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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뼈 아픈 부재(不在)

등록|2008.04.18 12:42 수정|2008.04.18 18:48

▲ 흐드러지게 피어난 조팝나무 꽃. 마치 대량생산, 대량복제의 상징 같다. ⓒ 안병기


조팝나무 주식회사는
봄철이 되면
집중적으로
똑같이 생긴 꽃잎들을
수천수만 개씩 복사해낸다
더러 대량생산이야말로
이 시대가 저지르는 가장 큰 악덕이라고
 씹어대는 사람도 없진 않지만
무한히 부풀어오르는 대중의 욕망을 충족시키려면
이 방법 외엔 달리 대안이 없는 걸 어쩌란 말인가
어쩌면 그런 사람들은
배고픈 시절을 겪어보지 않은 부류일는지 모른다
솔직히 지금 그들이 누리는 부(富)를
누가 가져다줬나 말이다
웃기는 일은 그렇게
대량생산에 대해 꼬박꼬박 이의를 다는 사람일수록
조팝나무 주식회사에 취직하지 못해 안달한다는 점이다
당연히 조팝나무 주식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산업역군 혹은 성장 동력이라는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있다

이 행복한 조팝나무 주식회사에도
결정적인 흠결은 있다
사물을 느끼고 받아들일 가슴이 없다는 것  
자부심만으로는 결코 채울 수 없는
커다란 빈 자리다
그러나 조팝나무 주식회사 사람들은 아무도
그 뼈아픈 부재를 슬퍼하지 않는다
배고프던 시절
쌀밥처럼 보이던 조팝나무에서
조팝나무주식회사에 이르는 길은 그렇게 멀고 난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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