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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 옥수수 노점상 아저씨와의 소박한 대화

대표적 서민 노점상, 장사 잘돼 얼굴에 함박웃음 지었으면

등록|2008.04.17 11:46 수정|2008.04.17 11:46

▲ 1평 남짓한 손수레 좌판이 아저씨 삶의 전부라 할 수 있다. ⓒ 윤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한 아파트 단지 내에 안 보이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지나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는 한적에 곳에 찐 옥수수를 판매하는 분이 계셨다. 조그만 손수레를 밀고 다니며 옥수수를 파는 아저씨와 살아가는 소박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원래는 목 좋은 아파트 주변의 상가가 있는 큰 도로변에서 옥수수 장사를 했는데 트럭 행상들에게 밀려 어쩔 수 없이 아파트 단지 내 인적이 드문 곳에 자리를 잡게 됐단다. 오늘이 목 좋은 대로변에서 새로운 장소로 옮긴 후 첫 장사하는 날이란다.

일곱 살 난 딸이 있는 이 아저씨는 노점상일을 일관해왔다. 많이 버는 날은 8만원, 안 되는 날은 5만원. 노점상들이 다 그렇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산다. 비 오는 날은 공치고 날이 뜨거워도 일을 못한다. 뜨거운 날엔 해가 뉘엿뉘엿하면 장사를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아저씨에겐 단골이 있었다. 큰 길가에서 장사할 때 단골이던 사람들이 한 바퀴 돌아 새로 옮긴 이곳으로 찾아온다고. 매일 있던 장소에 없으니 어디로 옮겼나 싶어 주변을 돌다 이곳까지 오게 되는 단골 손님들, 그저 고마울 뿐이란다. 강원도 찰옥수수 3개들이 한 봉지에 3천원씩 한다. 그 맛을 잊을 수 없는 단골들이 먹고 또 사러오고…. 소문 내 줘 다른 손님들 데려오고….

온종일 심심할 것 같기도 한데 아저씨는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점심은 배달시켜 먹고 화장실에 갈 때 그냥 놔둬도 집어가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전에는 점심으로 팔던 옥수수 몇 개 먹기도 했는데 요즘엔 밥을 챙겨드신다고 한다. 옥수수로 점심을 때우면 돈도 절약되고 간편해서 좋은데 힘이 빠져 식사를 챙겨 드시게 됐다고….

그래도 아저씨는 역시 옥수수 마니아다. 저녁을 다 먹고 기본적으로 6자루는 먹고 취침을 한다고 한다. 그러면 다음날 아침에 가뿐하게 일어날 수 있다나 뭐라나…. 옥수수가 식이섬유가 많아 다이어트에 좋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침에 가뿐한 거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여기서 아저씨의 소박한 바람을 들을 수 있었다. "피자, 햄버거 대신 옥수수 많이 먹으면 살빠지고 좋을텐데…"라고 말이다.

노점상인들의 꿈은 다 마찬가지겠지만 이 아저씨도 상가에 점포 하나 내서 제대로 차려놓고 옥수수를 판매했으면 하는 것이다. 트럭 노점은 차 안에서 쉴 수도 있고 심심하면 라디오나 DMB를 볼 수도 있고 쉽게 자리를 옮길 수 있지만, 이 손수레는 아무래도 제약이 많다. 그러니 안정적인 점포가 절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3천원짜리 옥수수 한 봉지를 사들고 인사를 나눌 때 아저씨의 소박한 이야기를 인터넷에 올려도 되냐고 물으니 괜찮단다. 껄껄 웃으며 많이 좀 홍보해달라고 내게 부탁한다. 그래서 자리를 떠날 때쯤 이렇게 사진까지 찍게 됐다.

환하게 웃는 옥수수 노점상 아저씨의 얼굴을 보고 싶다. 힘든 시기, 대표적인 서민 모습 아닌가? 매일은 아니더라도 종종 장사 억수로 잘되는 날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는 그런 서민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옥수수에는 다이어트 기능 등 많은 우리 몸에 좋은 효능이 많다고 합니다. 옥수수 많이 사드세요. ⓒ 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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