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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가져야

등록|2008.05.11 17:06 수정|2008.05.11 17:06
“축하드립니다.”
“무엇이냐?”
“작은 것입니다.”

생각지 못한 선물을 받게 되니, 당혹스럽다. 아이들의 선물은 기쁘게 받았었다. 딸 셋이 돈을 모아서 운동화를 사왔다. 발에 꽉 끼어서 좀 더 큰 것으로 바꿔오기로 하였다. 그런데 오후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녀석이 불쑥 내미는 선물을 받고 보니, 기분이 묘하였다. 선물은 와이셔츠였다.

아카시 ⓒ 정기상

둘째의 남자 친구였다. 둘째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웃고 있다. 속내를 보니, 선물도 둘이서 함께 고른 모양이었다. 아빠의 생일을 축하하면서 기쁨을 두 배로 하고 싶어서 그렇게 하였다는 것이다. 얼떨떨하다. 둘째의 남자 친구에게서 생일 선물을 받게 되니, 기분이 정말 이상하였다. 기쁜 마음과 함께 어색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언제 그렇게 커버렸는지, 실감이 가지 않는다. 아직도 내 눈에는 어린 아이로만 보이는데, 남자 친구가 생길 정도로 커버렸다. 실감할 수가 없어서 더욱 더 낯선 느낌이 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자란 것은 세월의 힘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냥 그렇게 성장해주었으니, 그렇게 고맙고 감사할 수가 없다.

선물싱그러운 ⓒ 정기상

딸아이들이 아카시 꽃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오월의 하늘을 고운 향으로 그득 채우는 아카시 꽃처럼 풋풋하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훈훈해진다. 아이들이 있어서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 아이들은 삶의 힘이고 근원이다. 온 누리에 아카시 향이 넘쳐나게 되면 그 안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사람이 너무 편안하면 자극적인 쾌락을 추구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행복과는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시련을 통해서 성숙해질 수 있고 성숙해진다는 것은 알아차리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개어 있음으로 해서 자유를 느낄 수 있고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서 감사하게 되고 본래의 나는 무아라는 진리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 ⓒ 정기상

예상하지 못한 선물을 받고 나를 들여다본다. 본디 나라는 것이 없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체득하고 있지는 못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환하게 웃고 있는 둘째를 바라보면서 나도 어쩔 수 없는 속물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선물을 받으니, 좋다. 생일 선물에 욕심을 앞세우는 나가 현실의 나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깨닫는다.

선물을 통해서 감사하며 고마워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카시 향이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처럼 나도 미미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무아의 경지에는 아직 멀었지만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라도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春城>
덧붙이는 글 사진은 전북 완주군에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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