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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과 전두환, 이래서 닮았다

[주장] 20년 전 소값파동... 예나 지금이나 당하는 건 농민

등록|2008.04.30 20:37 수정|2008.04.30 20:37

▲ 83년에 소 10마리를 150만원에 사서 84년 90만원도 안되게 팔고 남의 집 머슴살이 갔다는 기사. 1986년 4월 1일에 한국가톨릭농민회에서 발행한 '농민의 소리'에서 발췌. ⓒ 안호덕


▲ 외국농산물 수입정책에 항의해 죽음을 택한 분이 남긴 유서(1986년 4월 1일자 <농민의 소리>) ⓒ 농민의소리


미국산 소고기가 뼈를 포함해 모든 부위가 수입된다고 합니다. 광우병 공포를 둘러싸고 '안전하다'와 '그렇지 않다'로 논란이 뜨겁습니다. 소 사육 농가가 생존의 벼랑 끝에 몰리는 것은 그리 큰 뉴스거리도 아닌 것 같습니다.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뀐 20년 전에도 농민들의 삶은 이러했습니다. 농민은 농가부채 때문에 농약을 마시고 죽어가도 정권은 잘 는 농촌을 만들겠다고 헛소리만 뻥뻥 늘어놓았습니다.

선거가 있을 때마다 '농민의 자식' 아닌 후보가 없고 농촌이 고향이 아닌 후보가 없었습니다. 버젓이 서울에서 태어났어도 아버지나 할아버지의 고향 운운하며 농촌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들의 손으로 온갖 농축산물이 수입되었고 농촌의 그 때부터 지금까지 '쭉~'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제 농토는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장이 아니라 돈 있는 사람들의 투기장이 되었고, 아마도 소는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는 동물이 될 것 같습니다.

전두환의 소값파동 재현되나?

▲ 20년 전 구호가 지금도 전혀 새롭지 않다.(1986년 4월 1일자 <농민의 소리>) ⓒ 농민의소리



1985년 전후, 20년 전의 일입니다. 당시 전두환 정권은 농촌에 융자까지 지원하며 소 사육을 권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몇 년 지나지 않아 미국산 소와 쇠고기 대량 수입을 발표함으로써 하루 아침에 소값은 폭락했고 소값이 개값보다 못하다는 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농가부채에 내몰린 농민들은 극약을 먹고 자살했고 대규모 농민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이 때부터 농수산물이 본격적으로 수입되기 시작했고 소값 폭락·양파값 폭락·바나나 수입으로 인한 귤값 폭락…. 폭락의 행진은 끝도 없이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새 정부 들어서면서 소위 보수언론이 헛짓거리가 가관입니다. 좌익 척결 논리에 재미를 본 언론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도 좌익이 주축인 반미운동으로 몰아갑니다. 미국산 쇠고기의 유해성이 검증된 적이 없다는 논리는 오히려 점잖은 편입니다.

'싫으면 덜 사면(안 사면) 된다'는 대통령의 일방적인 논리를 부풀려서 성숙한 국민들의 선택이라고 몰아가는 언론의 행태는 20년 전 '땡전뉴스' 시대에 해바라기처럼 줄서서 각하의 말씀을 앵무새마냥 떠들던 그 때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빈익빈 부익부, 그 때나 지금이나

▲ 1986년 당시 뿌려진 유인물에 실린 그림 ⓒ 안호덕


분배의 정의에서 농민은 항상 소외되어 왔습니다. 나라 전체의 먹을거리를 생산하고도 정작 자기 처자식의 배를 주리게 만든 것은 비단 봉건 왕조 때 일만은 아닙니다. 소득에서 소외받고 의료·교육 어느 것 하나 국민의 기본권을 오롯이 누리는 것이 없습니다.

"우리가 무슨 국민이요? 나라의 머슴이지…."

전에 집회에서 만났던 한 농민의 한탄이 새삼 생각납니다. 한미 FTA는 나라 전체로 봐서 이익이라고 강변합니다. 누구에게 얼마의 이익이 될지는 확실히 모르지만, 농민들에게 막심한 피해가 가게 되는 것은 정권에서도 인정한 사항입니다. 그런데 검증되지도 않은 국가의 이익을 내세워 농민들에게 또다시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입니다.

역대 정권은 물가 폭등의 주범이 농산물인 것처럼 호도했고 서민들에게는 큰 시혜를 베풀듯이 쌀값 등 먹을거리의 가격 안정을 외쳐 왔습니다. 김장철이 되면 김장값 안정시킨다고 배추·고추를 수입하였습니다. 외국에서 전량 수입되는 기름값이 오히려 물가폭등의 진짜 주범임에도 기름값 가격안정은 공염불입니다. 대기업의 막대한 부당 이득에는 눈 감고 먹을거리 가격 안정 논리만 내세워 농수산물 수입에 혈안이 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결국 흉년이면 작황 걱정, 풍년이면 가격 폭락 걱정으로 살아가는 게 농민입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가 이제는 서민들을 위해 값싸고 질(?) 좋은 미국 소고기를 수입한답니다. 가격 경쟁이 밀린 축산업의 도태는 시대의 조류라고도 합니다.

한미 FTA 타결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한미FTA가 경쟁력 논리만을 앞세워 부자들은 더 큰 부을 치부하는 수단으로, 없는 사람은 생존권마저 내놓아야 하는 처지에 빠지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저당잡힌 식량, 저당잡힌 생존과 주권

▲ 1986년 당시 뿌려진 유인물에 실린 풍자 그림. 2008년의 현실 풍자를 보는 듯하다. ⓒ 안호덕



세계적으로 기름값 못지않게 곡물값 폭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밀가루값 오르고 자장면값 오르면서 도미노 현상처럼 물가 인상 바람이 한차례 휘몰아 쳤습니다. 며칠 전 신문을 보니 수입 밀가루값이 20% 이상 오를 것이라고 합니다.

기름이야 우리 땅에서 한방울도 안 나는 현실을 감안하면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없지 않겠지만, 국제 곡물가격 인상으로 인해 밀가루 가격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은 역대 정권의 농업 정책 부재가 가장 큰 원인입니다.

농민단체에서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을 비롯 각종 수입 개방 조치에 맞서는 투쟁을 하면서 식량 안보를 이야기해왔습니다. 식량의 위기는 주권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해왔습니다. 그러나 서민들에게 값싼 먹을거리 공급이라는 명분에 묻혀 버리고 말았습니다. 결국, 밀 경작은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이제는 한강 둔치에 조경용으로 심기는 처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귤도 사과도 소도 돼지도 이런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부랴부랴 몽골에 여의도 1000배 규모의 땅을 임대해 해외 식량기지를 만들겠다는 발표를 내놓았습니다. 이 방법으로 국제 곡물가 폭등에 대처하겠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선후가 바뀐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 김포평야 같은 좋은 농토는 전부 투기장으로 만들어 놓고, 쓸만한 땅들은 운하예정지다 뭐다 해서 땅값만 수억 올려놓고, 또한 농민들 생존권마저 위협하는 무분별한 수입을 전부 양성화해놓고 해외 식량기지 건설로 먹을거리 안정화 시키겠다니 이건 억지입니다.

나라의 먹을거리는 자립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먹을거리를 담당하는 농민은 거기에 걸맞은 대우를 받아야 합니다. 식량 안보를 이야기하려면 농민을 지켜야 합니다. 미국 소고기 수입과 한미 FTA가 한국 농업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농업의 붕괴는 먹을거리를 남에게 의존하는 일입니다. 먹을거리가 무기화된다면 농업이 없는 국가는 주권마저 위협받게 됩니다.

농업은 중요한 1차 산업입니다

▲ 1986년 4월 1일자 <농민의 소리>에 실린 만화. ⓒ 농민의소리



예전에 학교에서 농업은 1차 산업이고 2·3차 산업의 비중이 높은 사회일수록 살기 좋은 사회라 배웠습니다. 그러나 1차 산업 없이 2·3차 산업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은 배우지 못했습니다. 기술이 이렇게 발전한 현대에도 먹을거리의 대부분은 농·수산업에서 얻습니다.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눈 앞에 와있습니다. 수입된 먹을거리가 안전한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에서 완전히 안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다수의 견해입니다.

국민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안전하지 못한 미국산 쇠고기. 이 한 가지만으로도 수입을 해서는 안되는 이유를 설명하기에 충분합니다. 그러나 이 땅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민의 생존권 측면에서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한 번쯤 살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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