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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원으로 2박3일 동안 500km를 누비다

충북 음성군 혁신발굴 프로그램②

등록|2008.04.21 18:10 수정|2008.04.22 10:34

▲ 친절하게 우리일행을 안내해준 중미산 자연휴양림 직원들과 ⓒ 이화영


[중미산 자연휴양림] 숲 해설, 오리엔티어링 반응 좋아

양평에 위치한 중미산 자연휴양림은 산림레포츠형 휴양시설이다. 최문섭 중미산 자연휴양림 숲 해설가로부터 이곳의 현황에 대해 들었다. 이곳에는 4인실 7동, 7인실 5동, 16인실 1동으로 구성된 숙박시설과 야영데크 30개소, 오토캠프장 5개소와 1.2km의 숲 체험 코스가 있으며 등산코스 2개소(2176m/6436m)가 정비돼 있다.

주변관광지로는 가족과 함께 별자리 여행을 체험할 수 있는 중미산 천문대가 자연휴양림에서 5분 거리에 있으며, 30분 거리에는 '마의태자'와 '의상대사'의 전설이 전해지는 수령이 1100년 된 은행나무와 함께 오랜 역사를 지닌 용문사가 위치하고 있다.

▲ 최문섭 중미산자연휴양림 숲 해설가 ⓒ 이화영


숲 해설과 오리엔티어링 대회 프로그램이 운영되면서 직장·학교·종교단체 등에서 이용객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산림청에서 숲 해설 전문가로 위촉받은 강사가 120만평의 중미산 자연 휴양림 숲 체험 코스를 돌며 나무이야기·야생화관찰하기·맨발로 걸어보기·자연놀이 등을 교육한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자연학습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방학기간인 7월 중순부터는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숲 해설이 진행된다.

오리엔티어링은 지도와 나침반만 가지고 지정된 구간을 돌아오는 레포츠로 어떤 팀이 정확하고 빠르게 돌아왔느냐가 승부를 결정짓는다. 수준에 따라 난이도 조절이 가능하고 위험 구간에는 전문 강사가 배치돼 이탈을 막는다. 협동심과 우정을 다지기에 손색이 없는 운동이다.

주중과 비수기에도 휴양림 활성화를 위해 오리엔티어링 프로그램이 개발됐다. 이를 위해 직원들이 오리엔티어링 지도자과정을 수료했으며 전문가용과 초보자용 코스를 자체 개발하고 필요한 기자재를 구비했다. 그동안 20인 이상의 단체 이용객이면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실비 정도는 부담해야 한단다.

최 해설가는 "오리엔티어링의 경우 반응이 좋아 확대해 운영하고 싶지만 인력이 부족해 생각에 그치고 있다"며 "휴양림 사업은 대국민 서비스 차원에서 접근해야지 경제성을 강조할 경우 서민들은 이용이 불가능한 시설로 전락한다"는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농촌체험마을] 농가당 1천만원 수익 늘어

▲ 이대섭(사진 오른쪽) 부래미마을 상머슴 딸기밭에서 ⓒ 이화영



▲ 이상택 부래미마을 안머슴 ⓒ 이화영


농촌체험마을을 대표하는 부래미 마을을 들어서자 여느 시골마을과 별반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속이 실하게 차있는 마을임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마을은 외적인 팽창에 치중하지 않고 농촌다움을 그대로 유지해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내가 봐도 깡촌입니다. 산수가 수려하길 하나, 변변한 계곡이 있길 하나 뭐 볼게 없어요."

이천 부래미마을 안머슴 이상택 씨의 말이다. 상머슴은 이장, 안머슴은 총무, 마당쇠는 마을홍보 담당자를 일컫는다. 마을 임원을 머슴으로 불러 고압적인 분위기를 없앴다.

마을 주민은 30가구 76명이 전부지만 한해 2만명이 넘는 농촌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체험마을을 운영하기 전에는 1가구당 2300만원의 농가수익을 올렸지만 지금은 이보다 1000만원이 더 늘었다.

▲ 이대섭 부래미마을 상머슴 ⓒ 이화영


이 안머슴은 "처음 시작할 때는 마을 어른들이 반대도 있었고 반신반의 했다"며 "지금은 노인회를 중심으로 어른들이 나서서 '이 일을 꼭 해야 한다'며 마을 환경정화를 도맡아 하고 있다"고 했다.

이 마을에선 농촌에서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체험이 가능하다. 계절별로 체험거리를 만들어 놓았을 뿐만 아니라 도예·사물놀이·황토 염색 등의 체험을 해볼 수 있다. 귀농자 중에 농사 이외에 다른 특기를 가진 사람들이 있어 농촌체험 프로그램이 다양해졌다

이대섭 상머슴은 "농촌체험 관광객들이 수확과 소비를 함께 해주기 때문에 이 마을 농민들은 농사만 잘 지으면 된다"며 "이 곳은 예약 위주로 운영되기 때문에 예약하지 않으면 헛걸음을 하는 경우가 발생된다"고 당부했다.

한미자유무역협정, 농산물 가격 하락 등으로 농촌이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 하지만 부래미마을은 이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여행 후기] 소주가 공짜-웬 횡재

▲ 오픈기념 소주가 공짜 와~~~ ⓒ 이화영



기자가 참여한 팀에는 경기도 지역이 맡겨졌고 2박 3일 동안 음성을 출발해 파주시청→파주일원→안산시청→안산 시민시장→양평 중미산 자연휴양림→이천시 율면 부래미 마을→음성도착으로 일정을 잡았다. 500km가 넘는 녹록지 않은 거리다.

이번 여행을 함께할 3명의 동행인들과 수차례 회의를 가졌지만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았다. 혁신을 이끌고 있는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방문 일정을 잡다 보니 거리가 멀어 시간과 여행경비가 턱없이 모자랐다. 숙식비를 최대한 아끼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첫날 파주에서 라면으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고 안산에 도착해 이곳저곳을 가봤지만 만만한 가격의 숙소가 나타나지 않았다. '2만 원짜리 숙소'가 눈에 쏙들어왔다. 아니나 다를까 계산을 하고 방에 들어서자 메케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난방을 안 하는지 전기장판이 깔려있다. 이름만 장급 여관이지 여인숙 수준이다.

▲ 여인숙 같았던 장급 여관 ⓒ 이화영



'하루쯤인데 뭐…'라는 생각에 짐을 풀고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아주 빠듯한 여행경비인지라 싼 식당을 찾아 기웃거렸다. 다른 식당과 달리 사람이 북적이는 식당을 발견했다. 일행은 모두 쾌재를 불렀다. 개업기념으로 소주가 공짜였던 것.

사람이 빠지길 한참을 기다리다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개업집이라 그런지 유난히 친절했다. 저녁자리가 길어져 공짜인 소주가격이 식비를 훌쩍 넘어서자 예의바른 이순원 팀장은 미안했는지 곱창 1인분을 더 시켰다. 나중에는 소주 달래기가 미안해 빈병을 앞에 두고 가만히 앉아 있자 종업원이 알아서 가져다주곤 했다.

그렇게 깊어가던 술자리를 끝내고 주인에게 '대박 나실 겁니다'라는 인사치레를 건네자 주인은 웃어 보였지만 돌아서는 뒷모습에는 씁쓸함이 묻어 있다.

다음날 안산시청을 방문하고 안산시민시장을 찾았다. 순대로 간단히 아점(아침&점심)을 해결하고 나오는데 닭이 한 마리가 2500원이란다. 마침 숙소를 휴양림으로 정한 터라 밥을 해먹어야하는 형편이어서 맛있는 닭볶음탕을 떠올리며 구입했다.

숙소에 도착해 닭에 기름을 제거하고 온갖 정성을 쏟아 요리를 완성했다. 내가 요리를 한 것도 그렇고 좋아하는 닭볶음탕으로 나름대로 풍성하게 차려진 밥상을 마주하고 흐뭇했다. 하지만 웬만큼 하악근이 발달하지 않은 사람은 살을 뼈에서 분리할 수 없을 정도로 질겼다. 식재료인 닭이 완전 폐계였던 것.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수확은 하체가 튼튼해 진 것이다. 5km이내의 웬만한 거리는 걷다보니 자연스레 하체가 튼튼해 졌다. 하지만 쉬 찾아오는 허기는 어쩔 수 없었다.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준비해준 이재무 음성군청 서무담당과 직원들에게 감사드린다.

▲ 농로(사진 위), 인도(사진 중간), 아스팔트(사진 아래) 걷고 또 걷고 ⓒ 이화영



▲ 시내버스 타고(사진 위), 지하철 타고(사진 아래) ⓒ 이화영


덧붙이는 글 이화영 기자는 충북 음성군청 공무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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