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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들의 수다 강의, 세상을 말하다

아줌마들의 수다를 통해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해 생각하다

등록|2008.04.30 08:34 수정|2008.04.30 08:34
아줌마들의 수다가 시작되었다. 어떤 모임의 자연탐사를 위해 차량운행을 하고난 후 아줌마들과 함께한 식사자리에서 제대로 수다가 시작되었다. 남편 이야기부터 자녀 이야기까지. 그런 이야기 다하면 시간 모자랄 거 같아서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기도한 인상에 남는 수다 몇 마디를 말해보고자 한다.

“우리 집에 채소 농사짓고 있잖아요.”
“그렇지요.”
“그런데, 우리 집 채소를 전량 구매해가는 대형마트에서는 대놓고 농약을 많이 치라고 그래요.”
“아니, 왜 그런대요?”
“그래야 벌레가 먹지 않게 되어 채소의 모양과 빛깔이 잘 나오니까요.”
“그런 것도 농약 검사 같은 거 안 하나 보죠?”
“아 글쎄. 대형마트에서 그런 부분은 책임 질 테니 많이 치라고 한다니까요.”
“그럼 성철이 엄마네 집 채소도 농약 많이 치나 보네.”
“어쩔 수 없더라고요. 예를 들어 채소 500 박스를 출하 했는데 100 박스 정도가 벌레 먹은 조그만 구멍 몇 개 때문에 반품된다고 생각해봐요. 생계에 지장이 생기잖아요.”
“그렇겠네. 그렇겠어. 참 어쩐대.”

이렇게 시작된 채소 이야기가 이젠 유기농 채소로 넘어갔다.

“세상에 ‘무 농약’이나 ‘유기농’이니 하는 것들 믿을 수 없더라고요”
“아니 왜요? 왜요?”
“그게 농약을 치지 않는 게 아니라잖아요.”
“그럼, 농약 검사에서 걸릴 텐데?”
“아이 그것도 다 방법이 있대요.”
“그게 뭔데요?”
“농약 검사에서 걸리지 않는, 그러나 농약과 똑같은 효능을 발휘하는 약품이 사용된대요.”
“아이고. 어쩜 사람들 머리도 좋아.”
“그럼, 순수 무 농약은 없는 거네요.”
“그렇다고 봐야죠.”
“세상에나! 세상에나! 뭘 믿고 산대.”

드디어 사람의 능력 이야기도 나왔다.

“사람이 참 머리도 좋아. 못 하는 게 없다니까.”
“그러게 말이에요.”
“그러니까 사람은 신보다도 더 전지전능하다니까요.”
“맞네요. 맞아”
“그런 면에서 제가 사람이라는 게 자랑스러워요.”
“지금 좋다고 말씀하시는 거 맞죠?”
“다 아시면서. 호호호호”

정말 그렇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속담처럼 사람의 능력은 정말 무한한 것처럼 보인다. 항상 무언가를 만들어 놓으면 그것을 넘어서는 또 다른 무엇을 만들어 내니까 말이다. 

 아참, 무슨 모임이기에 아줌마들의 대화 거리가 생태적인 이야기일까. 사실은 안성에 있는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이라는 환경단체 소속 회원 아줌마들이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그녀들은 만나서 툭하면 이야기 한다는 게 이런 식이다. 그 바람에 나는 앉아서 좋은 강의를 듣게 되는 행운을 누렸다. 그것도 식사를 해가면서.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내 나의 마음에 아쉬움이 하나 남는다. 생계를 위해서 농약을 친다는 농부나 소비자들의 기호를 맞추기 위해 농약을 더 뿌리라고 하는 대형마트에 대한 아쉬움보다 더 근본적인 아쉬움이 드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왜 보기 좋은 채소에 대해서 서로 사고팔겠다는 것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는가 하는 아쉬움이다. 사실 보기 좋은 채소를 사겠다는, 즉 보기에 좋지 않은 채소는 거들떠보지 않거나 가격을 한참 낮게 쳐 주겠다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있기에 우리 사회에서 농약은 줄어들지 않느냐는 단순한 아쉬움인 것이다. 잘 생긴 채소가 아니라 못 생겼더라도 건강한 채소를 사고팔겠다는 것에 우리 사회가 서로 합의할 수는 없을까. 이것이 마치 ‘외모지상주의’와 연결되어 있는 듯해서 안타깝기까지 하다.

 ‘못 생기고 건강한 채소 먹기’가 합의 되어 실현 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아줌마들의 수다 강의를 듣는 오늘따라 간절해진다. 

덧붙이는 글 지난 29일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에서 진행하는 '생태안내자 교육' 차량 운행을 마치고 안성의 한 식당에서 이루어진 대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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