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의 젖줄을 아시나요?
자연이 자연이도록 보살펴 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몫
총길이 24.28Km. 걷기엔 지쳐버릴 것 같은 순천의 상지인 동천의 물 흐름 줄기다. 동천 상류에 이르자 나이든 농부들이 들녘에서 일하는 소리가 정겹다. 소들은 이미 농기계에 자리를 내준 지 오래다. 그래서 새파란 봄의 향기를 잊어버리지는 않았을까 괜히 혼자 걱정하며 들어선 순천의 도심.
사람들은 이곳 동천을 순천의 젖줄이라 한다. 삼산의 자태와 자웅을 겨루는 동천은 순천시 서면 청소골 심온마을에 발원지를 두고 있다. 굽이굽이 작은 실천을 돌아 살아 숨쉬는 갯벌이 철새들의 서식처가 된 순천만 터울에 이르는 상하수도사업소 옆까지가 동천.
때론 깊은 수심이 보를 형성하기도 하고 때론 아이들의 맨발을 유혹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동천의 봄은 벌써 여름 준비에 한창이다. 여느 사람들의 옷소매는 겹겹이 층을 이루고 철새들은 도시민의 접근을 받아들이며 동천을 그들의 놀이터로 만든다.
순천인은 누구나 이곳에서 시인이 되어보기도 하고, 카메라에 봄을 담아 보기도 한다. 화사하게 꾸며진 인위적인 꽃밭 가장자리에 다소곳이 모른 듯 자리 잡은 네잎 크로버도 눈에 들어온다. 주목 받지 못하지만 자신의 존재를 한사코 드러내지 않아 더욱더 사랑을 받는 것일까?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랑 대신 행운을 찾는다.
어디 동천이 알려준 것이 그뿐이랴. 어린 쑥을 찾아 나선 할머니의 배낭은 힘든지도 모르고 두툼한 배불뚝이가 되어있다. 그 옛날, 멥쌀가루를 쑥에 뿌려 어머니의 손맛으로 버물러서 만들어낸 쑥버물이 어느새 입맛을 다시게 한다.
아이들이 다가온다. 징검다리를 건너는 아이들도 보이고 다슬기를 잡는 아이들도 눈에 차오른다. 어머니와 함께 동천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온 아이들이 꽃보다 아름답다.
다리가 지칠 즈음 강태공의 모습이 아른 거린다. 얼마나 잡았을까? 물어보고 싶었지만 속으론 한 마리도 못 잡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발길을 돌리기로 한다. 욕심이 지나쳤을까? 힘차게 낚싯줄을 잡아당기는 모습과 물길을 역류시키는 퍼덕임 소리가 동시에 일어난다. 그러나 외면하고 돌아서기로 한다.
꽃들의 잔치다. 풍덕동 근처에 이르자 만개한 꽃들이 서로 자웅을 겨룬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자태는 나비를 유혹한다. 강가에 늘어서서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에 여념이 없는 유채꽃이 살며시 다른 꽃의 눈치를 살피며 아직 숨어 있다.
도심 원두막에서 천상의 웃음소리가 걸음을 멈추게 한다. 아이를 등에 업고 나누는 그들만의 이야기는 세상 어느 정제된 말보다 아름답다. 힘차게 웃는 아이의 자지러짐. 옆에 있던 아빠의 작은 손동작이 아이를 자지러지게 한다.
작은 미소에도 응답해주는 아이만큼이나 동천은 우리의 노력에 보은을 하는 걸까? 몇 년 전만 해도 온갖 쓰레기들과 악취들로 사람들의 접근을 막았던 곳이 바로 지금의 동천이라고 한다면 사람들은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자연이 자연이도록 보살펴 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몫이라는 생각에 이르자 한반도 대운하가 괜히 걱정이다. 순천의 젖줄을 원상회복하는데 수많은 대가를 치러야 했거늘 하물며 국토의 절반을 파헤쳐 인위적인 물줄기를 만든다는 구상이 가능할지?
돌아서는 발길이 약간 더디다. 그래도 오늘은 피곤한 몸 대신에 말할 수 없는 마음의 양식을 얻었다는 기쁨을 만끽해 본다.
순천의 젖줄인 동천이 이렇게 소중함을 마음에 담으며...
사람들은 이곳 동천을 순천의 젖줄이라 한다. 삼산의 자태와 자웅을 겨루는 동천은 순천시 서면 청소골 심온마을에 발원지를 두고 있다. 굽이굽이 작은 실천을 돌아 살아 숨쉬는 갯벌이 철새들의 서식처가 된 순천만 터울에 이르는 상하수도사업소 옆까지가 동천.
▲ 철새들의 놀이터도심을 흐르는 물줄기에도 철새들은 여유롭게 먹이 사냥에 나선다 ⓒ 윤병하
순천인은 누구나 이곳에서 시인이 되어보기도 하고, 카메라에 봄을 담아 보기도 한다. 화사하게 꾸며진 인위적인 꽃밭 가장자리에 다소곳이 모른 듯 자리 잡은 네잎 크로버도 눈에 들어온다. 주목 받지 못하지만 자신의 존재를 한사코 드러내지 않아 더욱더 사랑을 받는 것일까?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랑 대신 행운을 찾는다.
▲ 네잎크로버사랑과 행운을 담은 네잎크로버가 한적한 곳에 모듬을 틀고 있다. ⓒ 윤병하
어디 동천이 알려준 것이 그뿐이랴. 어린 쑥을 찾아 나선 할머니의 배낭은 힘든지도 모르고 두툼한 배불뚝이가 되어있다. 그 옛날, 멥쌀가루를 쑥에 뿌려 어머니의 손맛으로 버물러서 만들어낸 쑥버물이 어느새 입맛을 다시게 한다.
▲ 쑥케는 할머니손자들에게 쑥버물을 해 주겠다고한다. 할머니의 배낭은 이미 배불뚝이가 되어 있지만 손자 생각에 할머니는 동천을 따라 지칠줄을 모른다. ⓒ 윤병하
아이들이 다가온다. 징검다리를 건너는 아이들도 보이고 다슬기를 잡는 아이들도 눈에 차오른다. 어머니와 함께 동천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온 아이들이 꽃보다 아름답다.
▲ 징검다리때론 아이들에게 때론 연인들에게 작은 놀이터가 되어주는 동천의 징검다리 ⓒ 윤병하
다리가 지칠 즈음 강태공의 모습이 아른 거린다. 얼마나 잡았을까? 물어보고 싶었지만 속으론 한 마리도 못 잡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발길을 돌리기로 한다. 욕심이 지나쳤을까? 힘차게 낚싯줄을 잡아당기는 모습과 물길을 역류시키는 퍼덕임 소리가 동시에 일어난다. 그러나 외면하고 돌아서기로 한다.
▲ 강태공퍼덕거리는 물소리가 듣는이의 마음을 약간은 서글프게 한다. ⓒ 윤병하
꽃들의 잔치다. 풍덕동 근처에 이르자 만개한 꽃들이 서로 자웅을 겨룬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자태는 나비를 유혹한다. 강가에 늘어서서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에 여념이 없는 유채꽃이 살며시 다른 꽃의 눈치를 살피며 아직 숨어 있다.
▲ 꽃들의 향연동천을 따라 조성된 꽃길. 하루에도 수백명의 사람들이 추억만들기에 여념이 없다고 한다. ⓒ 윤병하
▲ 꽃길동천을 따라 조성된 꽃길에서 추억만들어 가는 딸들과 어머니. ⓒ 윤병하
도심 원두막에서 천상의 웃음소리가 걸음을 멈추게 한다. 아이를 등에 업고 나누는 그들만의 이야기는 세상 어느 정제된 말보다 아름답다. 힘차게 웃는 아이의 자지러짐. 옆에 있던 아빠의 작은 손동작이 아이를 자지러지게 한다.
▲ 원두막동천의 중간 중간에서 쉼터가 되어준 원두막의 전경 ⓒ 윤병하
작은 미소에도 응답해주는 아이만큼이나 동천은 우리의 노력에 보은을 하는 걸까? 몇 년 전만 해도 온갖 쓰레기들과 악취들로 사람들의 접근을 막았던 곳이 바로 지금의 동천이라고 한다면 사람들은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자연이 자연이도록 보살펴 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몫이라는 생각에 이르자 한반도 대운하가 괜히 걱정이다. 순천의 젖줄을 원상회복하는데 수많은 대가를 치러야 했거늘 하물며 국토의 절반을 파헤쳐 인위적인 물줄기를 만든다는 구상이 가능할지?
돌아서는 발길이 약간 더디다. 그래도 오늘은 피곤한 몸 대신에 말할 수 없는 마음의 양식을 얻었다는 기쁨을 만끽해 본다.
순천의 젖줄인 동천이 이렇게 소중함을 마음에 담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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