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아버지 '꿈' 빼앗다!
소 키워 살림하던 아버지, 소 값 하락으로 막막하기만 합니다
▲ 우리 아버지 살림 1호! 하지만 이제는...소는 아버지에게 살림 1호였습니다. 소 키워, 새끼를 낳아 살림에 보탰었는데... 하지만 이제는 미국산 쇠고기 때문에 값이 폭락해 아버지 근심이 무척이나 큽니다. ⓒ 장희용
그래서 세 마리 팔면 쉽게 말해서 1000만원 정도가 생기니, 사료 값 대느라 힘들게 만날 마늘 까지 말고 그냥 그 돈 은행에 넣어 두었다가 살아생전 당신들께서 쓰시면서 좀 편하게 사시라 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냥 두라면서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그거 팔아서 그 돈 다 까먹고 나면 그 다음은 어떡허냐? 농사지어야 남는 것도 없는데, 그렇다고 니들도 먹고 살기 힘든데 매달 아버지 엄마 돈 줄 수도 없고. 그러니께 힘들어도 그냥 먹이는 수밖에 없어. 이거라도 있어야 새끼 내서 팔고, 그 돈으로 니들헌티 손 안 벌리고 살지.
요즘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인디, 아버지 엄마 보태주면 니들은 새끼들이랑 어떻게 사냐? 그러니께 그냥 내버려둬. 설마 미국 쇠고기 들어온다고혀도 나라에서 농민들 다 죽이기야 허겄냐?"
▲ 아버지가 과연 소를 더 키울 수 있을까?치솟는 사료값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아버지는 과연 소를 키울 수 있을까? 하지만 이런 아버지(농민)의 현실을 그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다. ⓒ 장희용
그렇게 소에게 의지해 남은 삶을 살려 했습니다. 그게 당신들의 소박한 꿈이었습니다. 당신들 몸이 성할 때까지는 어떻게 하든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것, 그래서 자식들이 이 험한 세상에서 조금이나마 기 펴고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당신들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아버지와 엄마의 꿈, 이제는 정말 그냥 '꿈'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제 자식이 다 컸으니 힘든 삶 내려놓으시고 얼마 안 되지만 용돈 드릴 테니 그 돈으로 편하게 사시라 해도 '요즘 세상 얼마나 살기 힘든데' 하시며 자식들 한 푼이라도 아끼게 해서 자식들 살게 하려 했던 내 아버지와 어머니!
사료 값 올라 사실 남은 것이 없으면서도, 그래도 어떻게든 소 키워 송아지 낳으면 그것 팔아 당신들 생활비로 쓰면서 자식들 부담을 덜어주려 했던 내 아버지와 어머니, 얼마 안 되는 논이고 보니 농사지어야 남을 것 없는 현실에서 소 키우며 송아지 낳으면 넉넉하지는 않지만 그것으로 남은여생 생활에 보탬을 받으려 했던 내 아버지와 엄마의 꿈!
하지만 미국 산 쇠고기 수입으로 인해 한 순간에 날아갔습니다.
▲ 막막한 현실, 어디 내 아버지 뿐일까요?이 나라는 이제 힘없는 농민들과 농촌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습니다. 농부의 아들로서, 참으로 아픈 현실을 봅니다. ⓒ 장희용
아버지는 전화통화에서 "어떡헌다니? 할 수 없지. 나라에서 농민들 팔아 기업들 살리려고 하는디, 농부들이 뭔 힘이 있겄냐?" 하시며,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세상에 대한 분노를 당신 가슴에 묻고 삭히십니다.
그렇게 여든을 앞두신 내 아버지와 엄마의 꿈은 미국산 쇠고기로 인해 한 순간에 날아갔습니다. 미국산 쇠고기가 내 아버지와 엄마의 꿈을 빼앗아 가버렸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가 국가경제를 위해 취한 조치였다고 백번 양보해 이해한다고 해도, 자식 된 입장에서는 한 평생 소박하게 살아온 내 아버지와 엄마의 꿈을 빼앗은 대통령과 정부가 그저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아버지! 아버지는 "나라에서 농민들 다 죽이기야 허겄냐?" 하셨지요?
하지만 아버지!
"이 나라는 농민을 버린 지 아주 오래됐습니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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