반환기지 환경 치유 비용 부담, 방위비 분담금 인상,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원칙적 수용,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의 요구를 대부분 들어주었다. 또한 한미동맹 갈등의 가장 큰 요인이었던 대북정책을 둘러싼 갈등 역시 부시 행정부가 2007년 들어 대북정책을 전환하면서 크게 줄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노무현 정부의 대미 외교는 논란의 소지가 있었던 '반미적 수사'와 '친미적 정책'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고 할 수 있다.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을 해왔다"는 언행불일치가 대미 정책에서 확연히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2001년 4월부터 2005년 12월까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선임보좌관을 맡아 한미관계를 총괄 지휘했던 마이클 그린의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대단히 크다. 그는 지난 2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국내를 의식한 반미 발언으로 미국을 당혹시켰다. 그러나 한미동맹에 대한 그의 기여는 전두환·노태우 이상이다. 그가 퇴임하는 2008년 2월 현재 한미동맹은 훨씬 강하고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노무현 정부 때 한미관계가 악화되거나 붕괴되었다는 이명박 정부의 주장이 한미관계에 대한 몰이해나 노무현 정부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정치적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 미국은 지금도 우주의 군사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사진은 PAC-2 미사일 발사대와 이륙을 준비하는 A-10기. ⓒ 오마이뉴스 권우성

MD와 PSI 참여할까?

이명박 정부 시대의 한미동맹과 관련해 가장 큰 관심사는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제(MD) 및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정식 참여 여부로 모아지고 있다. MD와 PSI는 부시 행정부가 군사 패권주의를 통한 21세기 세계전략, 특히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을 분쇄한다는 대확산(Counter-proliferation) 전략의 핵심요소이자, 한국에게도 참여를 요구했던 이슈들이다.

그러나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미국의 요구를 전면적으로 수용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다. 이에 따라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 한미동맹이 악화되었다"며, '한미동맹 복원'을 대외정책의 핵심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전임 정부들과 '차별성'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정책은 MD와 PSI에 정식 참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의 반발 여론과 국제적 파장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가 쉽게 정식 참여를 선택하기도 쉽지 않다. MD 참여는 북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 관계까지 훼손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군사적 효율성은 입증되지 않은 반면에 그 비용은 엄청나게 소요된다. PSI 참여는 지역적 파장과 재정적 비용은 MD 만큼 크지 않지만, 북한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해 남북관계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우발적 군사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사안이다.

특히 최근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MD와 PSI 어느 것 하나라도 참여 쪽으로 기운다면, 남북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것이다. 실용을 앞세운 이명박 정부의 선택이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식 밖'의 요구, 방위비 분담금 인상

한미동맹과 관련해 또 하나의 관심사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 및 2사단 이전 비용으로 전용 문제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 2007년 현재 40% 수준에서 조속히 50%는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새로운 한국 정부가 이에 협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해왔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부담 의지를 동맹에 대한 척도로 삼겠다고 말해온 미국은 이명박 정부가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통해 '한미동맹 강화론'을 말이 아닌 실천으로 옮겨달라는 뜻이다.

미국이 이처럼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데에는, 증액된 방위비 분담금을 2사단 이전 비용으로 전용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2004년 용산기지 및 연합토지관리계획(LPP) 개정안에 따르면 용산기지 이전 비용은 한국이, 2사단 이전 비용은 미국이 부담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노무현 정부는 한국측 부담이 5조 5천억원, 미국측 부담이 4조 5천억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의 설명은 다르다. 총 100억달러(약 10조원)로 추정되는 전체 기지 이전 비용 가운데 미국측 부담은 20억 달러 안팎이고, 2사단 이전 비용 가운데 절반 가량은 방위비 분담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한미동맹의 재편 방향과 성격을 볼 때, 이러한 요구는 '상식 밖'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이 무상으로 토지를 제공하고 막대한 방위비 분담금을 부담한 데에는 주한미군의 주둔 목적이 한국 방어에 있다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 방어의 주도적인 역할은 한국에게 넘기고 주한미군은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해 '다른 임무'를 수행하려 한다. 그런데 한국측이 부담하는 방위비 분담금은 대폭 올랐고 이것도 부족해 더 올려달라고 하고 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가 또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일단 이라크 파병은 2007년에 또 다시 연장되어 자이툰 부대는 이라크 북부 아르빌에 2008년까지 주둔하게 된다. 그러나 이라크 상황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미국이 또 다시 파병 연장을 요구해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고, 한미동맹과 원유 확보 등 자원외교를 중시하는 이명박 정부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아프가니스탄 역시 탈레반 세력이 부활하는 등 미국과 나토 주도의 안정화 작전이 한계에 봉착해 있어, 미국이 정상회담을 기회로 한국에게 재파병을 정식 요구해올 가능성도 있다. 이 두 가지 사안 역시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될 뿐 아니라,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부을 수 있는 민감한 문제들이다.

'한미동맹 강화=국익'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이명박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을 "지구상에서 뒤떨어진 이념 갈등의 시대"로 규정하면서 이념보다 국익을 앞세우고 있다. 그리고 이를 '실용주의'로 규정한다. "국익에 위배되면 동맹도 없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은 실용주의의 상징적 표현이기도 하다.

이러한 정책 기조에 따른다면, 국익이 우선적인 고려 사항이 되고 한미간에는 사안별로 협력과 갈등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한미동맹이 이러한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그리고 보수적 전문가들은 '한미동맹 강화=국익'이라는 선험적인 결론을 내리고 한미관계를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미동맹을 국익을 달성하는 하나의 수단이나 그 하위 변수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를 국익과 동일시하게 되면, 국익에 기초한 사안별 판단 능력은 이러한 인식틀에 종속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이명박 정부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전임 정부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려다 보니 현실과 동떨어진 '한미동맹 복원론'을 들고 나왔고, 이는 미국으로 하여금 노무현 정부 때 '완전히' 관철시키지 못한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쏟아내게 한 빌미가 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스스로 파놓은 '동맹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 정상회담의 목표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주요 사안들에 대해서는 한국측의 우려를 정확하고 솔직히 전달하면서 사안에 따라 거부할 것은 거부하고 중장기적으로 검토가 필요한 것은 그렇게 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

초점은 신뢰 회복에 맞춰져야 한다. 노무현 정부 때 한미관계가 불편했던 것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양측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한미관계의 가장 큰 갈등 요인이었던 대북정책을 둘러싼 이견은 부시의 정책 전환으로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다. 노무현 정부 때보다는 훨씬 우호적인 조건과 환경에서 부시 대통령을 만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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