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만성B형간염 환자의 작은 해방

간염환자여서 가슴 아픈 일도 있었다

등록|2008.04.17 09:43 수정|2008.04.17 09:43
“고숙, 저 항체가 생겼대요. 고숙, 정말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래. 야, 기쁜 소식이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

처남 딸의 전화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처럼 감격한 목소리다.

이번에는 처남댁이다.

“어떻게 은혜를 갚아야 할까요. 시누이가 더 생각납니다.”

울먹이는 목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온다.

조카는 올해 27세로 B형간염 만성보균자다. 결혼 정년기에 들면서 처남댁과 조카는 마음고생이 많았다. B형간염 만성보균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결혼을 할 수도 없는데다 몇 년 전에는 혼처가 의사인데도 간염환자여서 거절할 수밖에 없었던 가슴 아픈 일도 있었다.

조카의 경우 ‘증식기’ 환자로 간경화를 거치지 않고 간암으로 전변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킬 수 있었다. 물론  B형간염 항체가 있는 사람은 상관이 없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는 비경구로 감염될 수 있다. 1개월간 B형간염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약을 복용하던 중 부작용이 있어 복용을 포기한 채 걱정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나는 아내를 치료하면서 ‘벌침 치료법’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간염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도 그때 알게 되었다. 아내는 현대의학이 포기한 상황에서 4개월을 치료 받았지만 결국 지난해 말 운명을 달리했다.

벌침 치료 부위15 곳에 벌침을 놓았다. ⓒ 이경모


“당신, 박 선생님과 상의해서 꼭 조카 병을 고쳐 주어야 해요”라는 생전 아내의 간곡한 부탁과 아내를 치유하지 못한 내 자신의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조카에게 옮겨갔다. 꼭 벌침으로 치유해 주고 싶었다. 박 선생님의 수제자인 친구가 간(肝) 혈(穴)을 잡아 주었고 3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70여 회 벌침을 놓았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벌침 치료를 할 때면 아내의 잔영이 가까이에 있는 것 같아 아내생각이 더  났다. 그래서 치료에 대한 정성과 기대도 그만큼 컸다. 시린 가슴을 감싸며 찬바람이 몸속 깊은 곳까지 파고드는 날에도 치료를 계속 했다. 고숙을 믿고 따라 준 조카가 고마웠다.

드디어 검사일. 검사일 첫날 간 기능 검사에서는 정상 수치가 나왔고, 1주일 뒤 검사 결과는 HBe Ag가 Positive에서 Negative로 HBe Ab가 Negative가 Positive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B형간염에 e항체가 생긴 것이다.

계속 관심을 갖고 이대로 유지된다면 결혼 생활에 지장이 없을 뿐만 아니라 B형간염 보균자로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담당의사마저도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믿기 어려운 좋은 결과라고 말할 정도로 정말 반가운 일이었다.

나는 요즘 아내가 떠난 뒤 가장 불쌍하고 짠한 사람은 ‘젊은 나이에 요절하는 것이고 그다음은 아픈 사람이다’는 것을 실감나게 느낀다. 목련 개나리 벚꽃 진달래 배꽃 복숭아꽃까지 봄의 무대에서 맘껏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자연의 공연을 함께하지 못한 사람들이어서다.

‘이대로 신임 의경을 4월 19일 면회할 수 있습니다.’

아들이 배치 받은 경찰서 행정반에서 보낸 문자다. 지난달 3월 6일 논산훈련소에서 헤어진 지 44일 만에 만나게 된다.

4월에 들려오는 반가운 소식들이다. 살다보니 이것이 사람 사는 얘기인가보다.
덧붙이는 글 대체의학으로 관심을 갖고 많은 분들이 벌침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 기사는 대체의학으로 B형간염을 치료할 수있다는 것을 간접적인 메시지로 전달하고 싶고, 간염환자의 고통과 아픔을 적은 글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