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부 "한글 대신 태권도 가르쳐 주세요"
'인천 아시아 이주민 축제'를 앞두고... 다문화 이해하는 한국 사회 됐으면
야마다 다카코 기자는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 주부입니다. [편집자말]
▲ 2008 인천 아시아 이주민 축제 포스터 ⓒ 인천광역시
오는 18일(일) 인천문학경기장 북문광장에서는 '인천 아시아 이주민 축제'가 열린다. 이 행사는 인천에 거주하는 이주민(이민자 주민)을 위로하고 이들이 지역 사회와 어울릴 수 있도록 인천시가 마련한 자리다.
인천광역시 내 이주민은 전체인구의 1.6%인 4만4651명에 이른다. 인천시는 이주민을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조기 정착시키기 위한 체계적·종합적 지원체계 구축과 이주민들의 생활편익 향상도모 등 실질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008년 이주민 정착지원 추진계획'을 수립·시행하기로 했다.
특히 우리 결혼이민자들은 여기서 아이들을 키우기 때문에, 한국사회에 잘 적응해야 한다. 부모가 적응을 잘 하면, 그들의 자녀들도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환경이 되려면, 그것을 인정해줄 만한 사회적인 분위기나 교육 환경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축제 통해 다문화 가정 아이들도 자부심 느낄 수 있을 것"
이번 축제에서 난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본부스에서 '일본 전통의상 입기'와 '전통종이 지요가미로 소품 만들기'를 가르칠 것이고 이후 오후 6시부터 시작할 아시아무대에선 '요사코이 춤'을 공연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아시아 이주민 축제'에 참가했던 일본인 오쿠다씨는 나와 같은 결혼이민자다. 또 일본 전통대중 춤 '여사코이' 동아리 'YOSAKOI KOREA JIN'의 대표기도 하다. 오쿠다씨에게 이번 축제에서 무엇을 기대하는지 물었다.
"먼저 아시아 이주민들이 모여 각국의 국기를 손에 들고 '인천사랑 걷기대회'를 할 예정이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다. 평상시 이주민들은 자국 문화를 내세울 일이 거의 없다. 이런 기회에 우리의 독특한 문화를 당당히 보여줘야 한다. (이를 통해)우리 아이들도 다문화 가정 자녀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쿠다씨의 대답을 들으면서, 지난 4일 '아힘나 다문화마을 축제'(관련 동영상 바로가기)에서 재일 남북한 자녀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는 '코리아 국제학원'의 교장 선생님이 "재일 한국인들은 과묵의 사이에 있다"고 말한 것이 생각났다.
일본 과거 역사 실수 인정하고, 마음을 열면 된다
내가 일본에 있을 때 재일 한국인 친구가 했던 "우리는 일본이든 한국이든 당당하게 있을 자리가 없었던 것 같다"는 말을, 나는 한국에서 살면서 겨울방학 때마다 아이들 데리고, 일본 학교 '체험 교육'하러 다니면서, 조금이지만 이해가 할 수 있었다.
특히 우리 한일가정의 자녀들은 외모는 별로 다르지 않지만, 한일의 역사적인 교육문제 때문에 많은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일본의 침략의 역사는 한국에서 학생으로 살면서 꼭 배워야할 내용이다. 그러나 그 역사를 가르치는 선생님, 친구들이 엄마가 일본 출신이라는 걸 알면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볼까? 이 공포심은 엄마인 나도 소화하기 어려운 일이다.
어떤 선배 한일 가정의 자녀에게 "담임선생님이 (우리)엄마가 일본 출신이란 걸 알면서도 친구들 앞에서 비판적인 발언을 했"단 이야기를 듣고, 조금 겁이 났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언제까지나 그런 사실을 숨길 수도 없다. 해결방법은 단 하나다. 내 자신이 과거 역사의 실수를 인정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나의 입장을 겸손하게 알려줘야 한다. 그리고 마음을 열고, 주민과 지역을 사랑하면 되는 것이다.
'다문화 교육'에 대해선 학부모 의견 들어달라
'아이들이 잘못한 행동 했을 때 그 행동은 부정해도 그의 인격까지 부정하면 안 된다'는 말이 있듯, 어떤 나라 출신이라도 그들의 인권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다문화 공생'이다.
현재 한국 여기저기서 이런 '다문화 공생'을 위한 축제가 펼쳐지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인천에서도 이런 축제가 개최된다는 것이 우리 이주민에게는 큰 기쁨 중 하나다. 그러나 축제 때만 다문화 가정에 관심 가져 주고, 끝나면 다시 잊는 일은 발생해선 안 될 것이다.
앞으론 정부 등 공공기관들이 '다문화 가정'에 무엇이 필요한지, 다문화 가정에 직접 물어봐 줬으면 좋겠다. 특히 '다문화 교육' 관련해서는 꼭, 학부모인 우리에게 "어떤 교육이 필요한가"라고 물어봐 줬으면 한다.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학교에서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따로 묶어 한글 수업을 해주는 것보단, '태권도' 등 전통무술을 가르쳐 줬으면 좋겠다. 그걸 통해서 호신술도 배우고 한국의 예절까지 배울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나도 어렸을 때 방과 후에는 '유도' 같은 호신무술을 경찰관에게 무료로 배웠었다. 그것은 아이들 안전을 위해 필수적인 것이다. 요즘처럼 아이들 등하굣길이 불안할 때는 그 필요성이 더 높다. 이처럼 나라마다 사람마다 요구들이 여러 가지이므로, 그런 '다문화가정의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줬으며 한다.
그래서 앞으론 이런 축제에서도, 인천을 미래를 이끌어 갈 아이들이 '다문화 가정'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리고 함께 사는 세상이 어떤 건지 알 수 있도록 '다문화 이해 교육'을 해줬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축제가 아시아 이주민들과 인천시민들이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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