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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선데이>, 트렌디와 복고 사이에서

1박 2일, 불후의 명곡- '세대공감'의 매력

등록|2008.04.23 10:08 수정|2008.04.23 11:08

▲ ⓒ KBS

일요일 저녁 황금시간대는 지상파 방송 3사 간판 예능 프로그램의 격전장이다. 단일 프로그램으로서는 국내 방송가 최장시간인 2시간 30분이상 편성되는 비중이나, 강호동, 유재석, 이경규, 신동엽같은 최고의 흥행보증수표 등이 총동원되는 이름값을 감안할 때, 주말 저녁을 보면 최근 예능가의 트렌드가 보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시청률 경쟁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은 <해피선데이>다. MBC <무한도전>을 위협하는 리얼 버라이어티계의 새 강자로 부상한 '1박2일'을 비롯하여, 여성 연예인들의 직업체험기 '하이파이브', 추억의 가요를 배워보는 '불후의 명곡'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해피선데이>의 성공 요인은 '트렌디'와 복고의 적절한 조화에 있다. '순수한' 오락물 특유의 덕목에 충실하면서 너무 화려하거나 앞서가지 않고, 세대가 같이 즐길수 있는 웃음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게 이 프로그램의 강점이다.

어느덧 간판 코너로 부상한 '1박 2일'은, 이같은 <해피선데이>의 장점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아이템이라 할 만하다. <준비됐어요>의 처참한 실패를 반면교사삼아 등장한 '1박2일'은, 방송초기만해도 <무한도전>의 아류작 중 하나라는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했으나 숱한 시행착오 속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며 차별화에 성공했다.

'여행'을 모티브로 대한민국 각지의 숨은 명소를 발굴한다는 컨셉트와 '은초딩', '허당', '상근이' 같은 고유의 캐릭터로 자리잡으며, 리얼 버라이어티의 후발주자에서 야생 로드 버라이어티라는 장르의 진화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방송초기, 촬영지 고유의 지역적인 특징이나 분위기를 살리지못하는 '그들만의 고생'이 한계로 지적되었지만, 최근에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하여 여행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편안하면서도 유쾌하게 살려내고 있다.

유행의 최첨단에 서있는 젊은 연예인들이 험난한 산골벽지에서 노숙을 하고 주민들과 어울리며, 방송가에서 가장 올드한 프로그램인 '전국노래자랑'에 나가서도 어색하지 않게 젖어드는 모습이야말로 바로 '1박 2일'만의 강점이라 할 만하다.

'불후의 명곡' 역시 최근 대중문화계에 부는 리메이크와 복고주의 바람에 힘입어 탄생한 프로그램이다. 7080세대에서 이제는 90년대에 이르기까지. 추억의 가요와 뮤지션들을 만날 수 있다는 컨셉트를 바탕으로, 탁재훈-신정환의 유쾌한 입담을 곁들여 토크쇼가 결합된 '음악 버라이어티'라는 점이 바로 이 코너만의 차별화된 매력이다.

반면, '하이파이브'는 방영 1년이 다 되어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 공중파 유일의 '여성 버라이어티'라는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 '하이파이브'는 시작 단계에서부터 멤버 구성이나 분위기 면에서 전작인 '여걸 식스'의 후속작 내지는 아류라는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남자 연예인들과의 짝짓기놀이로 변질되었던 여걸식스에 비하여 '직업체험기'라는 컨셉트로 차별화를 두기는 했지만 여전히 방영분의 대부분은 출연자들 각자의 개인기나 사생활과 관련된 이슈들을 부각시키는데 의존하고 있다.

간간이 출연자에 관한 간접 홍보나 막말 논란으로 물의를 빚는 것은 물론이고, 종종 엉뚱한 컨셉트로 배가 산으로 가는 비중이 가장 빈번한 코너도 바로 '하이파이브'다. 말을 많이 하거나 웃기고 망가지는 캐릭터와 그렇지 못한 캐릭터가 너무 분명하게 나뉘어졌다는 게 '하이파이브'만의 차별화된 매력을 끌어내지 못하는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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