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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가족을 살찌운 진정한 건강식

[붓 한 자루 12] 과일음료수 한 잔에 가득 담긴 가족 건강

등록|2008.05.08 09:08 수정|2008.05.08 09:08
어머니가 간 치료로 장기간 병원을 들락날락 하시기 전까지 어머니 건강을 전혀 생각지 않은 건 아니었습니다. 어머니가 해주신 밥이 맛있다고 설거지마저 한 번도 안 한 건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그 정도로 철없는 아들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철없는 아들이라는 소리를 자주 듣습니다. 지금 앉은 자리에서 하는 일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어머니가 일부러 더 크게 힘들어하는 소리를 내셔도 꿈쩍하지 않는 저는 철없는 아들이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 철없는 아들이 어머니 건강에 정말 빨간 불이 커졌다는 얘기를 듣고서는 시작한 일이 있으니, 그건 바로 과일음료수 만들기와 따뜻한 물찜질입니다.

관심, 가족을 살찌우는 진정한 건강식

과일음료수1과일을 깎아서 음료수와 함께 섞어놓았다. ⓒ 민종원


건강에 적신호가 떠오른 경험을 하신 분들은 대개 건강식을 찾기 시작합니다. 식사 조절에 들어가고 운동에도 신경을 씁니다. 그동안 안 하던 행동들이 일사분란하게 시작됩니다. 건강을 잃어버리면 정말이지 모든 것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어머니 건강에 신경을 쓴다 하면서도 결코 하지 않았던 일을 지금은 참 열심히 합니다. 물론 자주 게으름을 피우긴 합니다만, 여하튼 저는 어머니 건강을 위해서 예전보다 확실히 부지런을 떱니다.

색색 옷을 입은 신선한 과일과 음료수를 섞어 갈면 먹기 좋은 건강식 한 가지가 나옵니다. 과일을 제가 사오는 일은 아직 거의 없습니다만, 어머니가 과일을 잘 골라 오시면 저는 되도록 날마다 과일을 갈아서 어머니 코앞에 바치곤 합니다. 덩달아 아버지도 같이 드시게 되죠. 그렇게 부모님 모두 신경을 쓰는 착한 아들 흉내를 냅니다.

과일음료수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저도 덩달아 식습관이 좀 바뀌었습니다. 어머니 건강을 신경쓰다보니 저 역시 제 생활습관을 되돌아보게 되었거든요. 라면 먹는 횟수를 조절하기 시작했고 커피 먹는 횟수를 기억하기 시작했습니다.

잘 지키지는 못하지만, 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에 신경쓰기 시작했습니다. 어두운 데나 흔들리는 곳에서 되도록 책을 읽지 않는다는 평소 습관에는 더더욱 신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도저히 줄이기 힘든 컴퓨터 이용 횟수(또는 이용 시간)도 조절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저는 어머니 건강을 챙기면서 제 건강도 동시에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런 경우도 ‘원님 덕에 나팔 분다’는 말에 해당하는지 모르겠군요. 여하튼, 저는 가족 건강에 신경 쓰는 참 심성 고운 효자 흉내를 제대로 내고 있습니다.

과일음료수2잘 갈아놓은 과일음료수 ⓒ 민종원

과일음료수3아버지 한 잔, 어머니 한 잔. 남은 건 제가 먹었답니다. ⓒ 민종원

몸이 따뜻하면 마음도 따뜻해지려나

과일음료수라도 정기적으로 해드리면 건강에 도움이 될까 신경을 많이 쓰는 한편, 저는 따뜻한 물찜질로 어머니 건강을 챙기는 데도 더욱 신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몸이 따뜻하면 마음도 따뜻해지지 않을까 싶어서죠. 나름 근거 있는 겁니다.
제 노력이 그다지 큰 효과가 있는 건 아니기에 어머니는 가끔 물리치료를 받으러 가까운 병원을 찾으십니다. 무료로 해 주는 곳이 있으면 일부러 더 가시죠. 필요하면 그 귀한 차비도 들여가면서요.

물찜질귀한 일을 잘 감당해주고 있는 효도 삼총사 ⓒ 민종원


과일음료수가 아침용이라면, 물찜질은 대개 저녁용입니다. 저녁밥 먹고 난 이후 또는 주무시기 직전에 따뜻한 물을 갖다드립니다. 다리가 아픈 날이면 다리에 허리가 아픈 날이면 허리에다 대어 드립니다. 물을 따뜻하게 만드는 짧은 시간에도 효자 흉내내기는 계속되는 셈입니다. (쉿! 물찜질은 아버지께는 해드리지 못합니다. 물 담을 용기가 하나 밖에 없거든요.)

이 외에 또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이제는 간 치료도 잘 되어서 몇 달에나 한 번씩 병원에 가도 될 정도가 되었지만 이젠 더 이상 하루도 안심할 수 없거든요. 조바심 내는 쪽은 이제 제가 되었습니다. 어머니 없으면 어쩌나 걱정만 하는 ‘마마보이’가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가족 건강에 빨간 불이 켜진 경험을 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그런 경험을 하셨다면 저 못지 않게 아니 저보다 저 많이 가족 건강에 신경을 쓰고 계실 겁니다. 그런 경험은 마음에서 쉽게 떠나질 않거든요. 설사 그런 경험을 하신 적이 없더라도, 지금부터라도 가족 건강에 신경을 쓰시기 바랍니다. 사소한 관심이 사랑을 키우거든요.

평소 얼굴 표정이 딱딱하거나 차갑다는 핀잔을 듣지만, 그래도 저는 어머니 꾸중을 달게 들으려 애를 씁니다. 물론 두세 번에 한 번은 꼭 말대꾸를 합니다. 그러니, 제가 자꾸 효자 흉내를 내는 정도라고 말하는 겁니다. 감히 효자라고 어찌 제 입으로 말하겠습니다. 어림 반 푼어치도 없죠.

어버이날입니다. 제게는 어머니 간 치료로 근 1년을 보내다 맞은 ‘특별한 날’입니다. 아직 1년은 안 되었지만 1주년이라는 말을 붙여두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모님이 영원히 떠나신 뒤에서야 땅을 치고 후회한다는 철없는 자식들의 한결같은 고백이 오늘도 변함없이 무섭게 세상에 울려 퍼집니다.

해도 해도 모자랄 효도인데 지금 하는 정도도 못하면 나중엔 어찌할까 싶어 하고 또 합니다. 과일음료수와 물찜질. 이것 말고 또 해드릴 게 없을까요? 늘 주머니가 얇은 저는 늘 죄송할 뿐입니다. 여러분이 해 오신 좋은 효도방법을 알려주지 않으시겠습니까? 같이 나눌 만한 좋은 가족사랑 실천법을 갖고 계시진 않나요? 평소엔 무관심이 절반을 차지하던 가족 문제가 어느덧 제 관심사 반을 차지하고 있어요. 그 마음 절대 잃고 싶지 않습니다.
덧붙이는 글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 늘 건강하게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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