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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간 종교 갈등, 해결책은 없나?

강제로 3일 동안 개종교육 받은 부인

등록|2008.04.17 09:48 수정|2008.04.17 09:48
부인의 종교를 탐탁지 않아 하던 남편이 개종을 전문으로 한다는 목사와 신도들에게 끌고 가 3일간 강제로 교육을 받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8일 주부 손모(31·의정부 민락동)씨는 "얘기나 하자"며 불러낸 남편 차에 오른 뒤 행선지를 알 수 없는 곳으로 끌려갔다. 이상한 생각이 든 손씨는 어디로 가냐, 내려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남편은 10분만 가면 된다고 하고는 안산 ㅅ교회로 데려갔다. 그곳엔 약속이 되어 있었던 듯 친정 부모님이 기다리고 있었고, 도망치는 딸을 잡아오는 부모님을 남편은 물끄러미 쳐다보고만 있었다.

▲ 강제로 종교개종 교육을 받은 충격으로 입원 치료중인 피해자 손모(31)씨 ⓒ 이은희


잠시 후 ㅅ교회 신도 6~7명이 우르르 나와 "한번 들어가 보라, 부모님이 이렇게까지 하는데 들어가서 들어나 보라"며 회유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이 광경을 쳐다보는 남편을 원망스럽게 바라보던 손씨는 교회로 끌려가 강제로 개종교육을 받아야 했다.

손씨는 "ㅅ교회 신도들에 둘러싸여 강제로 ㅈ 목사와 신도들의 강의를 감금된 상황에서 들어야 했다"며 "개종의 뜻을 보이지 않자 광분한 신도들이 억지로 강의를 더 들어야 한다고 가족을 충동해 무조건 뛰어 도망쳐 나왔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ㅈ 목사는 이미 2001년 자신이 시무하고 있는 안산 ㅅ교회에서 H교회의 여성도 3명을 강제로 개종교육을 시키다 실패하자 가족이 정신병원에 감금하도록 도와, 폭처법 위반(개종강요죄와 감금방조죄)으로 2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받고 현재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어떤 이유로도 폭력적인 해결책은 도움 안 돼

손씨는 "남편·시댁과 함께 다니던 교회를 바꾸면서 남편은 아들 유치원비를 주지 않거나 이혼을 운운하며 각방을 쓰는 등 괴롭혔다. 개종을 시켜준다는 목사에게 끌고 가 강제로 개종을 시키려고 한 것은 나를 무시한 처사로 치욕적이고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괴로워했다. 한편 남편 정모(34)씨는 "바쁘다"며 어떤 의사도 표명하지 않았다.

손씨는 현재 정신적 충격과 극도의 불안감으로 인권단체 '정신병원피해자인권찾기모임(아래 정피모)'과 의정부 '여성·학교폭력피해자 원스톱 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권성희 의정부 '원스톱' 상담사는 "생활비를 잘 주지 않거나 아이 교육을 등한시하고 아내가 차린 밥상을 거부하는 등의 행동도 가정폭력에 해당한다"며 "종교적인 이유만으로도 폭력이 더 심하게 일어날 수 있다. 종교적 폭력도 폭력의 범주에 들어간다. 그런 이유로 가정생활을 못해서 나오시는 분들도 쉼터 입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인숙(61) 진해 가정폭력상담소 소장은 "원하는 교파로 오지 않는다고 해서 언어·신체·정신적 폭력을 사용하는 것은 안 된다. 가부장제도와 사회적 문화와 여러 가지 여건에서 여성들이 잘못된 사회적 폭력을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또 "어떤 경우와 이유에서든 폭력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학대와 위협으로는 더더욱 안 되는 게 종교 문제다. 인정해 주면서 인격적으로 대해주고 이해와 사랑과 포용으로 배려하면서 인내로 해결해야 한다"고 해결 방안을 내놓았다. 

종교문제, 성숙한 자세와 충분한 대화 중요

결혼 정보회사 '듀오'가 미혼남녀 428명(남성 131명·여성 297명)을 대상으로 '연인간의 종교 갈등'에 대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혼남녀의 40.9%가 연인간의 종교 갈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56.6%는 종교 갈등으로 헤어졌고, '잦은 다툼이 있었다'는 응답과 '헤어질 위기까지 갔다'는 응답은 각각 20.0%와 5.7%를 차지했다. 반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응답은 16.0%에 그쳤다.

또 종교 갈등의 주체가 누구였냐는 질문에는 전체의 60.6%가 '본인-애인'이 가장 많았고, '본인-애인의 부모'가 17.7%, '본인의 부모-애인' 10.9%, '본인의 부모-애인의 부모' 9.1%로 나타났다. 부모와 관련된 종교 갈등도 전체의 37.7%에 달해 종교 문제는 당사자간의 문제뿐 아니라 한 가정의 문제임이 드러난 것.

이웅진(44) 한국결혼문화연구소 소장은 "결혼 전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벌·직업·외모는 결혼 후 아주 평범한 가치가 되고, 막상 결혼을 하여 생활할 때는 가치관·성격·가족관계·종교 등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결혼 후 종교적 갈등이 발생하면 최소한 상대의 종교를 인정하고 이해해야 한다. 상대편을 배려하고 도와줘야 하는데 여기서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부부간의 사랑과 가족의 대화가 부족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서로 존중하고 사랑과 신뢰가 있다면 가족이라는 테두리가 깨지지 않을 것이고 문제없이 이겨나갈 수 있는 문제이다"라며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화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가족 종교문제에 개입하는 목회자 각성 필요

손씨의 신변보호요청을 받은 정백향(40) 정피모 대표는 "부부간의 종교 갈등이 문제가 되어 가족에 의해 기도원이나 정신병원, 정신요양소 등에 강제입원 된 피해자를 도와달라는 상담의뢰가 가끔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유사한 경우 피해자가 신뢰할 수 있는 지인이나 인권단체에 미리 신변보호요청을 하고 필요한 도움을 받는 것이 인권침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의 한가지라고 설명했다.

정씨는 "서로의 종교적 신념을 문제 삼으면 당사자 모두 고통을 받게 된다. 종교는 마음이라, 자신이 원하는 종교로 상대편을 바꿀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바꾸려는 생각만으로도 폭력이 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종교로 바꾸려 한다면 어떤 형태이던 폭력이 들어가게 마련이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부부의 종교문제에 목사가 개입하면서 사회문제로 커진 사건이다. 목사이자 상담자로서 해서는 안 될 비도덕적인 활동을 이제 그만 중지해야 한다"라며 "손씨와 남편 정모씨는 종교적 차이 외에는 서로에 대한 애정이 있어 서로의 종교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사랑으로 인내한다면 갈등을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개종을 시켜준다는 목사에게 부부간의 종교 갈등을 의뢰하면 오히려 심각한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자칫 이혼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이런 극단적인 방법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부부가 서로에 대해 애정이 있는 한 종교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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