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단식하는 강기갑 "참담했고 참담했고 참담했다"
[인터뷰] "정부의 쇠고기 협상, 국민 생명도 농가 생계도 다 내줬다"
▲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21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지난 18일 타결된 한미 쇠고기 수입협상 결과에 항의하며 사흘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 유성호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다른 표현을 찾기 어렵다는 듯 같은 단어를 연방 내뱉었다. 지난 18일 타결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개정을 위한 한-미 협상을 두고서다. 강 의원은 이 협상을 두고 '막가파식 광우병 쇠고기 협상'이라고 불렀다.
"쇠고기 협상 타결 소식에 당선인사 접고 상경"
17대 국회에서 '농민의 이름'으로 비례대표 배지를 단 강 의원. 이번 총선에서 경남 사천을 지역구로 출마해 한나라당 사무총장 출신의 이방호 의원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한가하게 당선사례를 하고 다닐 수는 없었다. 협상 타결 소식을 들은 강 의원은 이튿날(19일)로 짐을 싸 상경했다. 그리곤 청와대 앞에 자리를 깔고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강 의원은 "협상 소식을 듣고서도 당선 인사를 하고 다닐 수가 없었다. 견딜 수 없이 참담한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21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지난 18일 타결된 한미 쇠고기 수입협상 결과에 항의하며 사흘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손에는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가 펴낸 860쪽 분량의 <대한민국과 미합중국간의 자유무역협정 비준 동의안 검토 보고서>가 들려 있었다.
"이렇게까지 내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강 의원은 '쇠고기 협상' 타결 소식을 듣고 난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강 의원은 "검역주권을 완전히 포기해버린 협상"이라며 "(미국이) 달라는 걸 다 줘버렸기 때문에 우리가 받아온 건 없다. 협상이라고 할 수도 없는 내용"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 국민들은 뼈를 즐겨 먹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는데 뼈있는 쇠고기의 수입을 허용해 아무것도 못 지켰다"며 "거기에다 미국이 '동물사료 금지조처 강화안'을 공포할 경우 연령제한을 완전히 없애기로 했다"고 개탄했다.
"이렇게까지 다 내주다니... 협상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내용"
강 의원은 이번 협상에서 특정위험물질(SRM) 가운데 척추뼈·뇌·눈 등 5개의 수입이 허용된 부분도 강력히 비판했다.
강 의원은 "뇌, 척추뼈, 뇌수에는 광우병 감염 물질인 변형 단백질 프레온이 들어 있다"며 "정부가 국민 건강을 지켜야 하는 책무를 다 포기했다"고 성토했다.
강 의원은 우리 정부가 한-미 FTA와 쇠고기 협상은 별개로 다루겠다는 원칙을 버린 점도 지적했다.
강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FTA에 목을 매고 있으니 미국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일정 정도 양보할 수 있는 사안까지도 100% 받아낼 수 있다는 확신을 했을 것"이라며 "그 요구에 우리 정부가 조공 바치듯 다 갖다 바친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이런 협상결과를 놓고 지역구에서 당선 인사를 하고 다닐 수가 없어 그 다음날로 쫓아 올라왔다"며 "정신이 참 있는 사람들인가 싶을 정도로 참담했다. 참담했고… 참담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안그래도 사료값 인상으로 도산 농가가 줄 잇고 농민들이 절규를 하고 있는데 정부가 이들의 뒤통수에 바위를 굴려버렸다"며 한숨지었다.
"뼈있는 쇠고기 들여놓고 뼈는 먹지 말라고 할 건가"
▲ 강기갑 의원이 21일 오전 서울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중단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강 의원은 "오늘 이 대통령이 미·일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니 내일 오전 즈음 단식 농성을 정리하고 여야 의원을 모아 굴욕적이고 일방적인 정부의 쇠고기 협상을 바로잡는 견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 대통령이 5월 임시국회 중 처리를 요구한 한-미 FTA 비준동의안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강 의원은 "(비준안의 5월 처리를) 막아야한다"며 "상임위마다 청문회, 공청회를 통해 분야별 검증을 철저히 거쳐야하지만 아직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다. 검증과 대책 마련, 예산 확보까지 해 책임을 질 수 있도록 18대 국회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식으로 시작, 단식으로 끝난 의정활동... 이번이 여섯번째
"이번 단식이 몇 번째이냐"는 질문에 강 의원 자신도 정확한 회수를 대지 못했다. 그럴 만하다. 강 의원의 의정활동은 '단식으로 시작해 단식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강 의원의 이번 단식농성은 여섯 번째. 모두 국민 생명과 안전, 농민의 사활이 걸린 문제 때문이었다.
그가 국회의원으로서 한 첫 단식농성은 2004년 7월이다.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이라크 파병 반대를 위한 단식농성을 할 때 동참했다.
같은 해 12월 22일부터 31일까지는 '쌀개방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을 벌였다.
이듬해 말에는 쌀개방 협상 국회 비준 저지를 위해 29일이나 곡기를 끊었다. 현역의원으로서는 최장기간이었다.
강 의원은 지난해 1월에는 한-미 FTA 7차협상 기간에, 지난 2월에는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상정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단식 농성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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