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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파동' 주범된 비정규보호법 고치겠다"

[18대 초선에게 듣는다 ④] 한나라당 주류로 진입한 'MB직계'... 경남 밀양·창녕 조해진

등록|2008.04.25 10:19 수정|2008.04.25 13:50

▲ 이명박 대통령 후보시절 공보특보를 지냈고 '안국포럼' 멤버이기도 한 조해진 당선자(경남 밀양·창녕)는 친박 인사들의 복당 문제에 대해 "기준 없이 일률적으로 복당을 허용하는 건 안 된다"고 말했다. ⓒ 남소연


'AF009'

한때 조해진(44·경남 밀양·창녕) 당선자의 명함에 새겨졌던 문자다. 이명박 대통령의 산실로 불리는 안국포럼 시절이다.

'AF'는 안국포럼의 영문 약자이고, '009'는 모임 멤버에게 붙여진 일련번호다. 말하자면, 조 당선자는 '안국포럼 9번 멤버'란 뜻이다.

안국포럼은 이 대통령이 2006년 7월 서울시장에서 퇴임한 이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에 만든 개인사무실이다.

조 당선자를 비롯해 백성운(고양 일산동)·강승규(서울 마포갑)·권택기(서울 광진갑)·김용태(서울 양천을)·김영우(포천·연천)·김효재(서울 성북을)·정태근(서울 성북갑)·박준선(용인·기흥)·이춘식(비례대표) 당선자가 주요 멤버다.

이제는 어디있는지도 한참 생각해봐야하는 명함의 뒷면, 그것도 "기사를 보고나서 자세히 보니 그런 게 있더라"고 할 정도로 조그맣게 찍혔던 이 문자는 조 당선자의 정체성을 규정 하는 열쇳말이 됐다. 이른바 'MB직계', 다시 말하면 한나라당의 새로운 주류로 떠오른 신진 세력을 상징하는 단어다.

"'AF009', 'MB직계'... 벗어날 수 없는 호칭"

조 당선자는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 공천에 탈락한 뒤, 이듬해 서울시장이던 이 대통령의 제안을 받고 시 정무보좌관으로 '스카우트'됐다. 대통령은 "대선 때까지 공보 업무를 맡아줄 사람이 필요하다, 지금부터 시에 들어와서 같이 호흡을 맞추자"며 그를 끌어당겼다고 한다. 이후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승리했고, 그도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지역구에서 당선사례로 바쁜 일정을 보내다가 상경한 그를 21일 만났다. 빨간색 넥타이를 맨 말쑥한 정장 차림이었다. 한차례 전쟁을 치른 그는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궁금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 앞에 호처럼 달라붙은 'MB직계'란 말을 어떻게 느낄까.

-이른바 'MB직계'란 꼬리표가 조 당선자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말처럼 돼버렸다. 부담스럽지는 않은가?

▲ ⓒ 남소연


"벗어날 수 없는 호칭"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명박 정부와 '공동 운명체'란 생각이 짙게 배어있었다.

"대통령이 잘 되시면 영광스럽고 명예로운 표현이지만, 잘 안되시면 같이 짐을 져야할 사람이다. 그러나 (그 규정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대통령을 가깝게 모셨고 대통령이 되도록 함께 뛰었으니…. 우리가 잘 해서 그런 표현이 자랑스럽게 되도록 만들어야죠.(웃음)"

얘기가 나온 김에 지난 14일 있었다는 안국포럼 출신 당선자 회동에 대해 물었다. 조 당선자를 비롯해 정두언·백성운·이춘식·김효재·강승규·정태근·권택기·김영우·박준선·김용태 등 11명이 모여 식사를 나눴다고 한다.

조 당선자는 언론이 이날 회동에 주목하는 게 부담스러운 듯 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백성운 당선자가 초대하는 형식이었다고 보도했지만, 그는 "어떤 한 사람이 주도적으로 연락을 해 만난 것은 아니다, 어쩌다보니 서로서로 연락이 닿아 만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근래 들어 처음 만났다는 점도 강조했다. 조 당선자는 "총선 이후 첫 만남이었다, '무용담' 처럼 선거 경험담을 많이 나눴다, 각자에게 선거가 신기한 경험이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 정부를 탄생시킨 주역들이 만나 선거 무용담만 나눴을 리 만무하다. 게다가 이날 모임에는 당내 소장 '친이' 세력의 중심인 정두언 의원도 끼어있었다. 정 의원은 요즘 한창 "청와대 정무라인에 문제가 있다"며 각을 세우고 있다. 청와대 정무라인에는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측근들이 포진해있어 이 부의장에 대한 공격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조 당선자는 "정부와 관련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우리가 이 정부를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성공시킬 책임도 있는 사람들이니 잘 해야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전했다.

안국포럼 멤버들 14일 회동...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의견 모으자"

결속을 다지는 말도 나왔다고 한다.

"개별적으로 뿔뿔이 흩어져서 각자 개인 활동하기보다 필요할 때 수시로 의견 교환을 하자는 이야기도 있었다. 특별히 모임을 만들거나 만남을 정례화하지 않더라도 의견은 나누며 살자는 것이다."

▲ ⓒ 남소연



- 그런 모임이 '대통령 방패막이'로 전락할 우려도 있지 않나.
"그런 부분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대통령이나 정부가 하는 일의 잘잘못을 구별하지 않고 무조건 좋다면서 옹호하는 것은 청와대나 정부에 도움이 안된다. 오히려 같이 잘못될 위험이 크다. 잘 하는 일은 지지, 방어하고 잘못하는 것이 있다면 제대로 얘기(지적)해주는 게 우리 역할이다."

그러면서 그는 "당과 청와대, 정부 간의 가교이자 소통역할"을 자임했다. 정두언 의원이 불을 지핀 '정무라인 개편론'이 떠올랐다. 정 의원은 "대통령에게 정확한 상황 판단을 못 하게 하는 정무기능에 문제가 있다"며 날을 세운 바 있다.

조 당선자도 현재 청와대의 정무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데는 공감했다. 그는 "지금까지 드러난 걸 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다"며 "인수위 때 여러 시행착오, 새 정부 조각에 대한 여론의 비판, 당 '공천 파동' 등이 그렇다"고 말했다.

조 당선자는 "청와대가 모든 부분을 다 책임질 수 없겠지만 좀 더 잘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청와대가) 민심을 잘 모르고 가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형님정치''상왕정치'로 입길에 오르내린 적이 있는 대통령의 형 이상득 부의장에게는 '소리없는 중재역'을 부탁했다.

조 당선자는 "박근혜 전 대표 쪽에서도, 야당 쪽에서도 이 부의장의 (중재) 역할이 필요한 공간이 분명히 있다"며 "서로 이해관계나 이견이 충돌해서 마주 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해법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 이 부의장이 풀어내기 좋은 위치라는 기대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부의장이 그런 역할을 소리없이 해주면 모두가 편하지 않겠나, 대통령에게도 정국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박 집단 복당은 안돼... 당내 당 우려"

▲ ⓒ 남소연


당밖 친박 당선자들의 복당에는 기준을 제시하며 분명한 태도를 취했다. "집단 복당은 안된다"는 것이다. 조 당선자는 "복당을 희망하는 사람이 있다면 개별적으로 평가해 복당시킬 수는 있지만 일괄 집단 복당은 공개적인 당내 계파정치 선언이나 마찬가지"라며 불가의 뜻을 밝혔다.

조 당선자는 "집단 복당하겠다는 친박연대나 친박 무소속 연대의 주장은 당에 들어와서도 당내 당을 만들겠다는 뜻"이라며 "그렇게 되면 당내에서도 계파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중요한 정책 현안을 결정하는 데도 난항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이 '영남당'으로 고착돼서는 미래가 없다"며 수도권에서의 선전을 높이 평가했다. 한나라당은 총 48석이 걸린 서울에서만 40석을 얻었다.

조 당선자는 "이명박 정부의 탄생도 이 대통령의 강력한 수도권 기반이 없었으면 어려웠다"며 "(대통령이 만든) 수도권 기반을 갈수록 확대해 나가는 것이 당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조 당선자는 자신의 이념적·계층적 정체성을 '중도보수의 서민'으로 규정했다. 시기적으로는 '386세대'다. 그러나 대학시절에는 학생운동권과 거리를 뒀다. 대신 학내 개신교 학생모임을 이끌었다. 그는 서울대 한사랑선교회 대표 출신이다.

조 당선자는 과거 열린우리당의 386 의원들과 이번 총선으로 새롭게 원내에 진출한 한나라당 386들과는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과거 열린우리당의 386은 학생운동권 가운데서도 주류 세력이었다. 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정치까지 했던 분들이 많다보니 의정활동도 이념지향성이 강하지 않았나 한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 386은 상대적으로 일찍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자기 전문성을 가지려고 노력한 이들이다. 그러다 보니 과거 학생운동의 이념틀을 벗고 실사구시적 관점을 갖게 됐다."

"비정규직 보호법 우선 개정해야"

조 당선자를 만난 곳은 국회 의원동산이다. 올해 만 44세인 조 당선자는 원희룡·나경원 의원과 서울법대 동기다.

원 의원은 이번 총선으로 3선에, 나 의원은 재선에 성공했다. 이런 인연에다 그가 17대 공천과정에서 아깝게 낙방한 점을 들어 그를 '재선급 초선'이라고 일컫는 이도 있다.

그는 개원 후 관심을 갖고 추진할 법안으로는 '비정규직보호법 개정'을 꼽았다.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 오히려 '비정규직 파동'의 주범이 됐으니 원래 법 취지에 맞도록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조 당선자는 "일반 서민의 실생활에서 어려운 점을 해결해주고 조금이라도 희망이 생기도록 하는 정치를 하는 것이 '1%내각''기득권 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씻어내는 일"이라며 "그것이 바로 나와 같은 초선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또 "내가 의원으로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결국 이명박 정부가 임기 말 '성공한 정부'라는 평가를 받느냐와 직결된다"며 "정부의 성공과 낙후된 지역의 발전을 위한 의정활동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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