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와 오키나와, 그 상처를 보듬다
4·3 60돌 맞아, 제주도 찾은 한일 평화순례단
유채꽃 황홀하게 흐드러진 4월, 제주도의 봄. 지금 제주도는 4·3 60주년을 맞이하여 평화기념관을 개관(3월 28일 개관)하는 등 다채로운 기념사업과 문화행사가 월중 내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일상에서부터 평화를 심어가고자 노력하고, 나만의 평화가 아닌 타인의 평화까지 보듬고자 애쓰는 한일 양국의 활동가와 시민들이 제주도를 방문했다.
3월 30일~4월 4일까지 5박 6일 일정으로 제주 곳곳을 발바닥으로 느끼며, 제주도가 상처를 뚫고 발신해내는 평화의 소리를 들은 이들은 앞으로도 꾸준히 4·3의 진실과 제주도의 아픔을 알리고, 평화를 기다리는 또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뻗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전쟁피해자와 제주도민, 평화운동하는 한일 시민 함께 걸어
이번 평화순례의 시작은 지난해 스톤워크 코리아부터였다. 스톤워크 코리아는 일본의 침략과 식민 지배에 의해 희생된 아시아 사람들의 고통에 대해 일본 시민들이 사죄하고 피해자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추진되었으며, 특별제작한 추모 비석을 여럿이 힘을 모아 끌고, 부산민주공원을 출발해 금강산까지 가는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올해는 돌을 끄는 대신 아픔의 땅을 천천히 발로 꾹꾹 밟아가며 오키나와와 제주도에 새겨진 상처를 느꼈다.
이번 한일 평화순례를 기획한 평화시민연대 강제숙 대표는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각 지역에서 역사왜곡이 여전히 진행되는 가운데 평화를 지향하는 공통된 역사인식을 위해 한일 시민이 함께 걷는 평화순례를 준비했다"라면서 "한일 양국에서 평화의 섬이라 불리지만 과거를 이어 현재도 전쟁의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제주도· 오키나와는 인권과 평화교육의 현장이다. 제주도와 오키나와를 함께 걸으며 한일시민이 평화를 위한 연대와 실천의 길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지난 2월에 마친 오키나와 평화순례는 "'생명은 보배'라며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평화를 사랑하는 오키나와 사람들의 마음이 한 곳에 모이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한일 평화순례단 참가자들은 한국, 일본, 캐나다 등지에서 온 이들로, 20대 젊은이부터 정년퇴직 후에도 왕성하게 시민운동을 펼치고 있는 7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전쟁의 직접적인 피해자라 할 수 있는 한국과 일본의 원폭 피해자를 비롯하여, 미군정과 군대 문제 그리고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문제를 연구하는 사진작가들,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재일조선인 사회 지원활동을 하는 일본의 양심 있는 시민들이 다수 참여하였다.
항일기념관을 시작으로 평화박물관과 가마오름, 모슬포 해안동굴과 알뜨르 비행장, 격납고 등을 찾아 태평양전쟁 말기 '결7호 작전'에 따라 군사요새화되었던 제주도의 상흔을 직접 보고, 제주 4·3 이후 군경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학살당한 이들의 넋이 떠도는 섯알오름학살터와 북촌리 너분숭이 등을 순례하였다.
또 4·3위령제와 국제학술심포지엄, 전야제, 해원상생 큰굿, 평화미술제에도 참석하여 4·3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하고 역사의 진실 위에 화해를 해나가는 제주도의 끈기와 생명력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밖에도 국방부와 도 자치정부에 의해 공동체가 갈가리 찢겨져버린 눈물의 강정마을을 찾아 현지 주민들과 교류회도 열었다.
아름다움도 상처마저도 오키나와와 닮은 꼴인 제주도
강제동원 피해자의 사진을 찍어온 사진작가 이재갑씨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평화순례를 한 두 번 했다고 해서 당장에 무슨 일이 벌어지진 않는다. 그러나 누군가는 끝없이 외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키나와에서 만난 마요나카씨는 평생 '생명은 보배'라고 외치며 미군부대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그런 분들이 있었기에 오키나와의 미군부대 문제가 신문이나 방송에 나오고 국제적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 게 아닐까?
제주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4·3 희생자 유족들과 돈독하게 유대를 맺어오면서 꾸준히 사진으로 4·3의 아픔을 기록해온 사진가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감동 받았다. 오키나와에 이어 제주도에서 많은 것들을 보고 배웠다.
오키나와와 제주도는 상처마저도 닮아 있었다. 진정한 의미에서 평화를 구축하려면 혼자 힘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큰 힘은 아니더라도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어 서로 손잡고 나가는 것이 곧 평화의 힘이란 걸 알았다. 앞으로도 더 많은 곳을 향해 우리의 걸음을 떼고 싶다."
한일 시민이 함께 한 이번 제주도 평화순례는 폭주의 시대에 발바닥으로, 낙타의 느린 걸음으로 평화를 써가는 소중한 마음의 결집이었으며, 많은 과제 또한 남겼다. 앞으로 제주도와 오키나와가 겪은 비극의 역사를 진실에 기초해 올바로 자리매김하고 이를 기반으로 평화의 시대로 가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여기에는 제주 도민을 넘어 한국 사람 모두 역사와 평화인식을 공유해야 하는 것도 포함된다. 제주도와 오키나와는 한국인뿐 아니라 아시아인에게 공동의 문제를 일깨우는 생명· 평화· 인권의 발신지가 되고 있다.
평화순례단은 아직도 소외당하고 이중 삼중의 고통을 강요당하며 살고 있는 또 다른 전쟁피해자들을 찾아 합천 반핵평화자료관 건립, 베트남 평화순례 등 다양한 일들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스톤워크 코리아 2007 홈페이지 http://cafe.daum.net/stonewalk
전은옥 활동가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eoneunok
이러한 때에 일상에서부터 평화를 심어가고자 노력하고, 나만의 평화가 아닌 타인의 평화까지 보듬고자 애쓰는 한일 양국의 활동가와 시민들이 제주도를 방문했다.
3월 30일~4월 4일까지 5박 6일 일정으로 제주 곳곳을 발바닥으로 느끼며, 제주도가 상처를 뚫고 발신해내는 평화의 소리를 들은 이들은 앞으로도 꾸준히 4·3의 진실과 제주도의 아픔을 알리고, 평화를 기다리는 또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뻗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 4·3 60주년 희생자 위령제에 참석한 한일 평화순례단. 위령제에서 만난 서승 리츠메이칸대 교수와 서중석 교수도 함께 했다. ⓒ 평화시민연대
전쟁피해자와 제주도민, 평화운동하는 한일 시민 함께 걸어
이번 평화순례의 시작은 지난해 스톤워크 코리아부터였다. 스톤워크 코리아는 일본의 침략과 식민 지배에 의해 희생된 아시아 사람들의 고통에 대해 일본 시민들이 사죄하고 피해자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추진되었으며, 특별제작한 추모 비석을 여럿이 힘을 모아 끌고, 부산민주공원을 출발해 금강산까지 가는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올해는 돌을 끄는 대신 아픔의 땅을 천천히 발로 꾹꾹 밟아가며 오키나와와 제주도에 새겨진 상처를 느꼈다.
이번 한일 평화순례를 기획한 평화시민연대 강제숙 대표는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각 지역에서 역사왜곡이 여전히 진행되는 가운데 평화를 지향하는 공통된 역사인식을 위해 한일 시민이 함께 걷는 평화순례를 준비했다"라면서 "한일 양국에서 평화의 섬이라 불리지만 과거를 이어 현재도 전쟁의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제주도· 오키나와는 인권과 평화교육의 현장이다. 제주도와 오키나와를 함께 걸으며 한일시민이 평화를 위한 연대와 실천의 길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지난 2월에 마친 오키나와 평화순례는 "'생명은 보배'라며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평화를 사랑하는 오키나와 사람들의 마음이 한 곳에 모이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한일 평화순례단 참가자들은 한국, 일본, 캐나다 등지에서 온 이들로, 20대 젊은이부터 정년퇴직 후에도 왕성하게 시민운동을 펼치고 있는 7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전쟁의 직접적인 피해자라 할 수 있는 한국과 일본의 원폭 피해자를 비롯하여, 미군정과 군대 문제 그리고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문제를 연구하는 사진작가들,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재일조선인 사회 지원활동을 하는 일본의 양심 있는 시민들이 다수 참여하였다.
▲ 섯알오름 희생자 추모비 앞에서 기도를 올리는 한일 평화순례단 ⓒ 평화시민연대
항일기념관을 시작으로 평화박물관과 가마오름, 모슬포 해안동굴과 알뜨르 비행장, 격납고 등을 찾아 태평양전쟁 말기 '결7호 작전'에 따라 군사요새화되었던 제주도의 상흔을 직접 보고, 제주 4·3 이후 군경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학살당한 이들의 넋이 떠도는 섯알오름학살터와 북촌리 너분숭이 등을 순례하였다.
또 4·3위령제와 국제학술심포지엄, 전야제, 해원상생 큰굿, 평화미술제에도 참석하여 4·3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하고 역사의 진실 위에 화해를 해나가는 제주도의 끈기와 생명력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밖에도 국방부와 도 자치정부에 의해 공동체가 갈가리 찢겨져버린 눈물의 강정마을을 찾아 현지 주민들과 교류회도 열었다.
아름다움도 상처마저도 오키나와와 닮은 꼴인 제주도
강제동원 피해자의 사진을 찍어온 사진작가 이재갑씨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평화순례를 한 두 번 했다고 해서 당장에 무슨 일이 벌어지진 않는다. 그러나 누군가는 끝없이 외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키나와에서 만난 마요나카씨는 평생 '생명은 보배'라고 외치며 미군부대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그런 분들이 있었기에 오키나와의 미군부대 문제가 신문이나 방송에 나오고 국제적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 게 아닐까?
제주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4·3 희생자 유족들과 돈독하게 유대를 맺어오면서 꾸준히 사진으로 4·3의 아픔을 기록해온 사진가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감동 받았다. 오키나와에 이어 제주도에서 많은 것들을 보고 배웠다.
오키나와와 제주도는 상처마저도 닮아 있었다. 진정한 의미에서 평화를 구축하려면 혼자 힘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큰 힘은 아니더라도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어 서로 손잡고 나가는 것이 곧 평화의 힘이란 걸 알았다. 앞으로도 더 많은 곳을 향해 우리의 걸음을 떼고 싶다."
▲ 평화순례단은 '저항과 평화의 바다' 전시회를 열고 있는 국토 최남단 마라도의 기원정사를 방문해 기왓장에 평화를 기원하는 문구를 새겨넣었다. ⓒ 평화시민연대
한일 시민이 함께 한 이번 제주도 평화순례는 폭주의 시대에 발바닥으로, 낙타의 느린 걸음으로 평화를 써가는 소중한 마음의 결집이었으며, 많은 과제 또한 남겼다. 앞으로 제주도와 오키나와가 겪은 비극의 역사를 진실에 기초해 올바로 자리매김하고 이를 기반으로 평화의 시대로 가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여기에는 제주 도민을 넘어 한국 사람 모두 역사와 평화인식을 공유해야 하는 것도 포함된다. 제주도와 오키나와는 한국인뿐 아니라 아시아인에게 공동의 문제를 일깨우는 생명· 평화· 인권의 발신지가 되고 있다.
평화순례단은 아직도 소외당하고 이중 삼중의 고통을 강요당하며 살고 있는 또 다른 전쟁피해자들을 찾아 합천 반핵평화자료관 건립, 베트남 평화순례 등 다양한 일들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스톤워크 코리아 2007 홈페이지 http://cafe.daum.net/stonewalk
전은옥 활동가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eoneun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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