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하얀 배꽃의 유혹
배꽃 터널을 거닐며 결혼식 장면을 떠올리다
▲ 배꽃의 아름다움맑고 투명한 배꽃의 아름다움 ⓒ 이인옥
흔히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하는데 4월의 풍경은 전혀 다릅니다. 봄이 그려내는 4월의 풍경은 너무 맑고, 화사하고, 아름다워서,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어느 화가가 이보다 더 잘 그릴 수 있을까요?
연두빛 푸르름으로 색칠된 산을 병풍처럼 두른 산밭에는, 백옥 같이 하얀 배꽃이 유혹하며 어서 오라 손짓합니다. 눈부신 배꽃 따라 카메라 달랑 들고 길을 나섭니다.
▲ 배꽃목을 길게 내밀고 차도를 향해 손을 흔드는 배꽃의 모습 ⓒ 이인옥
충남 연기군 서면 일대에는 머루포도와 배를 재배하는 농가가 많습니다. 집 밖을 나서면 쉽게 만나는 풍경이 포도밭과 배 밭입니다. 혹시 배 밭 터널을 건너보셨는지요?
배나무가 양쪽에서 가지를 뻗어 둥그렇게 터널을 만들고 하얀 꽃으로 장식해 놓았습니다. 그 밑에는 초록빛 풀들이 아기자기한 꽃들을 피운 채 융단을 깔아놓았습니다. 사뿐사뿐 그 터널을 건너다보면 결혼식을 올릴 때 모습이 그려져 설레기까지 합니다.
▲ 배꽃배꽃이 한껏 아름다움을 뽐내는 모습 ⓒ 이인옥
반짝이는 햇살을 받은 배꽃이 방긋 웃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그 가냘픈 꽃잎에 어찌 그리 매혹적인 모습을 숨겨 놓았을까요. 사진을 찍느라 발길을 돌릴 수가 없습니다. 한 컷 사진을 찍고 나면 다른 포즈로 서 있는 배꽃의 유혹을 어찌 뿌리칠 수 있으리오.
지금 농민들은 배꽃을 수정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배꽃 수정은 붓으로 수꽃가루를 암꽃머리에 묻혀주는 작업으로, 단순해 보이지만 일 년 배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입니다. 수정이 가능한 기간은 짧고 또한 농번기로 일손은 더욱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 그 곱던 얼굴들이 새까맣게 타도록 들녘에서 일을 합니다.
▲ 배꽃하늘을 향해 핀 배꽃 ⓒ 이인옥
▲ 배꽃무리지어 핀 배꽃의 아름다움 ⓒ 이인옥
농민들의 정성을 잘 아는지 배꽃이 참 많이도 피었습니다. 풍성한 가을을 예고하듯 고운 얼굴로 함박웃음 짓는 모습은, 힘든 일손을 잠시 쉴 수 있도록 배려하는 마음처럼 고맙기 까지 합니다.
아름답고 살기 좋은 농촌에서 그려내는 봄 풍경, 그 중 하나인 배꽃의 유혹에 빠져버린 나, 배꽃은 언제 보아도 순수하고 맑고 고와요. 그래서 매년 이맘때면 그 아름다운 유혹에 빠져버리곤 합니다. 배꽃의 유혹에 일단 한번 빠져 보세요. 이 봄이 다 지나가 버리기 전에.
▲ 배꽃 터널배꽃으로 만들어진 터널 ⓒ 이인옥
덧붙이는 글
SBS U포토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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