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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놀이, 낙산사에서 즐기십시오

[슬라이드] 공짜 점심 먹고, 공짜 커피를 마시며 꽃놀이 만끽

등록|2008.04.28 18:48 수정|2008.04.29 08:13

▲ 대자연의 섭렵이 검은빛이었던 낙산사 대지를 알록달록하게 단청해 놓았습니다. ⓒ 임윤수

봄날이라는 대자연이 숯검정처럼 검은 빛이었던 낙산사를 장엄하고도 아름답게 단청하였습니다. 2005년 4월 산불에 낙산사가 전소된 이후,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려는 불자, 불자는 아닐지라도 하루라도 빨리 낙산사가 복원되기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이 모아준 정성은 원통보전을 복원시키는 불사원력이 되었고, 복원된 전각들을 알록달록한 단청으로 아름답게 채색이 되었습니다.

무수한 사람들의 정성, 수많은 불자들의 기도가 기둥하나 서까래 하나에 알록달록한 단청으로 피어오르는 가 했더니 대자연, 다가오는 봄날은 사람들의 단청이 미처 닿지 못한 대지에 알록달록한 봄꽃들로 채식을 해내니 대자연만의 원력으로 봄꽃 단청을 보여줍니다. 

연두 빛 대관령 고개를 넘어 찾아간 낙산사

연두 빛을 띠고 있는 대관령고개를 넘어 찾아간 낙산사는 입구부터가 온통이 꽃밭입니다. 연초록 융단이 깔려있는 듯 잘 정리된 경내 곳곳에는 눈이 어지러울 만큼 빨간 꽃들이 자극적인 아름다움으로 돋아 있습니다. 완만한 구릉을 따라 피어난 분홍빛 꽃들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은 때깔 고운 치마저고리를 입고 사뿐사뿐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어느 규수의 치맛자락을 닮았습니다.

▲ 연분홍 꽃에 감춰진 듯 아름다움을 간직한 전각입니다. ⓒ 임윤수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코고무신 끝에서 나풀거리는 치맛자락의 흔들림처럼 눈길에 와 닫는 구릉과 봉우리마다 연분홍빛 꽃들이 나풀댑니다. 보일 듯 말 듯한 감춰짐에서 감질나는 아름다움의 묘미를 느낄 수 있듯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을 만큼 감질나는 아름다움이 낙산사 곳곳에 널렸습니다.
   
어느 방송국에서 석가탄신일 특집으로 제작하는 프로그램 제작에 협조해 달라는 연락이 있어 지난 토요일(26일) 오전에 낙산사를 찾아갔습니다. 연두빛 대관령 고개를 넘어 찾아간 낙산사는 온통이 꽃 대궐입니다.

봉긋하게 솟아오른 언덕배기, 술잔을 기울이듯 완만하게 비탈진 구릉, 부엽초가 두둥실 떠 있는 연못 속은 물론 선사(禪師)의 시심을 담고 있는 시조 비에도 봄날을 수놓을 수 있는 꽃들은 물론 연등 꽃도 피어있었습니다.

▲ 해수관음보살상도 대자연이 마련해 준 꽃방석에 자리를 하였습니다. ⓒ 임윤수

▲ 보타전 역시 꽃물결이 흘러내리는 구릉 병풍을 둘렀습니다. ⓒ 임윤수

전소되기 이전의 낙산사 풍경이 천 년의 세월을 느끼게 하는 낙락장송의 울창함이라면, 복원과 불사의 염원으로 이어진 3년여의 시간이 흐른 2008년 봄, 낙산사에서 느낄 수 있는 봄 풍경은 입에서는 저절로 '와!' 하는 감탄이 쏟아지고, 가슴은 콩닥거릴 만큼 청초한 아름다움이며 화려함이었습니다.

오랫동안 밑그림을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하느라 색깔조차 누렇게 변한 도화지에 알록달록한 물감으로 방금 붓질을 해놓은 듯 오래 된 세월과 산뜻한 색깔들이 조화를 이루니 감칠 맛 나도록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낙산사하면 떠오르던 낙락장소의 울창함은 봄빛을 내느라 칠한 물감에 가려진 밑그림처럼 감춰졌지만 시간이 지나고 불사가 마무리되어 밑그림까지 채색을 끝내는 날이 오면 추억 속의 낙락장송도 세월의 무게로 다시금 그려질 거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또 하나의 도화지가 펼쳐지는 풍경입니다.

구경 잘하고 공짜 점심에 공짜 커피까지 즐길 수 있는 '알짜정보' 

봄꽃놀이는 다녀오셨습니까? 아직 이라면 '무엇 때문에' 아직 다녀오시질 못했습니까? 거동이 느릴 수밖에 없는 어르신을 모시고 가야 하거나 걸음마 중인 꼬마가 있어 엄두를 내지 못하셨습니까? 엄청난 경비, 꽃놀이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의 '배'보다 지출해야 되는 경비의 '배꼽'이 더 큰 나들이가 될까봐 머뭇거리고 계시거나 '아직'입니까?

▲ 대지에는 재자연이 단청을 하고, 전각에는 사람들이 단청을 하지만 낙산사를 찾아드는 사람들 마음엔 그곳에 계신 스님들이 법문 단청을 해 줍니다. ⓒ 임윤수

그런 이유에서라면 낙산사로 가보십시오. 낙산사까지 오가는 경비야 배꼽처럼 부담해야겠지만 찾아가기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될 겁니다.

투자한 배꼽보다 훨씬 큰 즐거움의 배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여느 산처럼 구불구불하거나 울퉁불퉁한 산길을 걸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평지를 이루고 있는 공원처럼 지루하거나 밋밋한 길만을 걷는 것도 아닙니다.

마음만 내면 누구든 걸을 수 있는 평지 같은 산길, 발걸음만 내디디면 산모롱이를 돌아가 듯 산사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산길 같은 평지로 이루어진 꽃밭입니다.

완만한 구릉을 따라 만들어진 길을 걷다 보면 산모롱이를 돌아가는 느낌이 아삭아삭 씹히고, 바다 바람 부는 해안 길을 걷다보면 젊은 날에 걸었던 해수욕장의 촉감이 오도독 거리는 추억의 그림자로 느껴집니다.

관절이 좋지 않은 어르신들도 반 박자쯤만 느리게 걸으면 힘들지 않은 길이 되고, 걸음마를 막 뗀 아가들도 손잡고 함께 만 걸어주면 왕자가 되거나 공주가 되어 꽃 대궐 속의 정원을 걷게 되는 아장아장한 여정이 될 것입니다. 

꽃 나들이를 나서느라 일찍 서두른 조반 때문에 속이 출출해질쯤이면 의상대로 가는 길목 옆, 너와지붕을 이고 있는 공양간으로 가기만 하면 맛난 국수로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습니다.

그때그때 삶아 쫄깃쫄깃 한 국수를 따끈따끈하게 드실 수 있습니다. 한 그릇만으로는 허기가 채워지지 않는다면 너스레를 떨 듯, 한 그릇 더 달라고 해도 눈치를 주거나 욕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 밤이 되면 연등 꽃이 피어납니다. 구릉 길, 오솔 길, 바닷길은 물론 부엽초가 두둥실 떠있는 연못 속에도 연등 꽃은 피어납니다. ⓒ 임윤수

▲ 연등 꽃이 밝히고 있는 길을 따라 가면 관음의 미소가 행복한 마음으로 다가옵니다. ⓒ 임윤수

정말 맛있습니다. 그때그때 삶아 내니 쫄깃쫄깃하고, 산사의 정취를 우려낸 국물이니 깊고도 맑은 맛입니다. 한 숟가락 얹어주는 간장이거나 고명은 국수의 담백함을 장식해 주는 금상첨화처럼 입맛을 더해줍니다. 이런 맛 저런 맛에 공짜라는 맛까지 더해지니 돈을 주고는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맛을 느낄 수 있는 행복한 한 끼가 될 것입니다.

허기진 배를 채웠다면 군데군데 마련되어 있는 자판기에서 커피 한잔을 뽑으십시오. 커피도 물론 공짜입니다. 커피 한잔을 빼 들고 발길 가고 마음 가는 곳에서 마시면 됩니다.

다리를 쉬고 싶다면 둘레둘레 살펴 앉을 곳을 찾으면 되고, 사색을 즐기고 싶다면 파도가 내려 보이는 바닷가 쪽으로 가면 됩니다. 발길이 멈추고 마음이 머무는 곳에서 마시는 커피는 커피의 향과 달콤함만 맛보는 게 아니라 봄날 하루를 행복하게 하는 여유도 우러날 것입니다.  

자연이 단청한 낙산사

ⓒ 임윤수

즐기고 또 즐기고, 느끼고 또 느끼십시오. 가는 봄날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대자연이 단청한 낙산사의 아름다움을 즐기십시오. 한 사람 두 사람의 정성이 모여 불사월력으로 이루어낸 태산 같은 정성을 느끼고, 대자연과 세월이 섭렵해 나가는 생명의 박동소리와 웅장하도록 큰 아름다움을 느껴보십시오. 

낯에는 자연 꽃, 밤에는 연등 꽃

발걸음이 닿고, 눈길이 멈출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 던 꽃이 피어있고, 햇살 가득 한 밤에는 물론 별빛만 초롱거리는 한 밤 중에도 낙산사에는 꽃이 피어있습니다. 낯 시간에는 땅을 딛고 있는 왕벚나무, 철쭉, 배나무 같은 온갖 나무들이 피워낸 꽃들로 가득하고, 뉘엿뉘엿 해 넘어가는 밤이 되면 불심을 담아 피워낸 연등 꽃들이 만화방창으로 피어납니다.

연등 빛 아래 피어난 철쭉꽃은 마음까지 붉게 물들일 만큼 아름답습니다. 한낮에 피어난 꽃들이 가지는 연분홍빛이 눈길을 유혹하는 표상의 아름다움이라면 연등 빛 아래서 드러나는 연분홍 빛 꽃들은 어지러운 마음을 사로잡는 교교한 아름다움입니다.

▲ 이럴 때 낙산사엘 찾아 가면 사랑스럽고 행복한 미소가 저절로 가슴을 채워 갈 겁니다. ⓒ 임윤수

꽃 속을 거닐다 보니 몸도 마음도 꽃이 됩니다. 공짜국수를 먹은 포만감에서는 꽃잎을 닮은 부자마음이 생기고, 공짜커피를 마신 여유에서는 꽃술을 닮은 마음이 연등 빛으로 열려 갑니다. 이리 걷거나 저리 걷거나 온통이 꽃길인 낙산사, 한낮이거나 한밤이거나 만화방창한 꽃길이 펼쳐지는 낙산사는 봄꽃놀이 장소로 소개하고픈 알짜정보의 고갱이입니다.

추억 속의 봄날만 아름다운가 했더니 낙산사의 봄도 아름답기만 합니다. 공짜 국수에 배부르고, 공짜 커피에 담긴 여유도 아름답지만 불심으로 그려낸 단청과 대자연의 섭렵으로 그려진 대지의 단청이 너무너무 아름답게 어우러지니 봄날에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에 또 하나의 방점을 찍어 봅니다.
덧붙이는 글 언제가도 좋겠지만 낙산사 봄꽃을 즐기려면 이번 주나 다음 주 중이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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