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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회, 학생들보다 더 극성인 부모들

어린시절 운동회가 그립습니다

등록|2008.05.03 17:21 수정|2008.05.03 17:21

달리기 준비하는 아들앞 줄 오른쪽이 아들. ⓒ 변창기


오늘 자식들이 다니는 초등학교 봄 운동회를 했습니다. 아침 8시 야간조 마치고 퇴근하니 집에선 운동회 갈 준비한다고 바빴습니다.

"오늘 특근 들어가는데 피곤하니 잠이나 자."

아내는 내게 잠이나 자라고 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학교로 갔습니다. 자식들이 운동회 한다는데 아비가 돼 가지고 가만히 있을 수가 있어야지요. 그래서 사진이나 찍어주고 오자 싶어 사진기 챙겨들고 학교로 가보았습니다.

이미 운동장엔 운동회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째 학생보다 부모가 더 많은 것 같네요.

앞에서 자식들 사진 찍는 학부모들학생들이 단상의 선생님 보고 따라해야 하는데 학부모들이 많이 몰려 진행에 방해가 되었다. ⓒ 변창기


운동장에서 율동, 달리기 등을 할 때마다 학부모들이 주루루 서서 자식들 사진 찍느라고 야단이었습니다. 나도 그 중 하나였고요.

"어휴, 요즘 부모들 참 극성이다. 극성이야."

그늘에서 지켜보던 아내가 한마디 하네요. 나도 뭐 그 부모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달리기 1등한 아들달리기 못 할줄 알았는데 1등했다. ⓒ 변창기


올해 초등학교 1학년 들어간 아들이 달리기를 합니다. 녀석, 제법 잘 달리더군요. 1등 했거든요. 초등학교 6학년인 딸은 얼마전 한쪽 발목을 다쳐 깁스를 했어요. 운동회 참석은 했으나 6학년 종목에 아무 데도 못 출전했어요. 친구들과 앉아 잡담이나 하고 있더군요.

오늘 저녁 5시까지 출근해야 합니다. 그래서 사진 몇 장 찍어 주고 저는 잠자러 간다면서
아내에게 말하고 집에 들어왔습니다.

요즘 운동회 예전 같지 않네요. 벌써 30년도 넘은 이야기가 되겠지만 그땐 참 설레고 재미있었는데 말입니다.

그 땐 학교 운동회 하면 동네 잔치 분위기였는데 요즘은 학부모만 극성이지 별 흥이 안 나네요. 그날 만큼은 회사 다니던 엄마도 일손을 놓고 전날 저녁에 김밥, 과일, 과자 등을 푸짐하게 준비해서 운동장 옆 나무 그늘에 죽 늘어 앉아 점심을 먹고는 했는데. 또 어찌 알았는지 노점상들이 교문 안팍에 줄줄이 늘어서서 장사진을 이루고 어떤 아이들은 하나 사달라고 엄마에게 떼를 쓰기도 했는데. 요즘은 그런 광경을 못 보겠더군요.

운동회도 오전 중에 모두 끝냅니다. 시끌벅적했지만 정감있던 그때 그시절 운동회가 참 그립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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