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과 싸우는 이명박이 한심해서 나왔다"
[대전] 500여개의 촛불, '미친소 너나 먹어'를 외치다
▲ 10일 밤 5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문화제-미친소 너나 먹어! 이제 모두 나서자'가 대전역 광장에서 열렸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문화제-미친소 너나 먹어! 이제 모두 나서자'에서 청소년들이 문화공연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 개성있는 피켓을 들고 나온 한 청소년. ⓒ 오마이뉴스 장재완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반대 대전시민대책위원회'가 주관한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문화제-미친소 너나 먹어! 이제 모두 나서자'가 이날 저녁 6부터 3시간여 동안 열렸다.
이들은 각 동호회마다 특색 있는 문예공연과 퍼포먼스 등을 준비해 행사에 참여했으며, 자발적인 자원봉사자를 조직, 서명운동과 홍보물 배포, 행사진행을 맡기도 했다.
이날 촛불문화제에도 학생지도를 위해 각 학교에서 20여명의 교사들이 나와 행사를 지켜봤으며, 이를 대비한 많은 학생들은 얼굴을 알아보기 어렵게 마스크를 준비해 착용하기도 했다.
특히, 이날은 주말을 맞아 부모님과 함께 문화제에 참석한 가족단위 참석자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 청소년들의 촛불문화제 참여를 막는 방침에 항의하는 피켓을 들고 나온 한 청소년. ⓒ 오마이뉴스 장재완
▲ 동요 아기염소의 가사를 바꾼 문예공연도 펼쳐졌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이날 행사의 대부분은 '자유발언대'로 채워졌다.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자유발언대'에는 중학생부터 칠순의 노인까지 참여의 열기가 뜨거웠으며, 이를 지켜보는 참석자들은 함성과 박수로 동감을 표시했다.
17세 여고생이라고 밝힌 이 모양은 "시내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우연히 참여하게 됐다"며 "학교에서 친구들끼리 광우병쇠고기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행동하지 않는다, 말만하면 뭐하나, 이렇게 와 보니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 여고생은 "광우병 쇠고기 이야기를 며칠 전 듣고서 너무 놀라 인터넷으로 PD수첩을 다시보기로 보고, 뉴스도 검색해 보았는데 너무 걱정이 돼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며 "광우병이 나타나면 수입을 중단한다고 하는데, 희생된 사람은 사람도 아니냐"고 개탄하기도 했다.
대학생이라고 밝힌 한 여성은 "국회의원, 정치인들 뽑아주면 뭐하나? 국민들에게 하기 싫은 것 강요하고, 아무리 말해도 안 듣는다"며 "이명박 이 사람, 똑 바로 좀 하시라고 말하고 싶어서 나왔다, 오죽 답답하면 여기까지 나왔겠느냐"고 말했다.
또한 두 아이의 엄마라고 밝힌 30대 주부는 "이 자리에 나온 것은 애국심이 많아서, 정의감이 불타서도 아니다, 중고생들과 싸우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한심해서 나왔다"며 "우리 농민들은 자살하고 있고, 학생들은 거리로 나서고 있는데 대체 정부는 뭘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날 자유발언에서는 학생들의 촛불집회 참여를 막는 정부 및 교육당국의 방침을 거침없이 비판하기도 했다. 17세라고 밝힌 박성희 양은 "청소년들에게도 자신들의 인생을 선택할 권리가 있는데, 촛불문화제에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주부는 "여러분들의 배후에 누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참석자들이 "이명박"이라고 말했고, 이 주부는 "어린 학생들을 거리로 내 몰은 것은 바로 이명박과 조중동"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소 탈을 쓰고 홍보를 하고 있는 한 시민. ⓒ 오마이뉴스 장재완
행사의 끝에서는 가수 윤도현의 '아리랑'을 합창하면서 긴 꼬리를 만들어 대전역광장을 돌며 축제와 같은 흥겨움을 연출하기도 했다.
한편, 주최 측은 오는 14일과 16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촛불문화제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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