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잡고, 무엇을 놓아줄 것인가
[달팽이가 만난 우리꽃 이야기 180] 매발톱
▲ 매발톱꽃망울 뒤부분이 마치 매발톱이 뭔가를 욺켜진 듯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 김민수
매발톱은 꽃몽우리 뒷부분이 마치 매발톱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매발톱꽃은 변이가 많아서 원예종으로 사랑받는 꽃이며, 울창한 숲 가장자리에서 그를 만나면 살포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 마치 숲 속에 은은한 초롱불을 밝혀놓은 듯합니다.
화초를 좋아하시는 어머님 덕분에 사시사철 꽃을 보긴 하지만 원예종을 별로 좋아하질 않습니다. 그러나 매발톱만큼은 다릅니다. 원예종이 아니면 볼 수 없는 다양한 색깔을 품고 있으니까요.
▲ 매발톱변이가 심해서 각양각색의 꽃들로 피어난다. ⓒ 김민수
매발톱꽃은 이른 봄에 누구보다도 먼저 새싹을 냅니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릴 때에도 싹을 내밀고 탐색전에 들어가고, 이내 무성하게 이파리를 낸 연후에야 꽃을 피우죠.
어느 꽃이나 그렇지만 매발톱꽃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 참으로 많은데 그 중 하나가 '무엇을 잡고, 무엇을 놓아줄 것인가!'입니다. 뭔가를 보면서 뭔가를 느낀다는 것은 참 중요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한 사람의 실존은 지금 무엇을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하는가에 있기 때문입니다.
▲ 매발톱하늘을 날고 싶은 마음 ⓒ 김민수
보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그 사람의 실존이 달라집니다. 보려고 하는 것이 자꾸만 보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이 더덕을 캐기 위해 산에 올랐답니다. 그러니까 오로지 더덕만 보이더랍니다. 결국은 곁에 있는 산삼도 보지 못하고 말았답니다. 그래서 다음에는 더덕팀과 산삼팀을 나눠서 산에 올랐다고 하더군요.
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들꽃에 관심이 있다 보니 산에 들어가면 꽃만 보이고, 길을 걸을 때에도 꽃만 보입니다. 자연에 대한 것뿐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우리 운 앞에 펼쳐지는 일들이 모두 그렇습니다. 자꾸만 보려고 하는 것만 보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무엇을 보는지를 알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 매발톱은은한 초롱불을 밝힌 듯 ⓒ 김민수
▲ 매발톱작은 바람에도 흔들리지만 끝내 자기의 역할을 다한다. ⓒ 김민수
▲ 매발톱옹기종기 피어난 모습이 앙증맞다. ⓒ 김민수
▲ 매발톱언젠가 저 하늘 날고 말거야! ⓒ 김민수
▲ 매발톱이제 끝물이지만 내년을 기약하며 활짝 웃는 배발톱의 마음을 본다. ⓒ 김민수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카페<달팽이 목사님의 들꽃교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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