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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대구시교육청을 고발 한다

'학생 보호' 내세우며 학교 성폭력 '책임론' 뒷걸음질

등록|2008.05.01 11:56 수정|2008.05.01 11:56
대구에는 '현재 교수학습센터를 정비중입니다'는 안내문과 함께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인터넷의 문을 걸어 잠근 학교가 있다. 요즘은 일상적인 학생들의 과제도 홈페이지로 내는 마당에 이를 폐쇄한 것이다.

다름 아닌 초등생 집단 성폭력이 일어난 대구의 한 초등학교다. '학생 보호'의 명분으로 학교 홈페이지의 방문을 막은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달 30일 학생 성폭력이 알려지자 이날 대구시 교육청과 해당 학교는 '학생 보호' 때문에 사건을 알리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이날 시 교육청은 사건이 일어난 것에 대해 사과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진상조사 후에 대책을 세우겠다는 입장을 함께 내놨다. 하지만 사건발생의 원인 못지않게 중요한 사건 이후 시 교육청이 관리·감독을 제대로 했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학생 보호' 한마디면 시 교육청은 책임에서 자유로울까.

첫째, 시 교육청은 우선 피해학생에 대해 치료를 하고 있고, 경찰이 수사 중에 있어 학생 보호차원에서 발표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최초로 초등학교에서 남자 상급생이 동성 하급생을 상대로 성폭력이 일어난 시점은 작년 11월이고, 교육청에도 올 2월에는 보고가 됐기 때문이다.

반면에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것은 이로부터도 2달 뒤인 지난달 21일 초등학교 여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초·중학생을 조사한 이후다. 특히 올 겨울방학 동안에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에게 성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는 게 교사들의 주장이다. 학생보호를 명분으로 소극적인 대처를 하는 바람에 성폭력, 나아가 성폭행을 확산 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둘째, 시 교육청은 자세한 조사를 통해 미흡한 점이 있었다면 누구에게나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한다. 왜 지금까지는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책임을 물으려고 하지 않았을까? 이번 사건은 경찰이 수사에 나서고 <한겨레신문>의 보도가 있기 수주 전부터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교육청은 손을 놓고 있었다. 학생들에 대한 치료는 당연한 것이지만 이것으로 끝이었다. 사건이 일어난 학교에만 맡겨놓지 않고 조금만 귀를 기울였다면 2차, 3차 피해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처럼 관리·감독의 소홀로 피해가 확산됐다면 교육청에선 누가 책임질 것인가.

셋째, 시 교육청은 현재까지의 수사결과를 인용하며 가해자와 피해자는 10여명으로 언론에 보도된 피해자·가해자 100명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는 담임교사가 자체 조사한 음란물 노출 경험 숫자로 성폭행 대상자와는 다르고, 남학생간 성희롱이 누적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다. 성폭력 피해자의 숫자가 중요하다는 말인가.

시 교육청이 남학생간의 성희롱을 별도로 구분한 것을 보면, 동성간 성폭력은 성폭력이 아니라 학교 폭력으로 봐야한다는 대구 남부교육청의 인식과 맥을 같이 한다. 더구나 시 교육청은 언론에 보도되기 전까지 이 사건을 적극적으로 조사할 의지가 있었는지도 의문스럽다.

넷째, 이번 일은 인터넷 등에 무방비로 노출된 음란물의 영향이 크다는 시 교육청의 진단은 일면 수긍이 간다. 또 지금 와서 학생들의 성폭행을 가정교육과 관련된 문제로 봤던 당시 그 학교 교장의 인식에 시비를 걸고 싶지 않다.

다만 사건이 터지고 난 뒤에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에 대해 잘잘못은 분명 따져야 한다는 것이고 이는 상급기관인 교육청도 예외일 수 없다는 점이다. 이는 또 학생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성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학생 보호'가 '교육청 보호'로 덧칠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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