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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청원 서명운동에 기꺼이 동참하며

때 이른 정권 말기 현상, 날 새는 줄 모르는 늦도둑 정권

등록|2008.05.03 15:12 수정|2008.05.03 15:12
‘국민성공시대’를 표방하며 출발한 이명박 정권이 불과 70일 만에 위기를 맞고 있다. 대통령 탄핵을 청원하는 <아고라>의 서명자 수가 순식간에 73만 명을 돌파한 반면, <리얼미터>가 조사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35%로 급락한 수치로 나타났다.

게다가 탄핵 청원자는 어제 오늘, 20만에서 30만으로 사납게 급증하는 추세에 있다. 서명자 수는 5월 3일 9시 현재 73,1668명에 이르렀다. 한편 대통령 지지도는 취임 이래 일시적으로라도 단 한 번 오른 적이 없다는 점에서 사뭇 비관적이다.

이런 추세라면 며칠 내로 탄핵 청원자가 100만을 넘길 것이고, 목표치인 1,000만 명을 달성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또한 대통령 지지도는 갈수록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리하여 대통령 통치 불능선인 10%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이것은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모두에게 끔찍하고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 끔찍하고 불행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우선 대통령과 집권당이 사태의 심각성을 객관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객관적 인식이 없이는 사태를 호전시킬 수 있는 어떤 개선책도 나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껏 정권 담당자들은 구구한 변명이나 황당한 해명으로만 일관해왔다. 그들에게는 무지로 인한 오기와 권력을 향유해 보려는 조급함밖에는 없어 보인다. 또한 그들에게는 지난 김대중 · 노무현 정권에 대한 불건전한 콤플렉스마저 도사리고 있다. 이러다 보니 인수위 출발 이래 지금까지 거의 모든 면에서 졸속과 무리와 파행만 거듭된 것이다.

안일한 사태 인식의 정점에 있는 이 대통령

정작 심각한 문제는 안일한 사태 인식의 정점에 대통령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오늘의 사태에 이르게 한 모든 책임도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다. 지금쯤이면 아마 이 대통령을 찍은 유권자들도 그가 이렇게까지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이었는지를 몰랐노라고 고백하고 싶을 것이다.

우리는 미국 상공회의소에 나가 쇠고기 협상이 타결되었다고 박수를 치던 이 대통령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수입 쇠고기는 적게 먹으면 된다”는 이 대통령, “이 문제를 정치적 논리로 접근해서 사회 불안을 증폭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이 대통령을 보며 우리는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은 그의 ‘성공신화’에 홀려 소중한 한 표를 날려버렸다. 국민들은 그의 수많은 비리들에 애써 눈을 감았고, BBK 혐의에도 자진해서 면죄부를 주었다. 국민들은 “도덕이 밥 먹여 주냐?”고 되물으면서 그에게 대선 표를 기꺼이 던졌고 “그래도 잘 살게 해 줄 거야” 하면서 그의 당 후보에게 미련 없이 총선 표를 던졌다.

결과는 국민에게 혹독한 회한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경색된 남북관계로 인한 안보 불안,  영어 몰입과 0교시, 우월반 부활로 인한 자녀 혹사와 사교육비 가중, 의보 민영화로 인한 건강 불안, 공공기관장 사퇴 강요에서 나타난 법치 문란, 대운하로 인한 환경 재앙 등 이루 다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로 몇 개월 사이에 대한민국은 명백히 전면적으로 퇴행했다.

때 이른 정권 말기 현상

이명박 정권은 무능한 다른 정권이더라도 최소 몇 년은 걸려야 치를 수 있는 퇴행을 불과 몇 개월 사이에 해치워버렸다. 그러면서도 반성은커녕 사태의 심각성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게다가 반대자들의 진의를 왜곡, 폄하하기까지 하고 있다.

이제 한국 국민들은 부도덕한 정권이 보이는 한계와 파행상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되었다. 작년만 해도 한국 국민들은 “좀 부도덕하면 어때? 일만 잘하면 되지” 식의 아주 실용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것은 ‘정권이 부도덕하면 정책도 부도덕하게 나온다’는 단순 방정식을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은 최근 민노당등의 진보단체를 불법 폭력단체로 규정하는가 하면, 광우병 쇠고기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색깔론의 덧칠까지 해대고 있다. 우리는 이런 일련의 행태들을 보며 때 이른 정권 말기 현상을 체감한다. 그래서 이대로 가다가는 그들이 정말 이 나라를 수삼 년 내로 거덜내고야 말 것만 같은 예감에 사로잡힌다.

따라서 나는 한 고교생에 의해 촉발된 대통령 탄핵 청원 서명운동에 뒤늦게나마 기꺼이 동참한다. 다소간의 혼란과 갈등이 오더라도 지금으로선 대한민국을 살릴 길은 이뿐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탄핵은 민주정치가 규정한 적법한 절차 중 하나이다. 끝으로 탄핵 서명을 발의한 고교생에게 감사한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투표를 잘못했다고 뒤늦게 후회하는 어른들에게 잘못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김갑수 기자는 작가로서 오마이뉴스에 소설 <제국과 인간>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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