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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기름 천지인데 방제를 중단한다고?"

[현장] 방제 당국, 16일로 안면도 도서 방제작업 종료 예정

등록|2008.04.15 16:55 수정|2008.04.15 16:55
내파수도, 외파수도를 가다

ⓒ 신문웅


안개가 자욱하게 낀 지난 13일 오전 11시경 충남 태안군 안면도 방포항에서 유어선에 몸을 실었다. 태안 기름유출사고가 4개월을 넘기며 태안군이 4월 중에 방제 작업 종료를 준비 중에 있다는 얘기를 들었고, 특히 태안의 대표적인 무인도이며 천연 방파제로 유명한 내·외파수도의 방제작업 종료 논란이 일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에 대한 취재를 위해 마을 대표와 읍사무소 직원, 방제 관련 기관 직원들과 배를 함께 타고 떠났다.

접안조차 힘든 상황

▲ 외파수도에서 방제 작업 중인 주민들의 모습. ⓒ 신문웅


방포에서 출발한 배가 30여분을 달려 자욱하게 안개가 낀 외파수도 인근에 도착했다. 안개속으로 흰 방제복을 입고 작업중인 50여명의 주민들이 보였다. 배를 접안하고 내리기가 위험할 정도였다.

▲ 외파수도 곳곳에는 아직도 기름이 발견되고 있다 ⓒ 신문웅


배에서 내려 섬에 도착을 하니 주민들의 옷은 사고 초기 방제 현장에서처럼 기름이 범벅이 되어 있을 정도로 원유 덩어리들이 보였다.

바위틈에 손길이 못 미치는 곳에는 기름 덩어리가 그대로 있었다. 보이지만 제거가 어려운 상황이였다. 그래서 그나마 남자들이 쇠말뚝을 이용해 이동이 가능한 바위들은 들어내서 밑에 있는 기름도 닦고 바위에 붙은 기름도 제거하고 있었다. 참으로 위험하고 힘든 상황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무인도 특성상 식사 해결을 위해 아예 솥을 걸고 나무로 불을 지펴 식사를 해결하는 방식에서부터 물품 지원이 제대로 안 되고 있었다.

이곳에서 방제 작업을 펼치고 있는 송대홍(안면읍 승언리)씨는 "기자에게 보여줄 곳이 있다"며 "아직도 작업을 해야 할 곳이 천지인데 작업을 종료한다니 말이 되냐"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방제 종료 논란

▲ 와파수도 바위틈에 남아있는 기름덩어리들. ⓒ 신문웅


주민들이 강한 불만을 보이는 것은 방제 당국이 오는 16일로 방제 종료 선언을 하고 안면도에서 떠난다는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동행한 방제기관 관계자는 "당초 태안의 도서에 대한 방제는 지난 8일로 종료가 되었다"며 "하지만 안면도의 내·외파수도는 주민들의 요구로 16일까지 연장해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들도 보험사에서 방제 비용을 받아야 할 처지인데 특히 내·외파수도의 경우는 다른 곳에 비해 시간과 비용이 3배 이상 차이가 나니 곤란한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입장에 대해 동행한 라명화(안면읍 승언리)씨는 "방제 업체가 떠나도 이곳은 반드시 계속적인 방제 작업이 시행되어야 한다"며 "지자체가 나서서라도 반드시 이곳에 대한 방제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방제 업체는 이 두 무인도가 90% 이상 방제가 되어 3일이면 어느 정도 될 것으로 보고 있었고, 작업에 임하고 있는 주민들은 60% 수준으로 읽고 있다는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돈은 언제 주나" 아우성

▲ 유류 폐기물을 배에 싣는 모습. ⓒ 신문웅

외파수도를 떠나 내파수도에 도착하니 길게 늘어선 내파수도의 천연 방파제가 맞이하고 있었다. 겉은 깨끗해 보였지만 멀리 돌을 닦고 있는 주민들이 보였다. 그랬다, 겉은 깨끗했지만 조금만 돌을 헤치자 마치 기름을 일부러 쏟아 놓은 것처럼 기름이 붙은 돌이 보였다. 이 많은 돌을 언제나 닦나 엄두가 안나 보였다.

바위 틈에서 위험스럽게 방제 작업을 하던 한 아주머니는 기자를 보자 "돈은 언제 주는 것여", "그나마 방제 비용도 한푼도 안주니 죽으라는 거여"라고 연거푸 푸념을 늘어 놓았다.

사고 발생 4개월이 지났지만 이들 무인도 방제에 임하고 있는 안면도 주민들의 실제 방제 일수는 절반 수준인 62일 정도라고 한다.

그나마 이처럼 안개가 낀 바다를 지나서 위험을 감수하며 작업에 임하고 육상 방제 작업자들보다 휠씬 적은 방제 일수지만 돈을 구경한지가 언제인지 모른다는 것이 이들 주민들의 아우성이다.

방제업체 "돌을 일일이 닦는 것은 방제가 아니다"

▲ 내파수도 천연 발파제도 기름오염이 심각하다. ⓒ 신문웅


동행한 방제업체 관계자는 현장을 둘러보면서 지역주민들의 어려움과 애착은 알지만 현실적으로 현재의 기름제거 방식은 방제 활동이 아니라고 말했다. 외국 보험사들은 떠다니거나 붙은 기름(원유)은 방제로 보지만, 현재 주민들처럼 일일이 돌을 손으로 딱는 방식은 방제가 아니라 자원봉사로 보고 있다는 말했다.

이러한 견해 차이는 앞으로 방제 작업을 지속해야 한다는 지역주민들과, 방제가 종료되었으니 더 이상 방제 인건비 등 방제 비용의 지출은 어렵다는 보험사 간에 존재하는 현격한 인식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방제업체 관계자는 주민들이 계속 작업을 하려면 현실적인 대안은 지금 정도의 방제 인건비에는 못 미치지만 대통령이 약속한 대로 공공근로 형식으로  방제 작업을 전환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꽃지 해변'이 지닌 상징성

▲ 운반선을 타고 다른 현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 신문웅

이처럼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이들 주민들이 두 섬에 대한 방제에 애착을 갖는 것은 바로 앞에 있는 꽃지 해변의 상징성에 연유하고 있었다.

방제 현장을 돌아오는 배에서 라명화씨는 "만약에 꽃지 해변에 기름띠가 발생하면 안면도는 아예 끝"이라며 "지역 주민들이 내·외파수도를 끝까지 방제하자고 하는 것은 날씨가 좋아지고 큰 비라고 오면 아마도 꽃지 해변으로 섬에 있던 기름이 밀려올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주민들은 섬 방제의 중요성을 인식해 인력도 늘려주고, 자치단체가 안면도를 포함한 태안군 전체 관광의 명운을 좌우하는 긴급한 상황으로 인식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정말로 그랬다. 네 시간여 만에 방포항에 입항을 하려고 돌아오는 순간 꽃지 해변에는 근래에 가장 많은 천여 명의 관광객들이 바다 내음을 맡고 있었다. 방제작업이 임하고 있는 주민들의 말처럼 꽃지 해변이 갖는 상징성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16일 이후 방제 작업이 중단된다면 기상에 따라서는 언제든 꽃지 해변에 기름띠가 몰려올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하루라도 빨리 방제 작업을 해야한다는 주민들의 얘기는 어찌보면 자신들의 방제인건비를 떠나서 안면도를, 태안을 지키려는 마음이 먼저로 보였다.

이제 태안군이 답을 줄 차례로 보였다. 다시 모처럼 태안으로 발길을 옮긴 관관객들의 발길을 계속 이어지게 하려면 무슨 일이 우선인지 진지한 대안을 내놓을 단계다.

▲ 내파수도에도 기름 덩어리들이 곳곳에 발견된다. ⓒ 신문웅


덧붙이는 글 바른지역언론연대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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