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25년 소 키우면서 지금처럼 막막한 때 없었다"

[인터뷰] 충북 옥천 조가원씨

등록|2008.04.24 11:25 수정|2008.04.24 11:25

▲ 25년간 한우만 길러 왔다는 조가원씨(54) ⓒ 오마이뉴스 심규상


예정된 만남이 아니었다. 소 사육농가를 찾아 정처없이 쏘다니다 불쑥 축사를 보고 찾아 들었다.

조가원씨(54·충북 옥천군 군서면 동정리)는 25년간 한우만을 키웠다. 전북 김제가 고향인 그는 옥천 인근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이 곳에 눌러 앉았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소와 동고동락해왔다.

그런 그가 지금 고민중이다. 그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을 예측하고 지난 구정무렵에 대부분의 소를 처분했다. 당시 70두 정도였지만 지금은 15두 정도만 남아 있다.

그의 고민은 전업여부에 까지 이르고 있다. "전혀 전망이 안 보이기 때문"이란다. 소 키우는 것외에 해본 일이 없는, 더구나 지천명(知天命)을 넘긴 나이라 고민만 깊어가고 있다. 조씨는 "소를 기른 이후 이제껏 지금처럼 어려운 때는 없었다"며 "사료값 상승에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에 따른 소값 하락이라는 악재에 걸려 도무지 넘어설 방법을 찾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조씨는 향후 150두 이상을 사육하는 농가만이 살아 남고 그 이하를 사육하는 영세축산농가는 버티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그가 결국 소를 키우기로 결정하더라도 당분간 그의 빈 축사가 꽉 채워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지원에 대해서는 ▲지역별 직판장 설치로 유통마진을 농민과 소비자에게 돌려주고▲'원산지 표시제' 정착 ▲질 좋은 대체사료 개발 보급 등을 제시했다.
   
지난 22일 충북 옥천에 있는 조씨의 축사에서 그가 대부분의 소를 처분하고 전업을 고민하게 된 배경을 들어 보았다.

▲ 근래 축산농가들에 가장 넘기 어려운 산은 사료값 폭등이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 언제부터 한우를 키우기 시작했나?

"25년 쯤 됐다. 원래 고향은 전북 김제다. 충북 옥천인근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눌러 앉았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소만 키우고 있다."

- 처음 몇 마리로 시작했고 지금은 몇 마리를 기르고 있나?
"6마리로 시작했다. 현재 축사는 최고 90마리까지 키울 수 있도록 갖춰 놓았다. 지난 구정무렵까지 70마리 정도를 키웠는데 다 처분하고 지금은 15마리만 남아있다."

- 구정무렵에 대부분의 소를 처분한 이유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논란이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지 않나. 적어도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면 쇠고기 전면수입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대선이 끝난 후 그나마 총선 때문에 미뤄온 것 뿐이지 않겠나. 시골에 살지만 (대통령이) 미국에 갈때 뭔가 선물보따리를 들고 갈 것이라는 정도는 생각하고 산다. 그래서 구정무렵에 처분했다. 전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때보다 지금은 kg당 1000원 가까이 떨어졌다."

- 미국산 쇠고기와 경쟁력을 강화하면 되지 않나?
"미국소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고급육을 생산해야 한다. 하지만 경험상 사료를 제대로 먹이지 않고서는 고급육을 만들 수 없다. 고급육은 곧 좋은 사료의 양과 직결돼 있다. 반면 사료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면 소값은 계속 떨어질 게 분명하다. 사료값은 오르는데 소값은 떨어지니 방법이 없지 않나."

- 청보리나 호밀 등 사료 작물을 직접 재배하면 사료비를 줄일 수 있다던데.              
"사료값 폭등에 대한 정부대책이라는 게 사료 대체작물을 재배하라는 거다. 하지만 작물을 재배하려면 농지가 있어야 한다. 농지를 구입하든지 아니면 임대해야 하는데 그만한 비용이 어디있나. 더 중요한 것은 대체사료만으로는 고급육을 만들기 어렵다는 점이다."

- 사료값이 얼마나 올랐나?
"작년 이맘 때 포대당 6400원 정도였는데 지금 10000원이 넘는다. 비육소 한마리가 하루 볏짚 등 조사료 빼고 사료만 반포에서 한포를 먹는다. 사료값 때문에 죽는다. 사료값 올라 농가는 망해도 사료회사는 망하는 법 없더라. 또 소가 사료만 먹는 게 아니쟎나. 여름에는 선풍기 돌려줘야 하고 겨울에는 물을 데워줘야 한다. 소 한마리를 출하시키려면 거의 3년을 키워야 하는데 이런 식이면 뭐가 남겠나."
 - 정부가 농가지원대책을 내놓았다. 도움이 되지 않겠나?
"뭐가 도움이 되겠나. 품질장려금 지급? 도축세 폐지? 어린애 키울 만한 능력이 안 되는데 출산장려금 몇십만원 준다고 애 낳아 키울 사람이 어디 있나. 마찬가지로 수지타산이 안 맞는데 품질장려금이 무슨 소용이 있나. 도축세 폐지는 축산농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중간 유통업자들이나 좋아들 하겠지…. 더 큰 문제는 정부의 농업정책이다. 솔직히 지금은 미국에서 사료보급 안한다고 선언하면 축산농가 모두 앉아서 죽을 수밖에 없다. 사람이 먹는 식량만이 아닌 가축사료도 무기화돼 버렸다. 그런데도 정부는 그동안 기업농만을 육성하기 위해 영세농의 폐농을 유도해왔다."

▲ 조씨의 축사에는 한우 15두만이 남아 있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 정부가 어떤 지원을 해주길 바라나?

"지역단위별로 직판장을 만들어 유통마진을 유통업자가 아닌 농민과 소비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또 '원산지 표시제'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산 쇠고기가 한우로 둔갑하는 것을 막아 달라는 얘기다. 아까도 말했지만 대체사료로는 미국소와 경쟁할 고급육을 만들기 어렵다. 정부차원에서 전문축산연구소 등을 통해 고급육 생산을 할 수 있는 대체사료를 만들어 보급하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 앞으로 한우농가 전망을 해본다면?
"지금 추세라면 마리당 소득이 줄어 가구당 한우 150두 이상을 길러야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다. 그 이하는 살아남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나라 한우농가의 70%이상이 100마리 이하의 영세농가다. 150마리 이상을 키우려면 토지비용과 건축비, 입식비, 사료비 등 운영자본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그런 농가가 어디 있겠나. 또 그런 돈 있으면 누가 소를 키우겠나. 결국 150두 이상 규모가 큰 축산농가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버티지 못할 것이다."

- 개인적으로 향후 영농구상은 어떻게 하고 있나?
"막막하다. 사료 안먹이고 등급 높은 고기를 생산할 수는 없다. 소값 떨어지는데 사료값은 오르고…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도 대책을 제시할 수 없다. 전업도 생각해 봤는데 소 키운 일 외에 해본 일도 없는데다 나이도 많고… 걱정만 태산이다."

- 25년간 소를 키워오면서 가장 어려웠을 때를 꼽자면?
"소를 기른 이후 이제껏 지금처럼 어려운 때는 없었다. 지금이 최대 위기다. 소를 키우기 시작한 때가 80년 초반 소값 파동 직후였다. 지금까지는 일시적이라 당시만 넘기면 됐는데 지금은 사료값 상승에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에 따른 소값 하락이라는 악재에 걸려 도무지 넘어설 방법을 찾을 수가 없다."

- 만약 이웃 농민이 축산을 하겠다고 할 경우 뭐라고 조언해 줄 것인가?
"솔직히 하지말라고 말해 주고 싶다. 전혀 전망이 안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나도 축산을 하면서 절대 소 키우지 말라고는 할 수 없고 미래가 보이지 않으니 '신중하게' 정말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말해 주고 싶다. 결국 신중하게 축산을 할 경우에도 많은 고민과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