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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값 오르게 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

뉴타운, 혁신도시 그리고 대운하

등록|2008.04.21 12:33 수정|2008.04.21 13:45

▲ 15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3동 한 부동산중계사무소 입구에 '뉴타운 개발 상담 환영' 문구가 붙어 있다(자료사진). ⓒ 권우성

후보자 선택기준, 내 땅값 올리는 능력 가진 사람이 최고?

작년 대선을 앞두고 한 텔레비전 토론회 막바지에서 유권자의 자세와 선택기준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한 교수는 "과거의 이념과 민주주의 같은 큰 담론에 따른 가치판단보다는 자신의 삶에 이익을 줄 수 있는 후보자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후보자 선택기준의 전환이 필요한 시대가 왔다"고 답변을 했다.

나는 기득권자보다는 서민대중의 입장을 이해하고 대변할 수 있는 후보자, 유권자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후보자, 우리사회 발전을 이끌 통합과 화합의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막연하면서도 틀에 박힌 대답일 뿐이었다. 이런 게 유권자에게 먹혀들 리도, 구분해 내기도 쉽지 않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4개월여 지난 작금에 그 교수의 말은 현실에 가까워졌다. 그 말에 대한 해석이 맞는진 모르겠지만, 최소한 수도권의 유권자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말해 왔던 그 '실용'이라는 말을 이해하고 벌써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린 것으로 보인다. 국가의 예산과 정책을 결정하고 감시하며 법률을 제정하는 국회의원에게 필요한 올바른 국가관이나 국가정책적 견해보다는 "내가 가진 땅 값을 올리는 능력"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유권자 사로잡은 '땅값 올리기 프로젝트' 공약

이번 18대 총선에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유권자들은 "당신이 사는 지역의 땅 값을 올려 확실한 불로소득을 보장 하겠다"는 후보자에게 한 표를 던졌다. 수년 전부터 각종 개발사업으로 땅 값 올리고, 민간투자사업으로 재벌특혜를 준다고 성명내고 폭로해온 경실련조차 미처 대응하지 못한 사이에 '뉴타운 지정과 건설' '경전철 조기건설' '특목고, 자사고 유치' '공원 녹지조성' 등으로 포장된 '땅 값 올리기 프로젝트' 공약이 유권자들을 사로잡고 말았다. 

지난 며칠 동안, '뉴타운'의 진실공방과 함께 '혁신도시' 건설의 재검토니, 예정대로 추진이니, 계획수정 후 추진이라느니 하는 이명박 정부 관계자의 발언에 '울고 웃는' 측은한 우리 유권자의 모습이 '9시뉴스'를 장식했다. 투자가 활성화되고 생산활동이 증대되며 일자리가 늘어나는 경제성장이 서민들의 소득증가로 이어진다는 경제살리기에 대한 기대감은 순진한 일부 지역유권자에게만 남아 있을 뿐이다.

개발호재로 주변 땅 값이 상승하면 내가 가진 땅 값이 오르든지, 최소한 개발에 따라 보상이라도 받는 것이 우리 국민들의 유일한 낙(樂)이 되어버린 듯하다. "모든 세상 소식이 희망을 줄 것이라고는 별로 없는 판에 뭐라도 즐거움을 가져다 줄 수 있다면 좋은 것 아니겠냐?"고 하는 전문가나 정치인이 나타날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땅 값 올리기 프로젝트'는 대다수 서민들에겐 도움이 되지 못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옳지 않다.

AI보다 더 무서운 전염성...

노무현 정부의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행복도시 건설이라는 지역 땅값 상승의 노력이 이제는 이명박 정부에게로 옮겨 왔다. '한반도 대운하'를 통해 지역개발의 기대감을 부풀리고, '5+2 광역경제권 구축'을 통해 前 정권의 각종 개발계획을 통한 '땅값 올리기'를 '이름 바꾸기'를 통해 새롭게 추진할 예정이다.

똑같은 땅 값 상승을 통해 불로소득을 꾀하는 욕망도 다른 정권에서는 안 되며, 내 정권을 통해 구현해서 내 성과로 삼아야 하겠다는 정치인들의 욕망과 유치한 사기 행각에 우리 유권자들도 전염되어 가고 있다. 요즘 전국을 술렁이게 하는 AI 보다 더 무서운 전염성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돈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자기 집값 땅값 올려준다는데 싫다는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그래?" 하면서 그냥 넘기기엔 우리들의 현실이 너무 서글프다. 개인의 욕망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하고, 공익을 해치지 않을 때 정당화될 수 있다는 주장을 굳이 펴지 않더라도, 개인의 욕구를 나라의 장래를 짊어지고 갈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는 자들이 무책임하게 공론화하고 유권자는 비밀선거를 통해 힘을 실어주는 현실이 정상은 아니지 않은가?

반대로 혁신도시는 내가 사는 지역과는 상관없는 일이니 되든 안 되든 상관할 필요가 없고, 한반도 대운하 개발은 나에게 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할 것이 뻔하기에 반대 측 주장에도 일면 동의할 수 있고, 아니면, 뉴타운 개발은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굳이 반대하지 않는다는 중립적일 듯한 입장도 또 하나의 다른 선택으론 표현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우리 유권자들이 중심 잡을 다음 기회를 기약해 본다.
덧붙이는 글 차진구 경실련 대운하감시단 사무국장이 작성한 글입니다. 다음블로거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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