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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교육부? 과학사육부, 학교 자율화? 학교 지옥화

[현장]청소년 운동단체 기자회견...19일 촛불시위 예고

등록|2008.04.18 20:44 수정|2008.04.18 22:38

학교 자율화 반대청소년 운동 단체들은 18일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학교 자율화 조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 성하훈


"학생들이 공부하는 기계인가?"
"차라리 '과학 사육부'로 이름을 바꿔라!"
"청소년을 자살과 죽음으로 몰아가는 정책이다"

초중고교의 자율성 확대를 명분으로 29개 금지 지침을 폐지한 이명박 정부의 학교자율화 조치에 대해 청소년운동단체들이 적극적 대응을 결의하고 나섰다.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청소년 다함께, 청소년 YMCA 전국 대표자 회의, 21세기 청소년 공동체 희망 등 '0교시 야자보충 우열반 학교 자율화 반대 청소년 연대'(이하 청소년 연대)에 소속된 단체들은 18일 오전 10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0교시 · 야간자율학습과 보충수업 · 우열반으로 대표되는 이번 조치가 학생들을 내몰고 있다며 강하게 성토했다.

또한 이들 청소년 단체들은 학생들을 옥죄는 교육정책에 대해 반대하며, 철회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한편으로 19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촛불시위를 열어 학생들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하겠다고 밝혀 2005년 내신등급제 문제로  촛불시위가 벌어진 이후 잠잠했던 청소년들의 집단적 움직임이 재현될 전망이다.

어설픈 교육 정책, 청소년 저항 불러올 수도 있다

청소년 연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내신 등급제 실시와 과도한 입시 경쟁으로 수많은 청소년들이 자살을 선택한 가슴 아픈 기억을 잊을 수 없다'며 '학생들에게 다시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학생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학교 자율화 조치를 철회를 요구한다'고 호소했다.

민주노동당 청소년 위원회 구정인 위원장은 "학생들을 자살도 내모는 학교자율화조치는 청소년들을 거리로 내몰게 할 수 있다"며 이명박 정부의 어설픈 교육정책이 청소년들의 저항을 받을 수 있음을 경고했다.

청소년 연대는 "'국민 다수가 환영할 줄 알았다'고 말한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에서 보듯 학교자율화조치가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18일 오전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열린 학교 자율화 반대 기자회견에서 구호판을 들고 있는 청소년 단체 활동가들 ⓒ 성하훈


학교자율화=학교지옥화학교 자율화 반대 기자회견에 참석한 청소년 단체 활동가들 ⓒ 성하훈


21세기 희망 연미림 수원지부장은 시도 교육청 부교육감들이 시행 보류를 요청한 것에 대해 "엄연히 학교자율화 조치에 공표된 상황이고 공식적인 철회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론의 분위기를 돌리기 위한 방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이번 조치에 대한 철회결정이 내려지지 않는 한 학생들 편에서 강력한 반대운동을 벌여 나갈 것이라고 말하고, 촛불문화제를 통해 학생들의 목소리를 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 지부장은 현재 학교 분위기와 관련해 "온라인에서는 뜨겁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아직 직접적인 조치가 실행되지 않은 탓인지 조용한 분위기"라고 말하고 "그렇지만 이번 조치에 대한 학생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학생들의 직접적인 반응은 19일 오후 6시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예정하고 있는 촛불시위를 통해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성균 21세기 희망 사무국장은 "촛불문화제는 청소년들의 문화공연과 자유발언을 통해 학생들의 생생한 반응을 듣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4·19라는 역사적 의미와 결합돼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소년 연대는 이날 기자회견 과정에서 선보인 퍼포먼스를 통해 교육보다는 사육당하는 수준인 청소년들의 실태를 고발했다. 0교시를 위해 아침밥도 못 먹고 학교에 가는 학생들과 커다란 짐이 된 야간자율학습과 보충수업, 굴레로 씌워진 우열반이 학생들을 옥죄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청소년 연대의 한 관계자는 "청소년들의 삶을 붕괴시키는 학원자율화 조치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가) 불도저식 밀어붙이기를 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안 되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촛불시위, 4·19 역사적 의미와 결합될 것

퍼포먼스청소년운동 단체들은 학교자율화반대 기자회견에서 0교시와 보충 야간자율학습, 우열반 편성의 문제점을 퍼포먼스를 통해 고발했다. ⓒ 성하훈


한편 청소년 연대가 기자회견을 통해 전달한 온 오프라인 공간의 학생들 목소리에는 학교자율화조치에 대한 절망과 분노가 가득 담겨 있었다.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이뤄지는 정책에 대해 학생들은 '힘들어 죽겠다'면서 '수업거부 운동'까지 제안하는 모습이었다.

다음은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학생들 목소리 중 일부.

"지금도 애들 다 자는 분위기다. 지금도 버겁다."

"제발 사람 좀 살자. 아침 새벽부터 일어나서 학교 가서 학원 마치고 12시 넘어서 오는 것도 힘들다. 무슨 0교시까지 하라고 하냐. 정치인들보고 해보라 그래. 하루에 5시간도 못자고. 이게 사람 사는 거냐?"

"제발 공부만 너무 그렇게 강조하지 말아주세요. 지금도 힘들어 자살하는 사람도 있는데 지금 점점 공부하라고 하면 힘들고, 열심히 하려고 해도 더 잘하는 애들이 많아서... 지금 또 이렇게 하니까 너무 힘들어요. 이제 그만하면 안 될까요?"

"우열반은 반대한다. 성적으로 애들을 나누는 것이 학생들의 인권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

"자율화 조치에 좋아할 애들 있고 싫어할 애들도 있을 거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선택했으면 좋겠다. 강제로 한다는 것이 너무 싫다. 선생님들 마음대로 하는데 맨날 우리 의견과는 상관없이 된다. 선택할 수 있는 권한 자체가 없다."

"어른들만 그런거 결정하지 말고 학생들의 입장도 생각을 해 줘야지 아주 그냥 자기네들이 마음대로 결정하시네. 참 학생으로서 힘들어 죽겠다."

▲ 학교 자율화 반대 구호를 들고 있는 청소년단체 활동가들 ⓒ 성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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