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단 5곳, 그래도 학교가 있어 좋았는데...
삼육재활학교, 경기도 광주 이전 가시화... 학생·학부모 "대안 마련하라"
▲ 뇌병변 1급을 앓고 있는 재영(13)이는 학교 다니는 것이 "너무 재미있다"고 말한다. ⓒ 교육희망 안옥수
뇌병변 1급을 앓고 있는 재영(13)이는 아침마다 들뜬다. 학교를 가기 때문이다. 지금 살고 있는 서울 서초구에서 재영이가 다니는 삼육재활학교가 있는 동작구까지 왔다갔다 2시간가량 걸리지만 상관없다. 친구들도 만나고 공부도 할 수 있다.
이진희씨는 "아침에 함께 준비하면 재영이 눈이 반짝반짝 빛나요, 힘들지만 학교에 다닌다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느껴져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까지만 재영이의 눈이 반짝반짝거릴까 봐 마음이 아프다. 내년에 학교가 경기도 광주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지체부자유장애특수학교, 서울에 단 5곳뿐
현재 중증지체장애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특수학교인 삼육재활학교를 부속교육기관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사회복지법인 삼육법인은 서울본교를 경기도 광주 분교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아무개 학교장은 "내년이 될지 어떨지는 최종 확정된 것이 없지만 1993년 경기도 광주로 대부분 이전하면서 남아있던 서울학교도 이전하는 것을 추진해 왔다"고 밝혔다. 지난 2일에는 학부모들과의 간담회에서 이전동의서를 작성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삼육재활학교의 유치부 1학급, 초등부 6년 1학급씩 모두 6학급, 순회교육 3학급 등 총 10학급 모두 39명이 당장 내년부터 학교에 다니지 못한 상황에 처했다.
엄해경 삼육재활학교 서울부모회 회장은 "학교가 부득이하게 이전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해가 안 되고 화가 나는 건 학교가 이사한다고 아이들이 더 이상 다닐 학교가 없다는 사실"이라며 "아무런 대책 없이 학교가 없어지는 건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의 지체부자유장애특수학교는 5곳 뿐이다. 한강 북쪽에 3곳, 남쪽에 2곳가 있다. 20곳인 정신장애특수학교와 4배나 차이가 난다. 삼육재활학교가 이전하면 4곳만 남게 된다.
삼육재활학교만 봐도 서초구·관악구·강서구 등 8개구에서 거주하는 학생들이 다닌다. 바꿔 말하면 8개나 되는 구 권역에 지체부자유장애특수학교가 단 한 개도 없다는 얘기다. 학부모들은 강북 쪽에 있는 연세재활학교와 한국우진학교에 전학을 알아봤지만 정원이 다 찼다는 이유로 거부 당했다.
예산지원하는 서울시교육청, 이전계획 몰랐다
▲ 삼육재활학교가 서울 본교를 경기도로 이전하려 하자 2시간 이상 걸려 학교를 다니고 있는 39명의 중증지체장애학생들이 이를 반대하며 서울시교육청에 재활학교를 설립해달라고 진정서를 제출했다. ⓒ 교육희망 안옥수
장애인등에대한특수교육법을 보면 제6조1항에 '국가및지방자치단체는 특수교육대상자의 취학의 편의를 고려해 특수교육기관을 지역별 및 장애 영역별로 균형 있게 설치, 운영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삼육재활학교의 이전을 미리 알지 못해 준비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학교운영지원과 담당자는 "학교에서 지난해 12월 이전 계획서를 내면서 처음 알았다"면서 "학부모들과 얘기해 노력하겠다"고만 말했다.
학부모들은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엄해경 회장은 "학교예산 대부분은 시교육청에서 지원하고 있는데 어떻게 상황을 모르냐"면서 "몇 년 전부터 이전 얘기가 있었는데 모르다니…"라고 말했다.
실제로 삼육재활학교는 이전에 대비해 학교 규모를 조금씩 줄여가고 있다. 법인 측이 유아스포츠단도 함께 운영하고 있는터라, 재활학교 강당을 유아스포츠단이 쓰고 있으며 학교 급식조리실도 같이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는 교실 3개동을 비워달라는 요구하기도 했다.
수업을 마친 재영이가 왼쪽 엄지손가락으로 전동차를 움직이며 나왔다. 그리고 "너무 재밌다"며 환하게 웃었다. 어머니 이진희씨는 "학교가 하루 아침에 없어진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저렇게 좋아하는데…"라며 말을 줄였다. 학부모들은 학교 설립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엄해경 회장은 "중증지체장애학생들의 교육을 생각한다면 시교육청이 부지를 마련해 같은 지역에 반드시 학교를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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