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는 지침서
매컬 스미스의 단편집 <이리저리 움직이는 비비원숭이>(문학동네)
▲ 아프리카 민담 ⓒ 문학동네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시리즈로 유명세를 떨치게 된 알렉산더 매컬 스미스는 아동문학가로 유명하다. 호흡은 짧으나 저자가 말하듯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려준다는 점에서 단편들은 쉽게 읽히나 강렬하다.
단편<뿔닭 아이>에서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아낙네가 남편에게 버림받고 외로이 살다가 뿔닭을 자식으로 삼아 그를 사랑한다는 이야기로 '엄지공주'를 연상케한다.
단편<동굴에 산 소녀>는 '열려라 참깨'를 연상시키는 단편인데 독특한 점은 악인으로 식인종이 설정되었다는 점이다. 더욱이 살던 곳에 대한 '정'을 버리지 못해 떠나는 가족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홀로 동굴에서 사는 데서 여자아이의 동심을 엿볼 수 있다.
<냄새 나는 소녀를 상냥하게 대한 할머니>는 섬세한 심리묘사가 압권인 작품인데 할머니가 소녀를 위해 만든 앞치마 마카베를 질투하던 아이들이 그 마카베를 큰 뱀이 사는 강둑에 버리는 짖궂은 장난을 치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중한 물건을 건져내고자 목숨까지 내놓은 소녀의 아련한 감정을 캐치해내는 것은 감동적이다. 더욱이 냄새나는 마카베를 입고 있는 소녀를 남들은 다 멀리하지만 할머니만큼은 그녀를 받아준다는 점에서 그 조건 없는 사랑에 가슴이 뭉클하기조차 하다.
표제작인 <이리저리 움직이는 비비원숭이>는 야생짐승들을 피해 새로운 집터를 찾아 언덕 땅으로 올라가는 가족의 이야기인데 어느새 원숭이가 되어버린 그네들의 비극을 그려주고 있다. 또한 비비원숭이의 탄생을 말해주고 있는데 그들이 집단이 아닌 개개인으로 움직이게 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 점점 그토록 혐오하던 야생짐승을 닮아가는 서로의 모습에 질려 각기 뿔뿔이 흩어져서 살아간다는 가슴 아픈 이야기.
가장 압권인 단편은 뭐니뭐니해도 암탉과 매가 현실에서 왜 앙숙인지를 그려낸 작품<암탉, 매 그리고 잃어버린 바늘>이다. 하나밖에 없는 바늘을 매가 닭에게 빌려줄 정도로 막연하던 그들은 바로 그 바늘 때문에 앙숙이 되었다는 매력적인 스토리는 책을 덮고 난 이후에도 생각이 난다.
단순히 교훈집이라고 하기에는 스토리가 아깝다. 기이한 소재에 목마른 어린이독자라면 구미가 상당히 당겨질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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