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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못 건져도 모내기 해야지, 어쩝니까"

[사진] 전남 여수 소라면 하금 마을과 달천마을 풍경

등록|2008.04.23 15:05 수정|2008.04.23 21:50

모내기농부가 이앙기로 모내기를 합니다. ⓒ 조찬현


등교길형형색색의 우산은 이슬비속에 피어나는 꽃송이입니다. ⓒ 조찬현


4월 23일. 봄비가 살포시 내리는 봄날 아침입니다. 안개가 자욱합니다. 우산을 받쳐 든 사람들은 종종걸음으로 출근길을 서두릅니다. 울긋불긋 알록달록 봄꽃처럼 아름답습니다. 형형색색의 우산은 이슬비 속에 피어나는 꽃송이입니다. 학교 앞에는 우산 행렬이 다투어 지나갑니다.

여수 시내를 벗어나 소라면 죽림리 하금 마을로 향했습니다. 부지런한 농부는 비를 맞으며 모내기 준비에 바쁩니다. 이모작을 하는 이곳은 조생종 벼를 심어 빨리 수확하고 택사를 심어야 한다고 농부 남학봉(68)씨는 말합니다. 쇠태나물이라고도 부르는 택사는 한방에서 이뇨제로 쓰이는 약재입니다.

인건비도 못 건지는 농사, 농민의 한숨이 봄비 되어 내리고

농부남씨는 쌀농사를 주로 하는데 인건비도 못 건진다고 합니다. ⓒ 조찬현


어린 모이모작을 하는 이곳은 조생종 벼를 심어 빨리 수확하고 택사를 심는다. ⓒ 조찬현


경운기어린모를 경운기로 나릅니다. ⓒ 조찬현


"모내기가 빠르네요?"
"다들 다 심궜습니다. 지금 안 심구면 이모작을 못해요."

남씨는 쌀농사를 주로 하는데 인건비도 못 건진다고 합니다. 채산성이 없는 농사를 계속 지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평생을 이어온 업인데 그만 둘 수도 없는 일. 이걸 어쩝니까? 그래도 부지런히 일을 해야지, 그냥 손 놓고 바라볼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지름(기름) 금(가격) 올랐다고 기계 삯은 맨날 올라가고, 나락 한 가마니에 5년 전에 5만원 하던 것이 지금은 5만원도 못해."

농민의 한숨이 마냥 봄비로 내립니다.

달천의 안개바다와 청보리밭

보리밭길아름다운 보리밭 길의 잡초 우거진 곳은 누군가 제초제를 뿌린 듯 노랗게 타들어갑니다. ⓒ 조찬현


청보리비이슬을 머금은 청보리의 청순한 모습 ⓒ 조찬현


달천의 바다와 산자락에도 안개가 자욱합니다. 바다를 보며 걷노라면 몽롱한 꿈결 속으로 한없이 빨려 들어가는 기분입니다. 달천 마을 앞을 장례행렬이 지나갑니다. 장례행렬을 보면 뭔가 좋은 일이 생긴다는데 어디 로또 복권이라도 한 장 사볼까요?

달천의 청보리 밭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빗물에 촉촉이 젖은 보리밭 풍경은 바다보다 더 푸른 물결이 일렁입니다. 어찌 보면 푸른 융단을 펼쳐 놓은 것 같기도 합니다. 잠시 감미로운 상상에 젖어 '저 위에 누워 포근히 잠들었으면'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청보리밭 너머의 바다는 희부연 안개 나라입니다. 안개에 잠긴 바다는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우산을 받쳐 들고 보리밭 사이길로 나섭니다. 비이슬을 머금고 봄바람에 살랑이는 보리이삭의 작은 몸짓이 고혹적입니다. 이름 모를 산새들의 지저귐이 점점 가까이 들리고 빗줄기도 거세집니다.

갓 꽃비에 흠뻑 젖은 갓 꽃이 비이슬을 머금고 있습니다. ⓒ 조찬현


지칭개논가에는 지칭개 보라색 꽃이 피었다. ⓒ 조찬현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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