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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가 '잘못 전하여진 말'이라니

[주장] 표준어의 잘못된 정의 고쳐야 한다

등록|2008.04.25 10:05 수정|2008.04.25 10:05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 바로 표준어의 정의이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 늘 들어왔던 문구라 전혀 거부감이 없다. 하지만, 흥미로운 기사를 본 후 마치 세뇌되어 있던 표준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2년째 진행 중인 '탯말두레(지역 말 연구모임)'의 "지역 언어, 즉 '사투리'를 무시하고 서울말만 사용하는 현행 표준어정책에 대한 위헌 소송"에 대한 기사였다.

나는 지방에서 태어나 대학교 졸업 때까지 타지 생활을 해보지 않은 토종(?) 지방 출신이다. 취업을 위해 서울로 올라온지 2년이 조금 지난 지금에도 사투리는 어김없이 튀어나온다. 처음에는 서울말과 판이한 억양으로 인해 대화를 할 때마다 신경이 쓰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친분이 쌓인 지금은 직장 동료들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하고 서울에서 만난 여자친구와도 말투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역으로 생각하면 모두 서울말을 쓰는 가운데 혼자 사투리는 쓰는 것은 나를 개성적으로 보이게하는 차별화의 훌륭한 수단이었다. 사투리가 촌스럽다고 느끼는 것은 어쩌면 사투리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자괴에서 생긴 것은 아닐까?

행정수도에서 사용하는 말을 표준어로 지정한 것에는 아무런 이의가 없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규모가 작은 도시국가를 제외한 어느 나라나 사투리는 존재한다. 현행 표준어정책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 의견 역시 우리말을 사랑하는 좋은 취지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부분에서 사투리를 무시한다고 하는것일까?

먼저, 사투리의 사전적인 의미를 찾아보았다.

사투리 : 어느 한 지방에서만 쓰는, 표준어가 아닌 말. ≒ 방언(方言)·시골말·와어(訛語)·와언(訛言)·토어(土語)·토음(土音)·토화(土話).

와언 : 잘못 전하여진 말. ≒와설(訛說).

토음 : 그 지방에서 오랫동안 붙박여 사는 사람들이 쓰는 말.

하지만, 사투리의 정의 가운데 뭔가 석연찮은 것이 있다. "잘못 전하여진 말"이라니…. 사전적인 의미를 꼭 저렇게 밖에 표현을 할 수 없을까? 사투리의 동의어로 와어(訛語), 와언(訛言)을 지칭하는 것은 바르지 못한것 같다. 과거에는 교통이 발달하지 않고 다른 지역과의 왕래가 없어서 그 지역 특유의 말투가 생겼을 뿐일 텐데 잘못 전하여 졌다니…. 그리고 서울이 도읍으로 정해진 것은 우리나라의 역사를 보았을 때 얼마 되지 못한 최근이라고 보아도 될 것이다.

표준어의 정의에서 '교양 있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로 규정한다면 사투리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교양 없는 사람'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이것은 국민을 계층화하고 지방 사람들이나 차별당한 계층에게 정서적 갈등과 고통을 안겨줄 수 있다. 언어의 잘못된 사전적인 정의는 몇 마디 표현으로 인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많은 피해자 역시 같은 국민이 아닌가?

표준어와 사투리에 대한 사전적인 의미의 재정의는 필요한것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는 심화되고 벌어진 격차는 쉽게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다. 나 역시도 고향에서 일자리를 구하여 보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상경을 하였고 실제 생활하면서 느끼는 격차는 생각 이상이었다.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 대국민적인 화합은 불협화음이 충분히 생길 수 있다.

선거철이나 국가적인 행사가 있을 때만 외치는 '하 나되는 대한민국', '우리는 하나'와 같은 슬로건들을 이제는 조금씩 실천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이번 총선에서도 지역별 특정 정당 밀어주기식 선거는 여전하였다. 사투리의 존중으로부터 지역간의 화합정치를 시작하는 것은 어떤지 지방에서 태어난 국민의 한 사람으로 생각해본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블로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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