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내년 봄에 다시 만나겠지요?

꽃피고 꽃지는 봄 사월

등록|2008.04.17 19:22 수정|2008.04.17 22:11

▲ 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쥐똥나무. ⓒ 한미숙


쥐똥나무에 한창 물이 올랐습니다. 얼마 전만 해도 마른가지에 쥐똥같은 까만 열매를 대롱대롱 매달고 있던 쥐똥나무였습니다. 사월 중순, 풍성한 연녹의 이파리 사이로 벌써 쥐똥나무 꽃대가 보입니다. 작고 하얀 꽃이 피기 시작하면 여기저기 녹차의 향긋한 냄새가 날 것입니다. 이름이야 '쥐똥나무'이지만 열매를 떠올리면 아무리 생각해도 까만 보석만 같은데 쥐똥이라니, 보석과 쥐똥의 간격이 너무 큽니다.

▲ 초등학교 담에 피어있는 개나리. ⓒ 한미숙


산과 들, 동네마다 개나리 잎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노랗게 흐드러져 그 길 아래를 걷던 이들에게 새봄을 알려주던 개나리. 멀리서 바라보면 이제 노란 점을 띄엄띄엄 찍어놓은 것처럼 보입니다. 개나리 꽃 진 자리에 이파리가 나면 산에 참꽃도 이파리가 나 있겠죠?

▲ 산이 보이는 마을. ⓒ 한미숙

철쭉꽃이 피기 시작하면서 마을은 점점 화려해지고 있습니다. 하얀 철쭉은 지금 꽃망울만 부풀었습니다. 진분홍과 붉은 철쭉이 시들해졌을 때 자기 모양새를 알리는 하얀 철쭉을 보면, 너도 나도 서로 앞 다투어 피는 꽃들보다 점잖아 보입니다.

▲ 꽃길로 들어가는 집 ⓒ 한미숙

부풀어 오른 흰 철쭉 몽오리 옆에는 돼지감자, 옥잠화, 튜울립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들고 나는 길 양쪽으로 화려하게 피어있는 철쭉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기도 하겠지요. 집에 들어서는 길, 양옆으로 활짝 핀 꽃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합니다.

▲ 동네가 내려다 보이는 산 밭. ⓒ 한미숙

근처에 있는 동네 뒷산은 때마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채워줍니다. 쑥이나 냉이, 질경이, 민들레 따위가 언 땅을 헤치고 나오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지요. 자연은 말없이 가르치는 선생입니다.

▲ 이름모를 들꽃. ⓒ 한미숙

키 작은 여린 꽃들의 보드라운 모습이 사랑스럽습니다. 세상의 좋은 모든 것은 이런 보드랍고 따뜻함에서부터 시작합니다.

▲ 지는 목련. ⓒ 한미숙



▲ 흰종이를 뿌린 듯한 바닥의 목련. ⓒ 한미숙

바람도 없는 날씨였습니다. 활짝 피다 못해 저 스스로 꽃잎을 떨어뜨리는 목련입니다. 가지마다 촛불을 켜놓았던 목련의 힘은 이제 기력이 다 했나 봅니다.

▲ 빨랫줄 아래로 떨어진 꽃잎들. ⓒ 한미숙

 어린아이 옷가지와 기저귀가 널려있는 공원의 빨랫줄입니다. 내년, 다시 목련이 피어날 즈음엔 저 기저귀를 차던 아이도 자라 있겠지요.

▲ 아저씨 검은구두 위에도 떨어진 꽃잎. ⓒ 한미숙

봄을 가장 빨리 알려주던 목련, 개나리, 참꽃들은 제 모습을 떨구고 점점 이파리에 내주고 있습니다. 화려하게 필 때마다 환호하던 사람들의 목소리도 작아졌습니다. 그래도 내년 봄에 우리는 틀림없이 다시 만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sbs u포터에도 송고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