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두 번의 잔치를 발판 삼아
회갑기념 신앙문집 3권을 하느님께 바치고
▲ 태안성당의 현수막대성당 출입구 바로 위에 색다른 현수막이 걸렸다. 신자 개인의 회갑기념 저서이지만 하느님께 봉헌되는 ‘신앙문집’이기에 본당의 공적인 행사가 되었다. 성당 건물에 이런 현수막이 걸린 것은 본당 50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 지요하
지난 13일(부활 제4주일) 내 60평생을 기념하는 행사들을 가졌다. 내 회갑을 기념하여 세 권의 신앙문집(신앙시집, 신앙산문집, 신앙소설집)을 출간하고, 그 책들을 하느님께 바치는 '봉헌미사'를 지내고, 또 '출판기념회' 행사를 가진 것이다.
문인이 스스로 회갑을 기념하여 문집을 만드는 것이야 흔한 일이지만 세 가지 장르의 책을 한꺼번에 낸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닐 법하다. 어쩌면 내가 최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그것도 일반 문집이 아닌 신앙문집이니 좀 더 희소성이 클 것 같다.
작가 명색으로 30년 가까이 살아왔지만, 환갑 시절에 이르러 첫 창작집(중·단편집)을 갖게 되었다. 거기다가 첫 시집과 산문집도 동시에 갖게 되었다. 이것은 작가로서의 내 무능을 반증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회갑에 첫 문집들을 갖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더욱이 회갑기념 첫 문집들을 '신앙문집'으로 갖게 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내 회갑기념 신앙문집들에는 우리 지역(충남 태안)의 심각한 재난 상황이 결부되어 있다. 지역의 재난 상황과 맞물리는 태안성당의 어려운 사정이 내 신앙문집 발간을 촉진시켰다. 전체 신자 2500명 중에서 직간접 피해자가 500여 명에 이르고, 지역의 재난 상황이 교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신앙공동체를 조금이라도 돕고자 하는 의지가 그 일을 가능케 했다. 나는 그것을 하느님께서 내게 베푸신 '영감'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 회갑기념 신앙문집 3권의 모습신앙시집 <때로는 내가 하느님 같다>, 신앙산문집 <사람은 쇡여두 하느님은 뭇 쇡이는 겨>, <한국인 사제, 첫 우주미사를 지내다> ⓒ 지요하
참으로 분주한 가운데에서 책 만드는 일을 했다. 거의 매일같이 낮에는 해변 방제작업장에서 생활하고, 바다에서 돌아오면 본당 총회장으로서 살피고 챙겨야 할 여러 가지 일들에 신경을 쓰고, 피곤한 몸으로 집에 오면 밤잠을 줄이면서 작업을 해야 했다. 정말로 고달픈 나날이었다.
그 고달픔과 글쟁이의 '고뇌'를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짐작조차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테니, 그 속에는 '고군분투' 같은 힘겨움도 있었다. 하지만 고군분투나 악전고투 같은 것은 하느님께 의지하는 신앙의 힘을 더욱 촉발시키고, 그 신앙의 힘으로 돌파가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아무튼 지역의 재난 상황과 맞물리는 분주함과 고달픔 속에서 나는 이런저런 작업을 진행했고, 마침내 내 회갑기념 신앙문집 3권이 출간되었다. 그리고 책들을 하느님께 바치고 기념하는 행사를 가졌다.
본당에서는 대성당 출입구 위에 '봉헌미사 및 출판기념회'를 알리는 현수막을 걸어주었고, 중년 여성신자 단체인 '성모회'는 두 번의 잔치 준비에 최선을 다해주었다. 특히 사목협의회의 상임위원들과 '기름제거자원봉사자지원본부' 봉사자들이 신경을 많이 써주었다.
그리고 본당 전례분과위원회의 독서 봉사자들은 정성껏 기도문을 만들고, 13일 주일의 아침미사와 오전 10시 30분 교중미사(봉헌미사), 또 저녁미사에서도 '보편지향기도' 시간에 네 번째 기도로 그 특별기도를 바쳐 주었다. 그 기도문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 책 봉헌태안성당은 13일(부활 제4주일)의 오전 10시 30분 교중미사를 ‘봉헌미사’를 겸한 미사로 지냈다. '성찬의 전례'가 시작되는 ‘봉헌예절’ 시간에 우리 부부가 내 신앙문집 3권을 쟁반에 담아들고 제대 앞으로 나아가 사제께 드리는 예식이 있었다. 사제께서는 3권의 책을 제대 위에 올려놓고 미사를 지내며 하느님의 축복을 기원했다. 그런데 사진이 잘못 찍혀 아쉽다. 카메라가 흔들린 것 같은데, 내 고교생 아들녀석의 솜씨가 미숙한 탓이다. ⓒ 지요하
"저희에게 지혜를 베푸시고 뜻 있는 일을 하도록 이끄시는 주님. 저희 태안성당의 사목회장인 지요하 막시모 형제가 회갑을 맞아 세 권의 신앙문집을 출간하여 오늘 봉헌미사를 지낼 수 있도록 허락해주시고 이끌어주심에 감사합니다. 기름재난과 빚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희 태안성당 신앙공동체를 돕기 위한 일이오니, 그 선한 의지와 계획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도와 주시옵고, 하느님 신앙과 가톨릭 정신을 진솔하고 아기자기하게 담고 있는 세 권의 책이 저희 신자들의 신앙과 영성에도 좋은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돌보아 주소서."
태안성당은 13일 오전의 교중미사를 '봉헌미사'를 겸한 미사로 지냈다. 우리 부부는 '성찬의 전례'가 시작되는 '봉헌예절' 시간에 내 신앙문집 3권을 쟁반에 담아들고 제단으로 나아가는 영광을 누렸다. 제대 앞으로 내려오신 사제께 책을 드렸고, 사제께서는 책들을 받아 제대 위에 올려놓고 미사를 지내셨다.
제대 앞에서 사제께 책을 드리는 순간 "환갑 나이에 이런 영광을 안다니! 내 평생에 이런 영광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그 무한한 감회가 일순 나를 황홀하게 했다.
▲ 점심 잔치봉헌미사 후 교육관 지하식당에서 모든 신자들께 점심을 대접하는 잔치를 했다. 식사 전에 잠시 인사를 하면서 “오늘은 제 아내도 주인공이니, 음식 접대 봉사에서 잠시 빠지는 것을 이해해 달라”는 말을 했다. 그 말에 아내는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 지요하
본당 성가대는 '본당 행사'임을 알리고 잔치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한 뜻으로 교중미사의 마침 성가로 '태안천주교회의 노래'를 불렀다. 지난 2004년 '본당 설정 40주년'을 기념하여 내가 노래 말을 만들고, 우리 본당 출신 제1호 사제이신 김한승 라파엘(현 대전가톨릭대학교 교무처장 겸 대학원장) 신부님이 작곡을 한 '본당가'였다.
나는 12일 토요일 저녁의 '특전미사'부터 13일 주일의 저녁미사까지, 도합 네 번의 미사에 모두 참례하면서 '영성체 후 기도' 다음의 공지사항 발표 시간에 해설대가 아닌 독서대에서 '인사말'을 했다. 또 13일 오후 3시 출판기념회에서도 같은 인사말을 했다. 그 인사말을 여기에 소개한다.
▲ 점심 식사 전 축배우리 부부는 최익선 주임 신부님, 김광정 사목협의회 부회장님과 함께 축배를 들었다. 내 옆에 계셨던 어머니는 금세 어디로 가셨는지 보이지 않고... ⓒ 지요하
"제가 회갑을 맞아 세 권의 신앙문집을 출간하여 하느님께 봉헌할 수 있도록 제게 영감을 베푸시고 이끌어주신 하느님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매월 700만원 가까운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10억에 달하는 빚 문제에다가 기름재난이 겹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빚을 갚을 방도가 전혀 없는 우리 태안성당 신앙공동체를 조금이라도 돕기 위해서 한 일입니다.
저의 의지와 계획을 진지하게 들어주시고 적극 호응하여 주신 신부님 덕분에 성사가 된 일입니다. 우리 신부님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또 제게 격려와 기대와 신뢰를 보내주시고 기꺼이 '추천의 글'을 써 주신 교구장 주교님께도 충심으로 감사합니다.
저는 초판 3천 권의 책을 만들고, 봉헌미사와 출판기념회를 준비하고 두 번의 잔치를 치르는 비용으로 도합 1700만원을 제 사비로 지출했습니다. '맏물'을 온전히 하느님께 봉헌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큰 지출에도 불구하고 적극 찬동을 해주시고, 이런 일들이 하느님 뜻에 온전히 부합하는 것이기를 간절히 바라며 기도해주시는 제 어머니와 아내에게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성가로 행사 시작13일 오후 3시, 외부 인사들을 초청하여 가진 출판기념회에서 태안성당 ‘세실리아 성가대’가 애국가 대신 446번 성가를 노래했다. ⓒ 지요하
제 명예나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 한 일이 결코 아닙니다. 오로지 우리 태안성당 신앙공동체를 위하고, 하느님 신앙과 가톨릭 정신을 세상에 널리 전하기 위해서 한 일입니다.
책값은 한 권당 1만원인데, 지역 출판사에서 '인세 계약'이 아닌 '자비 출판' 형식으로 책을 만들기 때문에 상당한 수익이 우리 성당 몫으로 돌아옵니다.
앞으로 저와 재난봉사본부 봉사자들은 우리 태안성당을 통해 해변 기름제거작업에 참여해 주신 성당들, 자원봉사로 우리에게 고마움을 안겨주신 성당들부터 시작해서 전국의 많은 성당들에 책을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주임 신부님들께 한꺼번에 세 권씩 우송으로 증정할 계획입니다. 재난지역 성당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재난 극복을 위해 판매수익금 전액을 하느님께 봉헌한다는 사실을 적극 설명 드리려고 합니다.
그러려면 최소한 3천 권의 책이 필요하고, 우송료나 택배비만도 400여 만원이 소요됩니다. 도와주십시오. 제 호주머니를 위한 일이 절대로 아닙니다. 우리 태안성당 신앙공동체를 위한 일이고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일입니다. 도와주십시오. 이 뜻 있는 하느님 사업에 기꺼이 동참해 주십시오. 책을 세 권, 두 권, 형편이 어려우시면 한 권만이라도 구입해 주셔서, 우송료만이라도 거들어주십시오.
우선 우리 태안 성당에서부터, 또 지역에서부터 뭔가를 보여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게 온당할 일이고, 보기 좋은 모습일 듯싶습니다.
간절한 호소로 부탁드리면서, 현재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에 올라 있는 '부싯돌'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어떤 사람의 짧은 글 하나를 소개하는 것으로 제 인사를 마치겠습니다.
▲ 시루떡 절단대성당에서 출판기념회 1부 행사를 마친 다음 교육관 지하식당으로 이동하여 시루떡 절단식과 연회를 가졌다. 왼쪽부터 이용희 태안군의회의장, 진태구 태안군수, 저자, 최익선 태안성당 주임 신부, 정지풍 대전가톨릭문우회 담당 사제, 변학수 태안문협 회장이 함께 시루떡을 잘랐다. ⓒ 지요하
4 지요하 선생님, 사랑하고 축복합니다.(0)
부싯돌(ihee44) 2008.04.11 13:29 조회 3 찬성 1 반대 0
오마이뉴스에 선생님이 계셔서 늘 들어오고 있는 독자입니다. 왜 그렇게 선생님 글을 좋아하는가 라는 스스로의 물음에 오늘 답을 들었습니다.
"불후의 명작을 탐하지 않는다. 인간 세상에 '불후(不朽)'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 설사 내가 위대한 명작을 써서 내 이름과 작품이 천년 만년을 남는다 하더라도, 그것 역시 하느님의 시간으로 볼 때는 풀잎에 맺힌 이슬방울에 불과하다. 나는 세상의 명예나 영화를 추구하기보다는, 세상의 허무 속에서 겸허함을 추구하고자 한다. 내 문학은 어디까지나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어야 하고, 내 신앙을 가꾸는 것이어야 한다."
선생님, 저도 하나님께서('하나님'이라는 표기로 보아 개신교 신자이신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주신 것 중에 참 아름다운 것이 겸손이며 하나님께서 가장 싫어하시는 것이 교만임을 믿습니다.
지금은 제가 건강이 좋지 않아 찾아뵙지 못하지만 꼭 회복되어서 선생님을 뵐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세 권의 책이 여러 사람의 마음 속에 울려 퍼지기를 기도합니다.
▲ 축가와 축하 박수시루떡 절단 후 연회를 시작하면서 태안성당 세실리아 성가대가 축가를 부르자 참석자 모두 박수로 축하했다. ⓒ 지요하
13일 오전 10시 30분 교중미사(봉헌미사) 후에는 교육관 지하식당에서 전체 신자들에게 국수로 점심 대접을 했다. 그리고 오후 3시에는 외부 인사들을 초청하여 출판기념회 행사를 가졌다. 대성당 안에서 1부 기념식 행사를 갖고, 교육관 지하식당으로 이동하여 2부 연회 행사를 가졌다.
성당 안에서 베풀어지는 행사인 관계로, 천주교 신자가 아니신 분들께 양해를 구하면서 천주교 '성호경'으로 행사를 시작했고, 태안성당 성가대가 애국가 대신 천주교 성가를 불렀다. 그리고 1부 행사를 마치면서 참석자 모두에게 '태안천주교회의 노래'를 들려 드렸다.
출판기념회에 외부 손님들이 너무 적게 오시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없지 않았지만, 꽤 많은 분들께 초청장만을 보내 드렸을 뿐 단 한 분에게도 전화를 드리지는 않았다. 걱정이 커서 여기저기에 전화를 하고픈 마음도 있었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다. 이틀 전인 11일(금)에도 바다에 가야했고, 하루 전인 12일(토)에도 거의 하루 종일 해변에 몸을 놓아야 했다. 저녁에 귀가하면 녹초가 된 상태이니 전화를 하기도 귀찮고, 또 미안하고 구차스러운 일이었다.
그래도 꽤 많은 분들이 와 주셨다. 서울, 수원, 대전, 공주, 천안, 연기, 서천 등지에서 오신 문인들도 있다. 군수, 군의회의장, 교육장, 문화원장, 농협 조합장 등 지역 기관장들도 골고루 오셨다. 외지에서 오신 분들 중에는 '대전가톨릭문우회' 담당 사제이신 정지풍 신부님(천안 성거산 성지)과 전 충남교육감 강복환 선생(아동문학가)도 있다. 행사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한다.
행사에 오시지 못한 분들께는 책을 사 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있다. 행사에 참석 못한 죄(?)로 책을 다섯 질이나 사신 분도 있다. 초청장을 받고도 오시지 않은(오시지 못한) 분들께는 계속 책 구입을 부탁드리고 또 보내드릴 생각이다. 책값이 내 호주머니로 들어오는 경우라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온전히 하느님께 봉헌하는 것이기에 떳떳하다.
재난지역 신앙공동체를 위한 일이고, 이웃을 위한 일이기에 하느님께서 잘 도와주실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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