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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구치고 춤까지 춘 특검의 꼴볼견

수사하라고 했더니 '정치'를 한 특검

등록|2008.04.18 12:16 수정|2008.04.18 12:16
조준웅 특검의 수사 발표를 보면서 선무당의 어설픈 굿판을 보는 듯한 허탈감을 지울 수 없다.

이 시점에서 '검찰 혹은 특검이 왜 존재해야 하는가?'란 원초적 질문을 다시 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물론 '사법정의 실현'이다. 국민들이 이번 삼성 사건을 특별검사까지 임명하며 수사하기를 원했던 것은 삼성의 불법 로비 대상이 다름아닌 검찰이었다는 점에서 특검이 이 사건을 성역 없이 수사하여 제기된 의혹을 해소하고 '법 앞에서 만민이 평등하다'는 사법 정의가 실현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어제(17일) 발표된 수사 결과는 특별검사 스스로 특검의 존재 이유 자체를 부정하고 있어 실망스럽다. 국가 조직에 있어서 검찰은 가장 대표적인 사정기관이다. 따라서 혐의가 있으면 한 점 의혹 없이 이를 수사하여, 피의자의 혐의가 드러나면 법에 의해 기소하는 것이 검찰이 해야할 일이다.

하물며 이런 검찰조차 미덥지 못해서 임명한 것이 특별검사이다. 이런 특검이 수천억원의 세금을 포탈하고 천문학적 액수의 업무상 배임 등의 범죄 사실을 확인하고도, "핵심 인원을 구속하면 기업 경영에 엄청난 공백과 차질을 빚어, 경쟁이 극심한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장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특검의 설명을 보면서 사건을 수사한 검찰의 결과 발표가 아니라 정치인의 사면 회견을 접하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업무상 배임 포탈 혐의에 대해서 "지배구조를 유지·관리하는 과정에 장기간 내재돼 있던 불법행위를 현시점에서 엄격한 법의 잣대로 재단해 처단하는 것으로, 개인적 탐욕에서 비롯된 전형적인 배임·포탈 범죄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는 특별검사의 아주 특별한 변호 또한 재판정에서 삼성측의 변호인 입에서나 나옴직한 발언이라 할 수 있다.

결국 특검 혼자서 삼성사건의 수사와 변호 그리고 법원이 판결시 고려해야 할 부분, 아니 어쩌면 판결이 난 이후 정치권에서나 고민해야 할 '삼성의 경영 공백으로 인한 국익 손실에 대한 걱정'까지 모두 해치운 셈이다.

이런 특검의 한심한 태도는 북이나 잘 치라고 뽑아 놓았더니 북도 제대로 치지 못하는 주제에 시키지 않은 장구치고 춤까지 춘 겪이니, 훗날 역사는 어제 특검이 벌인 추태를 놓고 '꼴볼견도 이런 꼴볼견이 없다'고 조롱하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겨레와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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