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못생겼다고 꽃이 아니랴!
[달팽이가 만난 우리꽃 이야기 173] 꽃이 사람에게
▲ 나도물통이작은 이슬방울 하나면 꽉 찰 것만 같은 작은 꽃 ⓒ 김민수
여러분은 어떤 꽃을 좋아하시는지요? 취향에 따라 나이에 따라 좋아하는 꽃도 다르다고 하는데 취향이야 각양각색이니 뭐라 말할 수 없지만, 나이가 들수록 화사하고 큰 꽃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저의 경우는 작고, 단순하게 생긴 꽃들이 좋습니다. 색깔도 너무 화사하지 않은 것을 좋아합니다.
이슬 한 방울이면 꽉 찰 것만 같은 작은 꽃의 이름이 ‘나도물통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많이 웃었습니다. 저 물통이 채워봤자 얼마나 채우려고 하는 생각 때문이었죠. 제주도 어느 오름 자락에서 만난 후 4년여 만에 남도에서 만나니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 달래꽃보다 이파리가 더 예쁜 꽃 ⓒ 김민수
이렇게 나도물통이처럼 작은 꽃들은 참 많습니다. 나도물통이는 색깔이나 예쁜데 작은데다가 색깔도 별로인 꽃들, 그래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하는 작고 못생긴 꽃들이 있습니다. 그 꽃들이 오늘의 주인공들입니다.
달래는 꽃보다 차라리 줄기가 멋진 꽃입니다. 작아도 가만 살펴보면 제법 볼만합니다. 작고 못생긴 꽃이 당당하게 하늘을 향하는 모습을 보면 기특하기까지 합니다.
‘그래, 이렇게 살아야지. 작고 못생겼다고 기죽을 이유 하나도 없지.’
▲ 다래달래하고 다래하고 헛갈나요? ⓒ 김민수
“내가 살아가는 데는 이 정도의 꽃이면 딱 좋은데 뭘.”
▲ 개구리발톱작은 꽃이지만 당당합니다. ⓒ 김민수
“작고 못 생겼다고 꽃 아닌가요? 참, 난 단 한 번도 내가 못생겼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것은 당신들의 기준이지요.”
▲ 쥐방울덩굴쥐방울덩굴이 있어야만 살아가는 곤충들이 있답니다. ⓒ 김민수
“긴꼬리산호랑나비를 아시나요? 내가 없으면 그네들도 살 수 없어요. 내 이파리를 갉아먹을 때야 징그럽고, 싫지만 그들이 하늘을 나는 것을 보면 참 내가 대견스럽죠.”
▲ 청가시덩굴덩굴에 잔가시가 많은 덩굴식물이다. ⓒ 김민수
“장미같이 예쁜 꽃들만 자신을 지키기 위한 가시가 필요한 것은 아니죠. 나도 가시가 제법 많거든요.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나는 내가 못생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 청미래덩굴이파리로 싼 떡을 망개떡이라고 한다. ⓒ 김민수
‘망개떡’이라고 들어보셨지요? 청미래덩굴을 ‘망개’라고도 부르거든요. 은은한 향기와 음식이 상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청미래덩굴 이파리 연할 때 망개떡을 만들 준비를 하는 어머니들의 손길이 떠오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일 것입니다.
“어머니, 올해는 우리도 망개떡을 해 먹어볼까요?”
▲ 연복초뿌리가 복수초하고 연결되어 있어서 복수초를 뽑을 때 같이 뽑힌다는 이야기가 있다. ⓒ 김민수
습지에 자라는 연복초, 복수초와 뿌리가 연결된 풀이라는 이름인데 혹시나 근처를 찾아봐도 복수초는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같이 있는 곳도 있겠지요. 아시다시피 복수초는 얼마나 예뻐요. 거기에 비하면 연복초는 꽃이라고 할 수도 없죠. 그래도 줄기 꼿꼿하게 펴고 화들짝 꽃피운 것을 보면 경쟁의 대열에서 밀려나 힘없이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들이 뭔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지 않나요?
“나는 나대로 살아가면 되는 거지요. 비교하지 말고, 나대로 사는 것이 중요하죠.”
▲ 산초산초향이 산에 가득한 계절이 있다. ⓒ 김민수
“내가 품은 향기는 온 산을 뒤덮을 만도 하지요. 눈으로는 볼 수 없는 향기를 품고 살아가는 자부심에 난 늘 기쁘죠.”
▲ 피막이정말 작은 꽃, 몇 송이 어우러졌어도 꽃같지 않은 꽃 ⓒ 김민수
오늘 소개하는 작고 못생긴 꽃 중 으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꽃입니다. 작은데다가 별 향기도 없고, 쓰임새도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서울 하늘에서도 그다지 만나기 어려운 것도 아니니 그야말로 별 볼일 없는 놈일 수도 있죠. 그러나 그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들이 나에 대해서 아직도 모르는 비밀이 많아요. 그 비밀을 밝혀내는 것은 당신들 몫이에요.”
못 생긴 꽃들, 잡초 하나 허투루 존재하는 것들 없습니다. 작고 못 생겼어도 꽃입니다. 그 작고 못생긴 꽃들에게 자꾸만 눈길이 가는 이유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카페<달팽이 목사님의 들꽃교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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