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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바구니에, 나는 카메라에 봄을 담았다

[포토] 봄이 만연한 들녘에서 보낸 오후 한때

등록|2008.04.21 15:13 수정|2008.04.21 15:13
우리는 차마 집에 있을 수 없었다. 바깥에서 봄바람이 오라고 손짓하는데 배겨낼 재간이 없었다. 그래서 아내와 나는 들로 나섰다. 아내는 호미와 바구니, 나는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역시 봄바람이 우리 더러 나오라고 부른 이유가 있었다. 이날따라 봄바람이 오버액션을 하는 바람에 들꽃들이 정신이 없었다. ‘살랑살랑’이 아니라 ‘휙휙휙’이었다. 하얀 꽃, 보라 꽃, 노란 꽃 등이 봄바람을 타고 삼바 춤을 추고 있었다.   그건 분명히 안단테가 아니라 포르테였다. 들녘이 온통 무도회장이 되어 버린 지 오래였다. 들꽃들의 춤과 향기와 자태에 정신을 잃은 것은 나였다. 이 모두가 우리를 불러낸 봄바람의 작품이었다.
나는 들꽃들과 낭만을 즐길 때 아내는 고사리, 냉이, 씀바귀 등을 캐느라 바빴다. 들녘에만 나오면 나물에 관심을 더 주는 것은 아내의 특질이었다. 흡사 옛날 옛적에 아낙네는 콩밭 메고, 서방은 한량이 되어버린 듯. 그렇게 나는 봄 들녘을 카메라에 주워 담느라 바빴고, 아내는 바구니에 주워 담느라 바빴다.
아내의 바구니에 나물이 차니 집에 갈 때가 되었고, 나의 카메라에 사진이 차니 돌아 갈 때가 되었다. 아내도 허리를 펴고, 나도 허리를 펴고. 그 순간 아내도 봄바람이 고맙고, 나도 봄바람이 고맙고.   우린 그렇게 사월의 봄을 한 아름 주워 담아 일상으로 돌아갔다.

들꽃14나도 조금 있었면 100만불짜리 미소를 보여 주겠다. ⓒ 송상호

들꽃1푸른 잎과 함께 아주 조화롭게 피었다. ⓒ 송상호

들꽃2쌍둥이 자매가 함박 웃음을 웃고 있다. ⓒ 송상호


들꽃3화려한 몸동작에 정신이 잠깐 나갔었다. ⓒ 송상호

들꽃5그들은 모두 싱싱했다. ⓒ 송상호

들꽃6삼형제는 그렇게 힘찬 몸짓을 하고 있었다. ⓒ 송상호


들꽃7바위라도 생명의 행진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 송상호

들꽃9두 자매는 동생을 봐주고 있었다. ⓒ 송상호

들꽃10기분 좋은 인테리어다. ⓒ 송상호

들꽃11그들의 형제애를 차마 말릴 수 없었다. ⓒ 송상호

들꽃12그들의 수다가 시작 되었다. ⓒ 송상호

들꽃13세상에 봄을 알리는 분홍 스피커들이다. ⓒ 송상호

-2008. 4. 20 일요일 오후 더아모의집 봄 들녘에서 -

덧붙이는 글 ‘더아모(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모임)의 집은 경기 안성 금광면 장죽리 시골 마을에 자리 잡고 있다. 홈페이지는 http://cafe.daum.net/duamo 이며, 본인은 이곳의 목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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