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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쇠고기 안 먹겠다는 건 정치논리"

이 대통령 발언 논란 예고... "맘에 안들면 적게 사면 돼"

등록|2008.04.21 11:21 수정|2008.04.25 16:10

▲ 이명박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 총리가 21일 오전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결과보고장에서 한국측 조석래 전경련회장(왼쪽), 일본측 미타라이 후지오 경단련회장(오른쪽)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간 쇠고기협상의 타결과 관련 "선택이 한국쪽에 있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 양보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라며 "우리가 미국 고기를 안 먹겠다고 결심할 문제인가, 그런 얘기는 정치논리"라고 주장했다.

미국에 이어 일본을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21일 수행기자단과의 조찬간담회에서 이 같은 인식을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제한 조치를 취한 이유를 사실상 '정치논리'로 규정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그동안 농림수산부 등 정부 당국은 미국산 쇠고기가 국내 검역기준을 번번히 위반해옴에 따라 국민건강권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수입제한 조치를 취해왔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 점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 없이 '정치논리'에만 초점을 맞췄다.

이 대통령은 "쇠고기 협상을 일찍 할 수 있었으면 전혀 관련이 없는데, 미루다가 이렇게 됐다"며 "(우리는) 고기를 사는 입장이니까 맘에 안들면 적게 사면 되는 것 아니냐, 강제로 공급하는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낙농업 하는 분들의 숫자가 적으니까, 보상 문제는 나중에 별도로 하고, 도시 근로자가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쇠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며 "도시 근로자들이 질 좋은 고기를 값싸게 먹도록 한다는 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져서 그런 말이 나오는데, FTA 문제가 없더라도 어떻게든 해야했던 문제"라고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이번에 계기는 좋았다"며 "미국 정부도 상당히 고맙게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 말해 FTA와의 관련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한미 FTA 비준 전망과 관련 "부시 정부가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금년 안에 (비준안이 처리)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민주당 대선후보인) 오바마나 힐러리도 'FTA를 반대한다'면서도 '한미관계는 강화돼야 한다'는 말을 뒤에 꼭 붙이더라"고 말했다. FTA를 반대하고 있는 미 민주당 후보들이 차기 정권을 잡더라도 한미 FTA가 미국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에 찬성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이다.

캠프데이비드에서 골프 카트 직접 운전한 것은 이 대통령 제안

이 대통령은 이번 한미 첫 정상회담에 대해 "국가 정책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신경을 썼고 힘도 많이 들었다"며 "미국측이 배려를 많이 했고 비교적 성공적인 방문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또 캠프데이비드 정상회담에 대해 일각에서 "쇠고기 시장을 개방하는 등 숙박료를 너무 많이 지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것에 대해 "캠프데이비드에서 하룻밤 잤다고 일부 언론에서 그렇게 쓴 것을 봤는데,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번 한미 협상 과정에 미국 정부가 사전에 자세를 어떻게 확립했느냐가 중요하다"며 "미국 측은 한미관계 복원이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에 불리하거나 정치적 문제가 될 것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일체 얘기하지 말자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가 될 것으로 예상했던 미사일방어(MD) 체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아프가니스탄 파병 등 민감한 현안 문제에 대해 이 대통령은 "공사석에서 전혀 아젠다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이 '이 대통령이 힘들어하거나 어려운 입장은 얘기하지 말자'고 했다"며 "분위기로 봐서 PSI 등의 문제는 당분간 안 나올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캠프데이비드에서 부시 대통령 대신 이 대통령이 직접 골프 카트를 운전한 것은 이 대통령의 즉석 제안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관례상 캠프데이비드를 방문하는 외국 정상을 영접하기 위해 부시 대통령이 직접 카트를 운전했으나, 이번에는 이 대통령이 운전대를 잡았고, 이는 부시의 제안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내가 먼저 부시 대통령에게 '운전해도 되겠나. 내가 더 안전하게 할 수 있다'고 제안하자, 부시 대통령이 '그러냐, 그렇게 하라'며 굉장히 반가워 하더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1시간 40분동안 카트를 타고 경내를 돌면서 굉장히 친해졌기 때문에 만찬을 할 때는 10년 된 친구처럼 됐다"며 "부시 대통령이 내 손을 잡고 기도하자고 하더라. 굉장히 축복을 많이 해줘서 나도 깜짝 놀랐다"고 감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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