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닭들의 경고 '인간들아, 너희 때문이다'
[주장] 무분별한 대량사육이 조류독감 확산 부른다
귀농한 지 2년 되었다. 처음부터 유정란 일을 해왔고 지금은 여러 명이 함께 농장 일과 판매 일을 하고 있다. 때문에 지금 벌어지고 있는 조류독감의 근본에 대한 나름대로의 납득할만한 인과관계를 일반사람들보다는 조금은 더 알고 있다.
사실은 나도 달걀의 탄생 체계를 유정란 농장 일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그 전에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달걀이 다 똑같은 달걀이라고 알고 있었고, 그 달걀을 낳아주는 닭들이 어떤 비극적인 환경에 처해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값싸게 제공되는 것 이외에 그것은 내게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오로지 자본의 탐욕으로 인해 일그러진 일생을 보내야하는 돼지나 소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지만 오늘은 닭에 관한 이야기만 해야겠다. 요즘 언론에 무수히 많은 기사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대상이 다름 아닌 내가 깊이 연관되어 있는 조류이기 때문이다.
쉽게 병드는 닭들... 대량 사육의 폐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천지사방으로 번질 기세다. 수백만 마리의 산목숨이 산 채로 무덤에 들어간다. 이건 재앙이다. 그런데 왜 이런 재앙이 닥치는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다. 오로지 '발생하면 죽이는 것'이 일이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지난 19일 새만금 개펄에서 도요새 국제공동조사를 벌이기 위해 방한한 미국 야생동물보전협회(WCS)의 수의사 크리스틴 스미스는 "이제까지 야생조류의 인플루엔자는 문제가 없었는데 밀집 사육된 가금류와 유전자를 교환하면서 독성이 강해졌다"고 했다. 뒤집어서 보면, 가금류의 조류독감 파동이 '밀집사육'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생각할 줄 아는 인간은 성찰해야 한다. 결국 인간의 욕심이 빚어낸 일이다. 자연 속에서 훨훨 자유로웠던 닭은 쉽게 걸리지 않던 병이다. 좁은 시설에서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한 인공적인 시설과 오로지 실용적인 운용으로 대량생산을 한 결과다. 좋은 환경에서 내성을 키운 닭이라면 이렇게까지 전염이 확산 되진 않았을 것이다.
인공적인 시설 안에서 인공적인 사료와 인공적인 약 처방으로 달걀을 낳는 기계가 되어야 했던 닭은 이미 닭이 아니다.
생명체는 자신의 생명을 건강하게 지속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다. 본능뿐만 아니라 능력도 있다. 원래 그렇게 타고난다. 그렇지만 그런 타고난 본능이 인정되고, 능력이 실현되는 조건이 있어야 한다.
닭이 타고난 본능과 능력을 실현할 수 있는 조건은 다음과 같다.
충분히 운동할 수 있는 공간, 적절한 수의 암컷과 수컷, 적당한 밥과 물, 땅을 헤집으며 놀 수 있는 흙바닥·횃대, 바람과 햇빛, 낮과 밤. 외에도 혼자 외롭지 않을 친구들도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현실은 다음과 같다.
혼자 들어가 돌아설 공간도 없는 철망 안, 수컷이 없는 혼자만의 방, 산란촉진제와 항생제와 착색제 그리고 이름을 알 수없는 온갖 약들이 섞여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오는 밥과 물, 흙이라곤 한줌도 없는 차가운 철망바닥에 갇혀있어야 한다.
일생 중 햇빛을 보는 때는 알을 낳기 위해 실려 올 때와 늙어 알을 낳지 못해 죽으러 갈 때 두 번뿐이다. '무창계사'라는 창문조차 없는 효율성 높은 시설 안에서 낮과 밤의 존재도 모른 채 최적의 산란을 위해 강제점등 된 불빛만을 보며 살아야 한다.
이는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현실이다. 이 속에서 인간은 값은 싸지만 건강에는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 달걀을 시장에 쏟아내고 대량의 이익을 얻는다. 그리고 점점 닭들은 당연히 갖고 있어야 할 내성을 잃어버린다.
조류독감의 '무분별 확산', 인간이 낳은 재앙
조류독감은 감기다. 대부분의 건강한 사람들도 감기에 걸리지만 적어도 감기 때문에 죽지는 않는다. 감기에 걸려 죽는 사람은 이미 다른 원인으로 건강을 잃은 허약한 사람이 틀림없다. 아마 지금 닭들에게 주어진 인공적인 공간과 물리적인 조건을 인간의 기준에 맞춘 곳에 어떤 사람이 살고 있다면 그 사람도 오래 살긴 어려울 것이다.
혼자 겨우 눕기만 할 수 있는 철망 안에 갇혀 운동도 못하고, 맛있는 것도 못 먹고,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오는 온갖 약물이 섞인 건조한 밥을 집어 삼켜야 하고, 심지어는 사랑도 못하고, 바람 한 점 햇빛 한 줌 없는 공간에서 적당한 온도와 습도만으로 생명을 연장하되 그것도 모자라 밥값도 못하는 처지가 되면 죽으러 가야하는 신세라고 상상해 보시라. 차라리 감기에 걸려 죽을 수 있다면 다행일 것이다.
조류 독감의 원인에 대해선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 조류독감의 '무분별한 확산'은 닭의 원초적인 본능과 잠재된 능력을 실현해야 할 자연에서 자본의 이익을 위해 닭을 격리시킨 우리 인간들이 자초한 일이다.
닭에게 자연을 돌려주어야 한다. 오로지 그것만이 정답이다. 소의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단백질을 값싸게 얻기 위한 꼼수로, 죽은 소들의 시체를 갈아 산 소들에게 먹였다가 광우병이 생겨났다는 것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훗날 근본을 성찰하지 않는 인간에게 전이되는 신종조류독감의 혹독한 대가를 받지 않을 생각이라면 자연의 섭리를 역행하지 말자.
사실은 나도 달걀의 탄생 체계를 유정란 농장 일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그 전에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달걀이 다 똑같은 달걀이라고 알고 있었고, 그 달걀을 낳아주는 닭들이 어떤 비극적인 환경에 처해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값싸게 제공되는 것 이외에 그것은 내게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었다.
▲ 다단식 닭장이렇게 키우니 조류독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2007년 1월 김제의 산란닭장. ⓒ 동물살처분감시단
쉽게 병드는 닭들... 대량 사육의 폐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천지사방으로 번질 기세다. 수백만 마리의 산목숨이 산 채로 무덤에 들어간다. 이건 재앙이다. 그런데 왜 이런 재앙이 닥치는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다. 오로지 '발생하면 죽이는 것'이 일이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지난 19일 새만금 개펄에서 도요새 국제공동조사를 벌이기 위해 방한한 미국 야생동물보전협회(WCS)의 수의사 크리스틴 스미스는 "이제까지 야생조류의 인플루엔자는 문제가 없었는데 밀집 사육된 가금류와 유전자를 교환하면서 독성이 강해졌다"고 했다. 뒤집어서 보면, 가금류의 조류독감 파동이 '밀집사육'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생각할 줄 아는 인간은 성찰해야 한다. 결국 인간의 욕심이 빚어낸 일이다. 자연 속에서 훨훨 자유로웠던 닭은 쉽게 걸리지 않던 병이다. 좁은 시설에서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한 인공적인 시설과 오로지 실용적인 운용으로 대량생산을 한 결과다. 좋은 환경에서 내성을 키운 닭이라면 이렇게까지 전염이 확산 되진 않았을 것이다.
인공적인 시설 안에서 인공적인 사료와 인공적인 약 처방으로 달걀을 낳는 기계가 되어야 했던 닭은 이미 닭이 아니다.
생명체는 자신의 생명을 건강하게 지속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다. 본능뿐만 아니라 능력도 있다. 원래 그렇게 타고난다. 그렇지만 그런 타고난 본능이 인정되고, 능력이 실현되는 조건이 있어야 한다.
닭이 타고난 본능과 능력을 실현할 수 있는 조건은 다음과 같다.
충분히 운동할 수 있는 공간, 적절한 수의 암컷과 수컷, 적당한 밥과 물, 땅을 헤집으며 놀 수 있는 흙바닥·횃대, 바람과 햇빛, 낮과 밤. 외에도 혼자 외롭지 않을 친구들도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현실은 다음과 같다.
혼자 들어가 돌아설 공간도 없는 철망 안, 수컷이 없는 혼자만의 방, 산란촉진제와 항생제와 착색제 그리고 이름을 알 수없는 온갖 약들이 섞여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오는 밥과 물, 흙이라곤 한줌도 없는 차가운 철망바닥에 갇혀있어야 한다.
일생 중 햇빛을 보는 때는 알을 낳기 위해 실려 올 때와 늙어 알을 낳지 못해 죽으러 갈 때 두 번뿐이다. '무창계사'라는 창문조차 없는 효율성 높은 시설 안에서 낮과 밤의 존재도 모른 채 최적의 산란을 위해 강제점등 된 불빛만을 보며 살아야 한다.
이는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현실이다. 이 속에서 인간은 값은 싸지만 건강에는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 달걀을 시장에 쏟아내고 대량의 이익을 얻는다. 그리고 점점 닭들은 당연히 갖고 있어야 할 내성을 잃어버린다.
조류독감의 '무분별 확산', 인간이 낳은 재앙
조류독감은 감기다. 대부분의 건강한 사람들도 감기에 걸리지만 적어도 감기 때문에 죽지는 않는다. 감기에 걸려 죽는 사람은 이미 다른 원인으로 건강을 잃은 허약한 사람이 틀림없다. 아마 지금 닭들에게 주어진 인공적인 공간과 물리적인 조건을 인간의 기준에 맞춘 곳에 어떤 사람이 살고 있다면 그 사람도 오래 살긴 어려울 것이다.
혼자 겨우 눕기만 할 수 있는 철망 안에 갇혀 운동도 못하고, 맛있는 것도 못 먹고,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오는 온갖 약물이 섞인 건조한 밥을 집어 삼켜야 하고, 심지어는 사랑도 못하고, 바람 한 점 햇빛 한 줌 없는 공간에서 적당한 온도와 습도만으로 생명을 연장하되 그것도 모자라 밥값도 못하는 처지가 되면 죽으러 가야하는 신세라고 상상해 보시라. 차라리 감기에 걸려 죽을 수 있다면 다행일 것이다.
조류 독감의 원인에 대해선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 조류독감의 '무분별한 확산'은 닭의 원초적인 본능과 잠재된 능력을 실현해야 할 자연에서 자본의 이익을 위해 닭을 격리시킨 우리 인간들이 자초한 일이다.
닭에게 자연을 돌려주어야 한다. 오로지 그것만이 정답이다. 소의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단백질을 값싸게 얻기 위한 꼼수로, 죽은 소들의 시체를 갈아 산 소들에게 먹였다가 광우병이 생겨났다는 것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훗날 근본을 성찰하지 않는 인간에게 전이되는 신종조류독감의 혹독한 대가를 받지 않을 생각이라면 자연의 섭리를 역행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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