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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불공정거래위원회'로 명패 바꿔라"

언론단체, 신문고시 재검토 규탄... "마음 같아선 점거 농성이라도"

등록|2008.04.16 22:42 수정|2008.04.17 14:37

▲ 신문고시 개정을 반대하는 기자회견 현장 모습 ⓒ 송주민


"마음 같아서는 당장 공정거래위원장 사무실로 뛰어 들어가 점거 농성이라도 벌이고 싶다."

공정거래위원장의 '신문고시 재검토' 방침을 두고 언론노조 김순기 수석부위원장은 성난 어투로 이같이 말했다. "퇴진 요청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공격적인 발언도 나왔다.

김 부위원장뿐만이 아니었다. 16일 오후 2시, 공정거래위원회 앞에서 '신문고시 재검토' 규탄 기자회견에 나선 언론·시민단체 회원들은 하나같이 격한 어조였다.

이들은 "신문시장은 이미 공정하고 자유로운 시장경쟁에서 일탈한지 오래됐는데 신문고시를 재검토 내지 완화하겠다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느냐"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거래위원회'로 명패를 바꿔 다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성토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 김동조 신문판매연대 위원장 등 30여명의 언론·시민단체 회원들이 참석했다. 지역신문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노조 지부장들도 동참해 현장의 열악한 상황을 전달했다.

신문시장은 돈놀이 장으로 변질... "공정위원장, 제정신인가"

이날 모인 사람들은 당장이라도 바로 앞에 있는 공정거래위원회 건물로 뛰어들 것 같은 태세였다. 그만큼 공정거래위원장의 '신문고시 재검토' 관련 발언들이 이들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

언론개혁시민연대 김영호 대표는 "신문시장은 완전히 붕괴된 상태며 족벌신문 3개에서 싹쓸이 수준으로 독점하고 있다"며 "수구족벌언론들이 신문시장을 돈 놓고 돈 먹는 노름판으로 만들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김 대표는 "독자 확보를 위해 경품 뿐 아니라 '현금박치기'도 서슴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상황이 이러함에도 공정위가 업무를 방조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신문고시 재검토 운운하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도 "(공정거래위원장은) 정신 나간 사람 아니냐"면서 "'조중동'의 엄청난 반칙이 횡행하고 있고, 그 때문에 작고 건강한 신문들은 다 박살나고 있는 상황인데 도대체 이런 망발이 어딨냐"며 언성을 높였다.

최 위원장은 "공정위가 '불공정거래위원회'로 전락할 상황인데 이 자리는 우리가 아니라 밥그릇 날아가게 생긴 공정위 직원들이 서있어야 할 자리"라며 "명맥만 남은 신문고시마저 건드리면 공정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공정위의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현장에서 신문고시가 처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신문고시가 강화된 지난 2003년에도 1년 내에 신문을 새로 구독한 독자 1000명중 무려 41.6%가 경품을 제공받았고, 69.4%는 구독료를 면제받았다. 불·탈법 경품 및 무가지는 공정위가 그나마 의지를 보였던 2006년도에 9.9%, 41.4%로 잠시 줄어들었을 뿐, 2007년의 경우 34.7%, 62.4%로 또다시 급증했다.

신문값 다 받아도 경영하기 힘든데 경품까지... "작은 신문사 문 닫으란 소리"

▲ 공정위에서 보낸 '불공정거래 판촉 신고 회신장'을 펼쳐들며 공정위의 이중적 모습을 규탄하는 이학수 위원장 ⓒ 송주민


이날 기자회견에는 불법·반칙경쟁으로 인해 직접적인 고통을 받고 있는 신문사 직원들도 여럿 참석해 불만을 토로했다.

언론노조 지역신문위원회 이학수 위원장은 지난해 공정위에서 보내온 '불공정거래 판촉 신고 회신장'을 꺼내들며 "여기 보면 공정위에서도 (신문시장에서) 불공정 거래가 만연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며 공정위의 이중적인 모습을 꼬집었다.

이 위원장은 "불법·반칙경쟁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도 신문고시를 완화하겠다는 작태는 도대체 뭐냐"면서 "끊임없는 불법·판촉행위로 지역신문들은 다 죽어 가는데 공정위장은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헤럴드미디어> 이명수 지부장(언론노조)은 "친구들에게 신문 보라고 권유하면 '너네는 뭐 주냐'는 얘기부터 한다"며 "월 1만5천원하는 신문값 다 받아도 신문사 경영을 하기 힘든 실정인데 여기다 경품·돈 다 퍼주면 작은 신문사는 다 문 닫으란 소리"라고 혀를 내둘렀다.

신문판매연대 김동조 위원장도 "지난 2005년 12월, 과다한 불법·판촉경쟁으로 동아일보 갈현지국장이 자살한 사건을 꼭 기억해야 한다"며 "반칙경쟁 때문에 지역의 지국장들이 어떻게 고통 받고 있는지 다큐 영화를 만들어 알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각 신문사 서명 모아 공정위에 제출 예정

▲ 기자회견 중 신문고시 개정을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민언련 회원 ⓒ 송주민


언론시민단체는 향후 '신문고시 재검토 철회'를 위해 강력한 행동에 들어간다. 각 신문사를 돌며 서명운동을 벌일 예정이며 토론회도 준비하고 있다.

언론노조 김순기 수석부위원장은 "신문고시 강화가 대다수 의견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각 신문사 사장과 종사자들을 만나 서명 등을 통해 뜻을 모을 것"이라며 "조중동을 제외한 대부분의 신문이 동참하리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부위원장은 "모아진 의견을 공정위뿐만 아니라 정부, 국회에도 전달할 예정"이라며 "만약 (신문고시 재검토) 추진한다면 점거집회, 파업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저지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28일에는 공정위와의 토론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공정위와 주요 신문사들의 미적지근한 태도로 성사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유진 사무처장은 "공정위 측에 토론을 제안했더니 패널 선정을 공정하게 하자며 조중동 등 주요 신문사측 사람을 섭외할 것을 요구했다"며 "하지만 조중동은 토론 참여에 소극적이어서 성사될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이어 "왜 주요 신문들이 토론에 안 나오려 하는지 여기 온 기자 분들이 꼭 좀 취재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주요 신문사에서 안 나오더라도 공정위는 꼭 나와서 토론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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