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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친박 복당되면 당대표 출마 않겠다고 했다"

위기의 이명박, 박근혜에 '구원' 요청... 박의 응답은?

등록|2008.05.09 12:17 수정|2008.05.09 13:09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9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 본청에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0일 정오 청와대에서 만난다.
9일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두 사람의 회동은 배석자 없이 오찬을 나누는 형태로 이뤄진다.

박 전 대표는 11일부터 20일까지 9박10일 동안 호주와 뉴질랜드를 방문하기 위해 출국하는데, 이 대통령 쪽에서 박 전 대표가 해외로 떠나기에 앞서 급히 만남을 제의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의 '친박 복당' 요구를 들어주는 동시에 그에게 당 대표를 맡아줄 것을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지만, 박 전 대표가 당 대표에 유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양자의 회동 결과가 주목된다.

당초 두 사람의 회동은 비공개로 추진됐지만, 8일 저녁 MBC 보도로 둘의 회동이 예정된 것이 보도되면서 10일 회동이 기정사실화됐다. 박 전 대표의 당내 측근들은 "만남이 추진되는 줄도 몰랐다"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친박무소속 연대의 김무성 의원도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제의로 박근혜 출국 하루 전 '이-박 회동' 전격 성사

여권 주변에서는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당 대표직을 제안한 뒤 "당 대표가 된 후 친박인사들의 복당 문제도 원리원칙대로 처리하시라"는 주문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만약 박 전 대표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대통령이 후보시절 경쟁자였던 정적(政敵)에게 당권을 넘겨주는 초유의 정치실험이 이뤄지는 셈이다.

그 동안 양자의 관계 설정을 놓고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친이 그룹사이의 의견 차이가 팽팽했다. 한나라당에서는 "대통령이 박 전 대표를 적극적으로 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은 데 반해 청와대 측근들은 대통령의 국정장악력 약화를 우려해 "박 전 대표를 견제해야 한다"는 주문을 많이 했다.

총선이 끝난 뒤 이 대통령이 '친박 복당' 문제의 해법을 강재섭 대표에게 맡기고 "어느 정당에도 나의 경쟁자는 없다"는 말을 거듭한 것도 '박근혜 견제론'의 연장선으로 해석됐다. 7월 전당대회에서도 이명박 캠프의 좌장이었던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이 '관리형 대표'로 부상하고 이명박계 의원들이 최고위원 후보로 주로 거명되는 등 박근혜계의 정치적 운신에 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비쳐졌다.

그러나 날로 확산되는 민심 이반은 이 대통령의 당초 구상을 바꿔놓고야 말았다.

총선이 끝난 후에도 ▲ 물가 폭등과 실물경제 부진 ▲ 추경예산안 편성을 둘러싼 당·정간의 불협화음 ▲ 설익은 정책 남발 ▲ '코드'에 안 맞는 공공기관장 퇴출 ▲ 청와대 수석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 '친박 복당'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고 '대통령 탄핵' 인터넷 서명이 130만 명에 육박한 것도 쇠고기 수입이라는 단일 이슈 때문이 아니라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총체적 분노의 표출로 봐야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급기야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20% 중반까지 동반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왔는데, 이런 상태로는 내달 4일로 예정된 재보선의 승리도 낙관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여권 전체로 퍼졌다.

"집권하자마자 '뺄셈 정치'에 몰입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이 대통령으로서는 박 전 대표를 포용함으로써 보수 성향 지지층의 복원을 꾀할 수 있다. 더구나 쇠고기 파동으로 민심 이반이 가속화되는 분위기에서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가 출국하기 전날 서둘러 그를 만나기로 한 것도 "더 이상 실기(失機)해서는 안 된다"는 주변의 권유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는 9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 출석하기 전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으로부터 한번 만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전갈이 와서 회동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대표직을 제의하지 않더라도 18대 국회의장직과 차기 당 지도부 구성에 대한 의견을 물을 가능성도 있다. 허태열 등 당내 친박 의원들은 "국정 동반자로서의 관계가 정립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차원의 정치변화를 예고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탈당 가능성을 흘리기도 했다.

"아주 잘된 일" - "그동안 배신만 당해" 친박그룹도 이견 분분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 10일 회동하기로 한 가운데 친박 무소속연대 김무성 의원이 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 전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의 손을 선뜻 맞잡을 지는 미지수다.
박 전 대표는 "대통령이 당 대표를 제안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친박인사들이) 복당하면 당 대표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선별복당에 대한 입장에도 변한 게 없다"며 '친박인사들의 일괄복당'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친박 인사들의 복당은 원칙적으로 허용돼야 하지만 그 자신이 당 대표가 돼서 그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복당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당 외곽 친박인사들과의 정치적 신의는 지키겠지만, 여권 주류가 바라는 '구원투수'를 맡지는 않겠다는 얘기로도 해석될 수 있다.

그럼에도 당내에서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청와대 회동에서 '대타협'을 이뤄낼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지난해 후보 경선이 끝난 후 양자 회동이 두 차례 이뤄졌지만, 회동이 끝날 때마다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의 측근그룹도 한나라당 내부와 외부에 따라 박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한 전망에서 '온도 차'를 보였다.

친박 무소속연대의 김무성 의원은 "두 사람의 만남은 아주 잘된 일"이라며 복당 문제가 해결되기만 하면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협조할 뜻을 내비쳤다. 반면,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대통령이 먼저 제의해서 벌써 두 번이나 만났지만, 결과적으로 따져보니 배신만 당했다"며 "집권하자마자 대통령 인기가 폭락했는데, (박근혜가) 당 대표를 맡아봤자 설거지밖에 더하겠냐? 이번에는 얘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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