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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소 파동, 천작을 버리면 인작까지 빼앗긴다

등록|2008.05.09 18:48 수정|2008.05.09 18:48
요즘 온 나라가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시끄럽다. 온라인은 이병박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네티즌이 벌써 127만 명을 넘어서는 등 거의 민란 수준이고, 오프라인에서는 공부에 전념해야할 중·고등학생들까지 촛불집회에 참여하여 "미친소, 2MB 너나 쳐드삼"이라는 그들만의 언어로 대통령에게 항의를 할 정도이니 문제가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이에 이명박 정권은 홍보가 부족해서 발생한 일이라고 자책을 하면서 범정부적으로 관제 홍보에 나설 태세다. 이미 조중동 1면 하단에 '광우병, 들어 올수도 없고 들어오지도 않습니다'라는 광고를 내는 등 이미 관제 홍보전에 돌입한 상태이다.

그러나 강기갑 의원의 당초 정부 협상안 폭로로 국민들은 이미 광우병 쇠고기의 위험성에 대한 진실을 알아버렸고 또는 앞으로 알 것이기에 관제 홍보전이 성공을 거둘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다음은 정부가 지난해 9월 11일과 21일 두차례 전문가 협의회를 열어 마련한 '개방수위 협상안' 중 주요내용이다. 그리고 타결된 내용이다.

1. 소의 나이는 30개월 미만으로 제한 -> 30개월 이상으로 전면 개방
2. 소의 나이 30개월 미만인 경우, 7개 광우병 위험부위 모두 제거 -> 2개(편도, 소장 끝부분)만 제거하고 나머지 5개(뇌, 두개골, 눈, 척수, 척주)는 수입
3. 내장, 사골, 골반뼈, 꼬리뼈 수입금지 -> 전면개방
4. 가공제품 수입금지 -> 전면개방

이처럼 불과 반년 만에 ‘광우병 안전장치 정책’을 헌신짝 버리듯 내 버리고, 미국에 모든 것을 다 내주고 만 것이다.

이래 놓고는 국민들의 반발에 부딪치자, 청와대 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이 벌려 놓은 일을 우리는 설거지하는 것 뿐"이라고 참여정부에 그 죄를 뒤집어 쒸우기까지 했다. 위의 협상안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참여정부가 마련한 광우병 안전장치를 수류탄 안전핀 뽑아 내 듯이 모두 제거해 버린 것은 자신들임에도 말이다. 참으로 치졸한 행태라 아니할 수 없다. 

그간 광우병에 대한 새로운 학설이 나온 것도 아니다. 과학도 시류에 따라 변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들은 지난해 9월 마련한 ‘광우병 안전장치’는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협상용 안)이었다”고 옹색한 변명을 하면서 “OIE(국제수역사무국)의 기준에 맞게 타결한 것이기 때문에 광우병 소가 들어올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러니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OIE기준이 협상의 절대적 기준인양 호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OIE의 기준은 권고사항이지 강제사항이 아니다. 도쿄의대 가네코 기요토시 교수가 프레시안(06.6.21일)과의 인터뷰에서 밝힌바 있듯이 미국과 일본과의 협상결과가 좋은 사례이다.

"실제로 일본에서 소 350만 마리에 대해서 전수 검사를 한 결과 30개월 미만(21개월, 23개월)에서도 광우병이 발견됐다. 즉 주먹구구식으로 영국의 경험에 기대 만들어진 OIE 기준이 결코 과학적이지 않음이 입증된 것이다. 이런 '과학적' 사실 때문에 일본이 20개월 이하의 쇠고기만 수입하겠다고 요구했을 때 미국도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처럼 과학적 논리로 협상을 했더라면, 30개월 이상 소까지 전면개방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 검역주권까지 모두 다 내주고 마는 지경에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광우병 안전장치’가 총선이 끝난 후 불과 1주일 만에 그리고 대통령의 방미를 전후하여 갑자기 없었던 일이 되고 말았다는 사실은 언론보도를 통해서 점차 밝혀지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어찌된 일인지 그 배경과 경위를 국민들께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다.

정운천 장관은 8일 국회에서 일본이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입할 경우, 당연히 재협상 요구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졸속협상으로 일본까지 코너에 몰리게 만들어 놓고서 고작 한다는 말이 일본 정부의 협상력에 기대를 걸어 보겠다는 것이다. 참으로 한심한 작태라 아니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일본이 협상을 타결할 때까지는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까지도 먹고 있어야 하고, 만약 협상이 결렬된다면 평생 먹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 아닌가? 이러한 미봉책으로는 국민들의 분노만 더 키울 뿐 해결책은 아니라고 본다.

이제라도 정부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 이 길만이 미친소 파동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CBS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주간정례 여론조사결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25.4%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이 취임 3개월 만에 20%대에 머문 것은 전임 대통령 중에서도 없었던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한다.

미친소 파동, 대운하 추진방침, 의료보험 민영화 등 민심을 거슬리는 무리한 정책으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이처럼 급하락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당국자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아직까지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관제 홍보전을 통해 밀어붙이려고만 할 뿐 민심에 반하는 정책을 여전히 거둬들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대선과 총선은 끝났기 때문에 그리고 앞으로 5년간은 걱정할 게 없기 때문에 이 사람들이 막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구심을 갖는 국민들도 적잖이 있는 것 같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작위란 그런 것이 아니라는 우리에게 교훈이 되는 맹자의 말씀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고자 한다.  

孟子曰 : [有天爵者, 有人爵者. 仁義忠信, 樂善不倦, 此天爵也 ; 公卿大夫, 此人爵也. 古之人修其天爵, 而人爵從之. 今之人修其天爵, 以要人爵 ; 旣得人爵, 而棄其天爵, 則惑之甚者也, 終亦必亡而已矣]

요약을 하자면, 벼슬에는 "천작(天爵)이 있고, 인작(人爵)이 있다. 인의충신은 천작이고, 공경대부 같은 벼슬은 인작이다.

옛날 사람들은 천작을 닦아서 인작이 따라왔다. 요즘 사람들은 인작을 얻기 위해서 천작을 닦는다. 그리고 미혹한 사람들은 인작을 얻으면 천작을 버린다.

그러나 천작을 버리면 끝내는 인작까지 빼앗기고 만다.

민심은 곧 천심이라는 말이 있듯이 오늘날에는 민심이 곧 천작일 것이다. 대통령이라는 위(位)나 국회의원이라는 위(位)는 민심을 얻어야만 얻을 수 있는 자리이기에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천작, 즉 민심을 버리면 인작까지 빼앗기고 만다는 맹자의 말씀을 당사자들은 다시금 되새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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