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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 아니죠, 극기훈련 맞습니다!

충북 음성군 혁신발굴 프로그램①

등록|2008.04.21 18:16 수정|2008.04.21 18:16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제가 출범한 지 올해로 13년을 맞는다. 지방단체마다 시간을 아끼고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려고 다른 자치단체의 성공 혁신사례를 지역실정에 맞게 접목하는 추세다. 내가 일하는 충북 음성군청에서는 극기훈련을 겸한 배낭여행을 통해 앞서가는 자치단체와 기관, 마을을 방문하고 혁신사례를 수집했다. 우리 조에서는 경기 지역을 돌아보았고 이 기사는 그 체험기다. <기자 주>

▲ 네비게이션을 이용해 목적지를 확인하고 있는 충북 음성군 혁신발굴팀. ⓒ 이화영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2박 3일 동안 충청북도 음성군 공무원들의 배낭여행이 있었다. 여행이라기보다 극기 훈련에 가까운 프로그램이었다. 군은 소속 공무원의 신청을 받아 3~4명을 1조로 모두 4개조 15명으로 혁신발굴팀을 구성했다.

군은 4개팀에 전국 4개 지역(경기·강원·전라·경상) 중 한 곳씩을 맡겼고 혁신사례 발굴 임무를 주었으며 1인당 10만원의 경비를 줬다. 팀별로는 ▲농촌체험마을 우수사례 발굴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특색있는 자연휴양림 사업 견학 등 군 행정에 반영할 우수사례 발굴 임무를 맡겼다.

뿐만 아니라 ▲혁신 우수 사례 및 특수시책 발굴 2건 이상 ▲복리후생분야 및 사기진작 방안 1건 이상 ▲특색 있는 공공시설(승강장·이정표 등) 발굴 1건 등 주민생활과 직접 관련이 있는 공공시설 우수사례를 수집하는 개인별 임무도 주었다.

우리팀은 경기도로 가게 됐다. 극기 훈련을 겸한 배낭여행이어서 지갑(카드·현금)과 자동차 키는 모두 압수됐고, 휴대용 가스레인지와 냄비 등 기본적이 취사도구만 휴대토록 했다. 고속버스·승용차·택시 등의 이동수단은 금지했으며 시내·외 버스와 열차, 도보 등만 허용했다.

음성군 측은 임무수행 여부와 시간대별 이동일지, 각종 영수증(교통비·숙식비 등), 사진 등이 첨부된 보고서를 보고 평가한다. 또한, 우수사례는 모든 직원들이 공유하고 군 행정에도 반영할 계획이다.

[파주시] 형식을 파괴한 현장위주의 행정

▲ 파주시청을 방문한 일행들이 권예자 팀장으로부터 혁신사례를 설명듣고 있다. ⓒ 이화영


우리는 14일에 파주 부시장과 인터뷰를 약속해 놓은 상태여서 마음이 바빴다. 하지만 출발보고가 늦어져 약속시간보다 1시간 정도 늦게 도착하면서 일정을 급변경해야 했다.

파주시는 5읍과 7면 2개동의 행정구역으로 구성됐으며, 인구는 31만3000명이다. 1년 예산은 5800억원이며 재정자립도는 49.4%로 지난해보다 7%가 늘었다. LCD 클러스터 조성, 종합대학 3개 유치로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있는 도시다. 또한, 형식을 파괴하고 현장위주의 행정으로 혁신을 견인해 전국에서 '파주 배우기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잘나가는 도시다.

▲ 권예자 파주시청 기획평가담당 ⓒ 이화영

파주시의 혁신사례를 소개한 권예자 파주시청 기획평가팀장은 멀리서 방문한 공무원들에게 한 가지라도 더 알려주기 위해 관련 자료를 보여주며 설명하는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권 팀장을 통해 파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볼 수 있었다.

파주시는 다른 자치단체와 달리 행정지원부서는 축소하고 시민들을 직접 만나고 민원을 해결하는 현장부서를 확대했다. 울산과 서울 등은 퇴출대상 공무원을 뽑아 현업부서에 보냈지만 이곳은 반대로 우수한 인력을 민원현장에 근무케 하고 승진도 시키고 있다.

권 팀장은 "내가 있는 이 자리가 한직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른 자치단체는 본청이 읍면동보다 먼저 승진하지만 우리는 반대"라고 했다. 본청보다 읍면동사무소에 우수한 공무원들이 근무하고 서기관·사무관 등 승진도 먼저 한다는 얘기다.

파주시는 매월 우수한 공무원을 선발해 G&G(Good & Great)상을 주고 있다. 2005년부터 매월 10명 이내 인원을 선발해 시상하고 있다. 누구나 공감하는 수상자를 선발하기 위해 3번을 심사한다. 부상은 기본급의 100%가 현금으로 주어진다.

권 팀장은 "직원들은 대통령상보다 더 받고 싶어하고 훌륭한 상으로 인정한다"고 귀띔했다. 상을 주는 것이 선거법 문제의 시비가 있어 안전장치인 내부조례를 만들어 시상하고 있단다.

반대로 부정이나 비위로 적발된 직원은 내부 게시판에 공개하고 가차 없이 대기발령 시킨다. 이런 노력 때문에 시의 청렴도가 전국 평균을 상회하는 91.3%에 이르고 경기도 전체에서 2위를 차지했다. 권 팀장은 "과천이 1위지만 우리가 1위라고 자부한다"며 "과천은 침체된 도시지만 우리는 개발이 한창인 도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권 팀장은 "파주시청은 일하는 조직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며 "시청 고위급 간부인 국장들조차 컴퓨터 관련 자격증이 있을 정도"라고 했다.

▲ 풀어쓰면 20여장이 넘을 듯한 1장짜리 보고서. 앞서가는 파주의 단면을 보여준다. ⓒ 이화영

파주시청의 변화는 보고문화에서 쉽게 읽을 수 있다.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인사권자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내용을 부풀리고 예쁜 보고서를 만드는데 정성을 쏟는 것이 현실이다. 1시간이면 충분한 보고서를 하루를 투자한다. 하지만 이곳은 1장짜리 흑백 보고서 만들기를 일반화 했고 이를 위해 교육도 시켰다.

또한, 파주시에서는 이메일이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전화 보고 등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유화선 파주시장은 지난해 월례조회에서 "웬만하면 말로 보고하고 이메일이나 전화로 보고해도 된다"며 "직원들이 보고서 쓰는데 3~4시간씩 매달리면 일은 언제 하느냐"고 했단다. 권 팀장은 "나도 웬만하면 메일로 보고하는 것으로 끝낸다"고 했다.

파주시는 깨끗한 거리를 만들기 위해 쓰레기와 불법 주정차·광고물·노점상을 없앴다. 큰 반발이 있었지만 변화의지를 굽히지 못했다. 유 시장은 "욕은 시장이 먹을 테니 공무원들은 소신껏 밀고 나가라"라며 힘을 실어 줬단다. 표를 의식한 대부분의 자치단체장들은 민원이 발생하면 관계공무원을 불러 다시 검토해 보라고 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 파주시내 아파트 상가의 간판들이 보기좋게 정돈돼 있다. ⓒ 이화영


파주시는 민원처리기간도 대폭 단축시켜 개발행위는 15일에서 7일, 공장설립은 13일에서 6일, 건축허가는 7일에서 3일으로 줄었다. 이를 위해 170종의 시장 결재 권한을 36종만 남기고 부시장·국장·실무자에게 넘겼다. 군부대가 많은 지역의 특성상 협의사항이 많아 매일 직배송과 직접회수, 공동전산망 구축으로 이를 해결했다.

'변화의 원동력이 무엇이었느냐'는 물음에 권 팀장은 "혁신과 변화는 실무자들이 하고자 하는 마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자치단체장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안산시] 지역 특성에 맞춘 24시간 민원서비스

▲ 안산시청 고객감동센터(민원실)에 의자. 민원인들을 위한 배려가 돋보인다. ⓒ 이화영


다음 방문한 곳은 365일 24시간 중단 없는 민원서비스 제공으로 뜨고 있는 안산시였다. 안산은 73만명의 인구 중 15%인 11만명이 산업체 노동자다. 2~3교대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특성상 일과시간에 민원업무를 보지 못하기 때문에 실시하게 됐단다.

타 자치단체의 경우 민원을 처리하는 곳을 종합민원실 등으로 통칭하지만 이곳은 '25시 민원감동센터'라고 명명했다. 김제교 시민감동담당으로부터 안산시의 야간 민원실 운영에 대해 들었다.

▲ 김제교 안산시청 시민감동담당 ⓒ 이화영

지금도 내부 반발이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았지만 처음 실시 땐 불만이 대단했단다. 안산시는 반발을 최소화하고 공무원들이 행복해지지 않으면 민원인도 행복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야간근무인력을 공개모집을 통해 구성했다.

근무자는 6급으로 20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선발했다. 이들에게는 승진과 경제적인 면에서 혜택을 준다. 인사 시 먼저 승진토록 배려하고 초과근무 시 4시간만 인정되지만 야간 민원근무의 경우 전체 근무시간을 초과근무로 인정한다. 또한, 성과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S등급을 준다.

근무형태는 12시간씩 2교대로 일하고 본청에는 2명이, 2개의 동에는 취객 등의 행패를 우려해 4명이 근무한다. 주민등록등본을 비롯해 40여종의 민원서류를 발급하고 시민들의 불편사항도 접수받고 있다.

김 담당은 "유능한 직원들이 현장 근무에 투입되고 있다"며 "과거의 관행과 틀을 깨야지 그러지 못하면 변화는 기대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한 "24시간 민원서비스를 올해 3월 3일부터 시작했는데 우리는 이것을 3·3민원혁명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김 담당은 "시민들은 아무 때나 와도 민원을 볼 수 있으니까 너무 좋아한다"며 "낮에는 조금의 불편에도 얼굴을 붉히지만 밤에는 너무나 고마워한다"고 했다.

서울 등 인근 자치단체에서 24시간 아무 때나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민원인들이 이곳을 찾는다. 여권발급의 경우 지금추세라면 2억원 정도가 세수로 들어오기 때문에 인건비는 해결되는 셈이다.

안산시는 3월 한달 동안 8537건의 민원을 처리했다. 이중 주민등록등초본 발급(4498건)이 가장 많았고 인감증명 발급(2326건)이 그 뒤를 이었다. 요일별로는 토요일 이용률(1623건)이 높았고 월요일(1541건), 수요일(1186건) 순으로 높았다. 방문한 민원인은 회사원(1745명)이 가장 많았고 다음은 주부(962명)로 조사됐다.

앞으로 동 주민자치센터에 새벽 어학강좌 및 야간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우편물 무인접수, 현금입출금기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안산세무서와 한국전력 등과 연관된 민원서비스를 실시와 야간 무료법률 상담을 계획 중이다.

김 담당은 "다른 자치단체에서 많은 문의와 볼멘 전화를 동시에 받고 있고 방문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며 "자치단체마다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모두가 실시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 4명이 2만원으로 안산시민시장에서 아침과 점심을 동시에 해결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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