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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억원 박물관에 관장은 없다?

천안시, 별도의 박물관 기구 신설 없이 사적관리소에 통합 운영

등록|2008.04.21 11:49 수정|2008.04.21 11:49

▲ 9월 개관 예정인 천안박물관의 모습. ⓒ 윤평호

충남 천안시가 수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완공한 천안박물관이 별도의 관장 선임 없이 운영될 전망이다.

건물 완공과 전시유물 확보 등 총 410억원이 투입되어 신축된 천안박물관에 독립적인 관장이 없을 것이라는 소식에 문화계와 학계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9월 개관하는 천안박물관, 별도의 관장 지위 없어
삼룡동 261-10번지 일원에 부지 2만9694㎡, 지하 1층 지상 2층의 연면적 6616㎡로 오는 9월 개관 예정인 천안박물관의 관장 지위가 계획단계부터 없었던 것은 아니다.

천안시는 2개의 일반구청 신설을 앞두고 지난달 12일 천안시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에는 천안박물관 운영과 관련된 내용도 포함됐다. 조직개편안에는 천안박물관을 별도의 사업소로 신설하는 방안이 명시되어 있다. 인력은 5급 공무원이 관장을 맡고 6급 이하 9명 등 총 10명으로 사업소를 구성한다는 계획.

하지만 시의 계획은 변경됐다. 시의회에서 새로운 요구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시의회는 천안시 조직개편과 관련해 지난달 18일부터 24일간 '천안시 행정기구 설치 관련 특별위원회(위원장 김영수․특위)'를 운영했다.

특위는 지난 10일 활동종료와 함께 채택한 결과보고서에서 천안박물관과 천안시사적관리소의 통합을 제안했다. 결과보고서에서 특위는 인력과 예산 절감을 위해 사적관리소의 기구에 천안박물관 업무를 통합해 대과대팀으로 운영토록 집행부인 시에 요구했다.

김영수 특위위원장은 "사적관리소와 천안박물관의 기능에 중복이 있으며 개관전 천안박물관 업무가 많지 않은 점을 감안해 두 기관의 기능적 통합을 특위 차원에서 제안했다"고 말했다.

시는 특위의 요구를 수용해 조직개편안과 정원조정안을 일부 수정했다. 천안박물관의 경우 당초의 독립적인 사업소 신설은 백지화하고 사적관리소 소속으로 개편을 결정했다. 이에따라 당초 계획한 5급 공무원의 별도 박물관장 직위는 없어졌고 박물관과 관련한 신설 팀도 관리, 시설, 학예 3개 팀에서 2개 팀으로 축소됐다.

독립적인 천안박물관장은 없고 5급 공무원인 천안시 사적관리소장이 박물관 업무를 총괄하는 구조가 된 것. 시가 박물관을 사업소가 아닌 팀 체제로 축소하고 사적관리소를 유지키로 결정한 배경에는 천안이 유관순 열사 사우가 소재한 고장이라는 점과 유 열사 관련 단체의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 천안시의회 천안시 행정기구 설치 관련 특별위원회의 회의 모습. ⓒ 윤평호

문화계·학계, 관장 없는 박물관은 '격에 맞지 않는다' 지적

천안박물관이 별도의 관장이나 독립적인 기구 없이 사적관리소와 통합 운영된다는 소식에 문화계와 학계는 납득할 수 없다며 개선 필요성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박물관장을 전문성을 갖춘 외부인사로 위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천안박물관의 입지 선정과 설계용역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던 김성열 천안향토문화연구회 회장은 "박물관의 관장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 박물관의 명성과 지위가 달라진다"며 "전문성과 경력을 갖춘 수준급 있는 외부 인사로 박물관장을 선임해야 된다는 것이 자문위원들의 일관된 요구였다"고 말했다.

서울역사박물관 연구관을 역임한 김영관 청계천문화관 관장은 한층 격앙된 어조로 천안시 결정을 성토했다.

김 관장은 "천안시의 역사문화인식 수준이 의심스럽다"며 "인구 50만을 상회하는 천안시 규모에 비춰봐도 별도의 박물관장이나 독립적인 기구 신설없이 박물관을 사적관리소에 통합운영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다수 자치단체들은 시립박물관을 별도 기구로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주역사박물관과 안동민속박물관, 속초시립박물관, 충주박물관, 청주고인쇄박물관 등은 5급 공무원으로 박물관장을 위촉, 독립적인 기구로 운영되고 있다.

이견은 천안시의회 내에서도 제기됐다. 전종배 의원은 "천안박물관의 설립 취지와 투입예산, 박물관의 특성을 고려할 때 박물관은 별도의 기구 운영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특히 전 의원은 "박물관 개관 전 능력있는 관장을 선임해야 박물관 업무를 전체적으로 조율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관장은 공개채용을 통한 외부인사 선임이 옳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장의 외부인사 선임이 이뤄지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는 최근 의회에 제출한 시정질문답변서에서 "천안박물관에는 전문성을 갖춘 학예연구사 4명을 배치해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박물관장의 외부 전문가 영입 의사에 대해서는 "앞으로 운영과정에서 문제점이 발생하거나 외부 전문가의 영입 필요성이 대두될 경우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천안박물관 입장료 일반 1천원, 어린이 5백원
사진촬영 1점당 2만원, 천안시 박물관 운영조례안 입법예고
9월 개관 예정인 천안박물관은 1월1일, 설날 및 추석 당일, 매주 월요일, 시장이 정한 날 등에 휴관한다.

박물관 관람료는 19세~64세의 일반, 13세~18세의 청소년 및 군인, 7세~12세의 어린이 등으로 나뉘어 개인 및 단체권으로 구분된다. 개인 일반은 1천원, 단체는 800원이다. 청소년.군인은 개인과 단체가 각각 700원과 500원. 어린이 개인은 500원, 단체는 300원이다.

또한 박물관의 효율적인 관리운영을 위해 박물관과 관련해 전문분야의 식견과 경험이 풍부한 이들로 15인 이내의 박물관 운영 자문위원회가 구성된다.

박물관 자료는 구입, 기증, 기탁, 관리전환 등의 방법에 의해 취득하며 기증 자료에 대해서는 예산 범위 안에서 기증자료 평가액의 20퍼센트 이내로 사례비를 지급할 수 있다. 박물관 자료의 이용료는 사진촬영은 1점당 2만원, 사진원판 이용은 1매당 1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박물관에 식당, 매점, 기념품 판매점 등 편의시설을 설치 운영할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위탁할 수 있다. 시는 이 같은 내용의 천안박물관 운영 조례안을 지난 8일 입법예고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476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윤평호 기자의 블로그 주소는 http://blog.naver.com/cns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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