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쇠고기 먹어야 하니 참 '명박하다'"
대전역 밝힌 300개 촛불... "눈 뜨고 귀 열어라"
▲ 9일 대전역 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에 모인 대전 시민들. ⓒ 심규상
▲ 대전역 광장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 ⓒ 심규상
"엄마에게 할 수 없이 거짓말 하고 나왔습니다."
9일 저녁 대전역 광장에 300여개의 촛불이 반짝였다. 이날 대전은 강한 바람이 불고 하늘마저 흐렸다. 하지만 대전역광장에는 300여명이 시민들이 모여 촛불을 흔들며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를 외쳤다.
한 여고생은 "선생님들이 촛불집회에 참여하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했다"며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친구들과 함께 나왔다"고 말했다.
한 여중생은 "엄마에게 거짓말을 하고 나왔다"며 "대한민국 국민으로 사는 게 너무나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님이나 선생님 말씀대로 대전역 광장에 나오지 않고 공부만 열심히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 심규상
또 다른 여고생들은 피켓에 '명박하다'는 글과 함께 '팔자가 기구하고 복이 없다'는 뜻풀이를 함께 적었다. 아래에는 실제 활용사례로 '광우병 쇠고기를 먹어야 하는 우리는 참 명박하다'고 썼다.
이날 자유발언대에 선 시민들은 하나같이 이명박 대통령의 쇠 귀에 경읽기식 쇠고기 문제에 대한 대응을 비판했다.
충남 계룡에서 온 한 시민은 "새 정부가 국민의 건강권을 경제적 논리로 접근하는 것을 보고 울분을 참을 수 없어 대전역 광장에 까지 나오게 됐다"며 "이제는 제발 귀를 열고 국민의 소리를 들어달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학생들이 뒤에 배후가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얘기를 들어보면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말하고 있다"며 "학생들도 당당히 말할 자격이 있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열차를 타기 위해 역 광장을 지나다 참여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 ⓒ 심규상
한 주부는 "아이들의 먹을 거리가 위험하다"며 "시민들이 조금씩 목소리를 높여 광우병을 꼭 막자'고 호소했다.
한미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는 서명판에도 시민들의 참여가 줄을 이었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반대 대전시민대책위' 주최로 열렸으며 10일 저녁에도 촛불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한편 이날 충남 홍성에서는 홍성읍 하상주차창에 8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이에 앞서 8일 저녁 충남 당진 버스터미널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도 약 3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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