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통제 뚫고 찾은 마을, 2시간 동안 101명 치료
[미얀마에서 온 편지] 첫 진료부터 환자 줄이어... 국제적 관심 절실
5월 10일 오전 그린닥터스 미얀마 긴급의료진 2진 5명이 모두 무사히 양곤에 도착하였습니다. 별다른 제재조치도 없이 잘 들어왔습니다. 애초 계획은 모두 12명으로 미얀마 구조단이 꾸려졌으나, 미얀마 정국과 안전문제 등으로 3명이 출발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그린닥터스의 미얀마 긴급의료단은 모두 9명으로 구성해 앞으로 열흘 정도 미얀마 친구들의 건강을 돌보게 됩니다.
5월 9일 저녁에 먼저 도착한 1진은 숙소에서 2진을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마치 수 십년 헤어져 다시 만난 혈육처럼 서로 반겼습니다. 긴급의료단 9명은 모두 모여서 함께 점심식사를 하면서 미얀마의 임무를 아무 탈없이 마칠 수 있도록 서로 기도했습니다. 식사 후 곧바로 오후 진료에 돌입했습니다. 오후에는 키아투마티 지역에서 진료를 하였습니다. 애초 계획대로 피해가 가장 심한 달라 섬에 가려고 했으나 실패했습니다. 사이클론의 참혹상을 외부에 노출하기를 꺼리는 군부가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동수단인 배마저 이번 사이클론으로 대부분 부서져 우리를 태워줄 배도 없다고 현지 안내인이 알려주었습니다. 그래서 달라 섬에 가지 못하고 장소를 키아투마티로 바꿨습니다.
짧은 시간에 찾아든 환자들
5월10일 토요일 오후 2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 두 시간 동안 진료하였습니다. 소아과 39명, 외과 16명, 안과 19명, 내과 21명, 피부과 7명 등으로 모두 101명의 미얀마 친구들이 진료를 받았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수많은 환자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외과파트에서는 오른쪽 하퇴부에 커다란 농양을 가진 환자를 절개수술과 배농술을 통해 치료했습니다. 그 환자는 그밖에 3건의 작은 수술도 함께 받았습니다. 이 미얀마 환자는 사이클론의 세찬 바람에 넘어지는 나무에 다리를 다쳤고, 이 때 생긴 상처를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해 계속 곪으면서 골수염으로 번질 정도로 증상이 심했습니다. 만일 그린닥터스 의료단이 조금만 더 늦게 그 환자를 만났더라면 다리를 절단해야만 했습니다. 농을 빨아내는 배농술을 통해 환자의 상태는 크게 좋아졌습니다. 그린닥터스 긴급의료단은 그 환자의 치료를 통해 자신들의 고생을 말끔히 지울 수 있었습니다. 봉사는 이럴 때 가장 그 기쁨이 큽니다.
의료단은 더 많은 사람들을 진료하고 싶어도 현지 사정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순간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전기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불을 밝힐 수 없으니 해가 지면 더 이상 진료할 수 없는 것이죠. 현재 미얀마의 대부분 지역은 밤이면 전기가 끊겨 암흑천지입니다.
인터넷도 속도가 너무 느려서 사용하기가 무척 힘듭니다. 그마저 우리 의료단은 양곤에서 인터넷이 되는 곳을 겨우 한군데 찾아 메일을 전송하고 있습니다. 이런 짧은 메일을 전송하는데도 느려터진 인터넷 때문에 1시간이나 걸립니다. 사진은 한 장 전송하는데 2시간정도 걸려야 하니, 긴급 의료봉사를 하는 우리들로서는 감히 엄두를 내기 힘듭니다. 그저 짧은 편지 글로써 미얀마 친구들의 고통을 전할 수밖에 없는데, 이 또한 저의 하찮은 글재주 때문에 쉽지 않은 형편입니다.
내일(5월 12일)도 같은 지역인 키아투마티에 가서 오늘 수술한 환자를 살펴야 합니다. 미얀마 친구의 상태가 많이 좋아지기를 기도합니다.
사이클론의 참상
양곤 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우리 눈으로도 이번 사이클론의 참상이 얼마나 극심한지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미얀마 곳곳에서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미얀마 친구들을 생각하며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러나 피해가 심한 지역은 군인이 지키고 서서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의료단이라 할지라도 외국인은 극심한 피해지역은 접근할 수 없습니다. 우리도 지역의 통장인 오카타가 허락한 곳만 들어가서, 미얀마의 내과의사인 A씨와 함께 움직입니다. 이곳에는 우리 그린닥터스 의료단 외에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이클론으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는 미얀마와 미얀마 국민들은 현재 국제사회로부터 완전 고립돼 있는 셈이죠.
비슷한 피해를 당해도 도시보다는 시골에서 더욱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골로 갈수록 외상 등으로 곪아터지는 농양 환자들이 많습니다. 시간을 지체할 수 없는데도 미얀마 당국의 '외국인 구조거부 조치'로 인해 속수무책입니다. 에와야디 지역은 완전 출입통제구역입니다.
곳곳에서 군인들이 길가에 쓰러져 있는 나무들을 치우고 있습니다. 넘어진 전신주를 세우고 있으나 온 국민들이 사이클론의 피해자인데, 그들만의 힘으로 이 모든 것을 제자리에 되돌린다는 것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석유도 배급이지만 이미 가격이 2배나 오르고 있고, 생활이 점점 피폐해지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미얀마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여야 할 것입니다. 시급한 것은 식량과 의료 지원입니다.
그린닥터스의 미얀마 긴급의료단은 이번 주 진료계획을 세웠습니다. △5월 11일(일) 키아투마티 지역 재진료 △5월 12일(월) 모비 △5월 13일(화) 두란노 마을 △5월 14일(수) 달라섬(예정), 에야와디 지역 △5월 15일(목) 달라섬(예정) 등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계획대로 이행돼 미얀마 친구들의 슬픈 얼굴에서 웃음이 피어올랐으면 좋겠습니다
곳곳에서 의료지원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곳 미얀마는 사회통제 국가여서 세밀하게 계획하지 않으면 의료봉사를 하기 힘듭니다. 우선 교회가 있는 곳에서 진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교회는 안전한 건물이 있고, 게다가 통역이 가능한 선교사들이나 외국인에 우호적인 현지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진료하기가 쉽습니다.
지금 미얀마에서는 많은 선교사들이 미얀마 복구사업에 제 일처럼 뛰어들고 있습니다. 정말 적극적으로 도우고 있습니다. 우리 팀도 한 목사 댁에서 단체로 자고, 차량은 교회트럭으로 움직입니다. 이곳에서 우리는 김치와 밥을 먹으며 아무 불편 없이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밤에만 모든 것이 깜깜해지니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TV도 없고 전기도 없으니, 모든 것이 없는거나 다름없는 것이죠. 여기서는 문명의 이기를 느낄 수 없다고 해야 되겠네요.
원시시대인지, 조선시대인지… 미얀마는 하루에도 수 백번씩 우리에게 세상의 불공평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5월 9일 저녁에 먼저 도착한 1진은 숙소에서 2진을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마치 수 십년 헤어져 다시 만난 혈육처럼 서로 반겼습니다. 긴급의료단 9명은 모두 모여서 함께 점심식사를 하면서 미얀마의 임무를 아무 탈없이 마칠 수 있도록 서로 기도했습니다. 식사 후 곧바로 오후 진료에 돌입했습니다. 오후에는 키아투마티 지역에서 진료를 하였습니다. 애초 계획대로 피해가 가장 심한 달라 섬에 가려고 했으나 실패했습니다. 사이클론의 참혹상을 외부에 노출하기를 꺼리는 군부가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동수단인 배마저 이번 사이클론으로 대부분 부서져 우리를 태워줄 배도 없다고 현지 안내인이 알려주었습니다. 그래서 달라 섬에 가지 못하고 장소를 키아투마티로 바꿨습니다.
짧은 시간에 찾아든 환자들
▲ 그린닥터스의 미얀마긴급의료단 대원들이 미얀마의 키아투마티 지역에서 5월 10일 오후 사이클론으로 부상을 당한 주민들을 치료하고 있다. ⓒ 그린닥터스
의료단은 더 많은 사람들을 진료하고 싶어도 현지 사정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순간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전기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불을 밝힐 수 없으니 해가 지면 더 이상 진료할 수 없는 것이죠. 현재 미얀마의 대부분 지역은 밤이면 전기가 끊겨 암흑천지입니다.
인터넷도 속도가 너무 느려서 사용하기가 무척 힘듭니다. 그마저 우리 의료단은 양곤에서 인터넷이 되는 곳을 겨우 한군데 찾아 메일을 전송하고 있습니다. 이런 짧은 메일을 전송하는데도 느려터진 인터넷 때문에 1시간이나 걸립니다. 사진은 한 장 전송하는데 2시간정도 걸려야 하니, 긴급 의료봉사를 하는 우리들로서는 감히 엄두를 내기 힘듭니다. 그저 짧은 편지 글로써 미얀마 친구들의 고통을 전할 수밖에 없는데, 이 또한 저의 하찮은 글재주 때문에 쉽지 않은 형편입니다.
내일(5월 12일)도 같은 지역인 키아투마티에 가서 오늘 수술한 환자를 살펴야 합니다. 미얀마 친구의 상태가 많이 좋아지기를 기도합니다.
사이클론의 참상
▲ 아, 미얀마 사이클론으로 인해 교회가 폭삭 주저앉았다. 나무도 뿌리 채 뽑혔다. 미얀마의 곳곳이 이런 모습이다. ⓒ 그린닥터스
비슷한 피해를 당해도 도시보다는 시골에서 더욱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골로 갈수록 외상 등으로 곪아터지는 농양 환자들이 많습니다. 시간을 지체할 수 없는데도 미얀마 당국의 '외국인 구조거부 조치'로 인해 속수무책입니다. 에와야디 지역은 완전 출입통제구역입니다.
곳곳에서 군인들이 길가에 쓰러져 있는 나무들을 치우고 있습니다. 넘어진 전신주를 세우고 있으나 온 국민들이 사이클론의 피해자인데, 그들만의 힘으로 이 모든 것을 제자리에 되돌린다는 것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석유도 배급이지만 이미 가격이 2배나 오르고 있고, 생활이 점점 피폐해지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미얀마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여야 할 것입니다. 시급한 것은 식량과 의료 지원입니다.
그린닥터스의 미얀마 긴급의료단은 이번 주 진료계획을 세웠습니다. △5월 11일(일) 키아투마티 지역 재진료 △5월 12일(월) 모비 △5월 13일(화) 두란노 마을 △5월 14일(수) 달라섬(예정), 에야와디 지역 △5월 15일(목) 달라섬(예정) 등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계획대로 이행돼 미얀마 친구들의 슬픈 얼굴에서 웃음이 피어올랐으면 좋겠습니다
곳곳에서 의료지원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곳 미얀마는 사회통제 국가여서 세밀하게 계획하지 않으면 의료봉사를 하기 힘듭니다. 우선 교회가 있는 곳에서 진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교회는 안전한 건물이 있고, 게다가 통역이 가능한 선교사들이나 외국인에 우호적인 현지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진료하기가 쉽습니다.
지금 미얀마에서는 많은 선교사들이 미얀마 복구사업에 제 일처럼 뛰어들고 있습니다. 정말 적극적으로 도우고 있습니다. 우리 팀도 한 목사 댁에서 단체로 자고, 차량은 교회트럭으로 움직입니다. 이곳에서 우리는 김치와 밥을 먹으며 아무 불편 없이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밤에만 모든 것이 깜깜해지니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TV도 없고 전기도 없으니, 모든 것이 없는거나 다름없는 것이죠. 여기서는 문명의 이기를 느낄 수 없다고 해야 되겠네요.
원시시대인지, 조선시대인지… 미얀마는 하루에도 수 백번씩 우리에게 세상의 불공평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덧붙이는 글
평화 구호단체인 그린닥터스(이사장 박희두)가 현지 한국기업인들과 연계해 사이클론 참사를 당한 미얀마 돕기에 나섰습니다. 정근 기자는 그린닥터스 미얀마 긴급의료단 단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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