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너와 그릇 없이 라면을 끓여 먹다
[타이완 자전거 일주 ⑥] 화리엔에서 쑤아오까지
21일 아침으로 준비해온 라면을 먹었다. 이곳에서 주로 유스호스텔이나 홈스테이에 머물 것으로 생각하고 라면과 햇반 그리고 인스턴트 국을 준비해 왔다. 그러나 첫 날을 제외하고는 주방이 설치된 곳에서 머물러 보지 못해 먹지도 못하고 매일 갖고 다녔다.
군대에서 막 제대한 아들이 자신이 라면을 끓이겠다며 라면 봉지를 열고 그 안에 뜨거운 물을 붓고 입구를 막는다. 군대에서는 이렇게 해 먹기도 한다며. 몇 분 지나서 먹어보니 정말 먹을 만 하였다. 타이완에 올 때는 음식을 준비해올 필요가 전혀 없다. 가격도 우리보다 싸고 필요한 것은 거의 다 쉽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힘들게 갖고 올 필요가 없다.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라면도 터지지 않았고 날씨도 맑으며 바람도 없었다. 언덕이 많을 것을 예상하고 일찍 출발하였다. 화리엔을 떠나 해안도로로 가니 넓은 해수욕장이 눈에 들어온다. 놀란 것은 그 뒤에 전투기 비행장이 있다는 것이다.
타이완이나 우리나라나 이웃한 공산국가와 대립관계에 놓여 있기는 마찬가지이나 우리나라 같으면 어림없는 풍경이다. 아마 군에서 보안을 핑계로 앞에 있는 해수욕장까지 모두 차지하였을 것이다. 이 넓디넓은 해수욕장에 사람은 없고 개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타이완 어디를 가나 풀어놓은 개가 많다.
작은 집과 같은 무덤이 서로 다르다
193번 작은 길은 무덤 사이로 지나간다. 무덤을 작은 집처럼 꾸며놓아서인지 전혀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조금 다듬어서 어린이들이 뛰노는 공원으로 해도 될 것 같다. 그러면 죽은 자와 어린생명들의 조화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교육의 장이 될 것이다.
무덤의 모양은 서부와 동부가 너무도 다르다. 전체적인 모양은 타일로 덮은 작은 집과 같다. 그러나 서부 북쪽에서 남쪽까지 거의 모든 지역의 무덤에는 십자가 장식이 없으나 동부에서는 남쪽에서 쑤아오까지 거의 모든 무덤에 십자가를 달고 있다.
서부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던 교회도 이곳에서는 자주 보인다. 쑤아오부터는 높은 산이 나오지 않고 계속 평탄한 길이 이어지면서 서부와 같은 양식으로 변한다. 남북으로 가로 지른 높은 산이 쑤아오를 걍계로 서쪽과 동쪽의 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았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내려 보며 수십 km나 오르내리다
타이루꺼 협곡 입구를 지나 해안선을 따라 올라가니 대만 8경의 하나인 칭수이(淸水) 단애가 수십 km 계속 이어진다. 그 사이에 터널도 나온다. 이상한 것은 터널 입구에 자전거 출입금지라는 표시가 붙어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 왔는데 금지하면 어쩌란 말인가? 돌아갈 곳이 없는데. 그냥 통과할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가니 한 노동자가 양쪽 차선을 막고 있다. 이유도 모르고 기다리고 있자니 스쿠터를 탄 젊은이가 다가와 별 말도 걸지 않으면서 음료수와 초콜릿을 준다. 30여분 지나자 폭발음이 들린다.
화리엔에서 쑤아오까지 가는 오늘의 구간은 여행 중 가장 힘든 구간이었다. 정상이 저기다 싶으면 이내 또 다른 정상이 눈앞에 보인다. 이러기를 여러 번 반복하여 마침내 언덕 위에 오르면 기나긴 내리막이 펼쳐지지만, 그 끝에는 또 다른 언덕이 나타난다.
단애를 따라가면 왼쪽에는 깎아지른 듯한 높은 산이 솟아있고, 오른쪽은 끝간데 없이 펼쳐지는 바다의 풍경은 오르막의 힘듦을 충분히 가셔줄 정도로 아름답게 느껴진다. 힘들게 올라가는데 산 속의 원숭이가 '왜 저렇게 힘들게 올라가고 계시나' 하며 바라보는 것 같다.
흐린 하늘이 마침내 가랑비를 내린다. 때맞추어 항구가 보이고 내리막 끝에는 천연탄산 냉천 마을인 쑤아오가 나타났다. 호텔 주인이 아주 반갑게 맞이한다. 방에는 뜨거운 물이 너무 잘 나왔다. 비에 젖고 피곤한 몸이 금방 풀어진다.
날씨가 추워 기대했던 냉천욕을 할 수 없었다. 위성항법장치를 보니 오늘 전체적으로 상승한 고도는 1120m이고 최고 높이 450m로 나와 있다. 해수면에서부터 최고 450m까지 수시로 오르락내리락 한 것이다. 이러한 길을 8시에 출발하여 도착한 5시까지 달린 거리는 105km였다.
군대에서 막 제대한 아들이 자신이 라면을 끓이겠다며 라면 봉지를 열고 그 안에 뜨거운 물을 붓고 입구를 막는다. 군대에서는 이렇게 해 먹기도 한다며. 몇 분 지나서 먹어보니 정말 먹을 만 하였다. 타이완에 올 때는 음식을 준비해올 필요가 전혀 없다. 가격도 우리보다 싸고 필요한 것은 거의 다 쉽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힘들게 갖고 올 필요가 없다.
▲ 버너와 그릇이 없어도 뜨거운 물만 있으면 O.K ⓒ 이규봉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라면도 터지지 않았고 날씨도 맑으며 바람도 없었다. 언덕이 많을 것을 예상하고 일찍 출발하였다. 화리엔을 떠나 해안도로로 가니 넓은 해수욕장이 눈에 들어온다. 놀란 것은 그 뒤에 전투기 비행장이 있다는 것이다.
타이완이나 우리나라나 이웃한 공산국가와 대립관계에 놓여 있기는 마찬가지이나 우리나라 같으면 어림없는 풍경이다. 아마 군에서 보안을 핑계로 앞에 있는 해수욕장까지 모두 차지하였을 것이다. 이 넓디넓은 해수욕장에 사람은 없고 개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타이완 어디를 가나 풀어놓은 개가 많다.
작은 집과 같은 무덤이 서로 다르다
193번 작은 길은 무덤 사이로 지나간다. 무덤을 작은 집처럼 꾸며놓아서인지 전혀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조금 다듬어서 어린이들이 뛰노는 공원으로 해도 될 것 같다. 그러면 죽은 자와 어린생명들의 조화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교육의 장이 될 것이다.
무덤의 모양은 서부와 동부가 너무도 다르다. 전체적인 모양은 타일로 덮은 작은 집과 같다. 그러나 서부 북쪽에서 남쪽까지 거의 모든 지역의 무덤에는 십자가 장식이 없으나 동부에서는 남쪽에서 쑤아오까지 거의 모든 무덤에 십자가를 달고 있다.
서부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던 교회도 이곳에서는 자주 보인다. 쑤아오부터는 높은 산이 나오지 않고 계속 평탄한 길이 이어지면서 서부와 같은 양식으로 변한다. 남북으로 가로 지른 높은 산이 쑤아오를 걍계로 서쪽과 동쪽의 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았다.
▲ 서부와 다른 십자가가 달린 동부의 무덤 ⓒ 이규봉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내려 보며 수십 km나 오르내리다
타이루꺼 협곡 입구를 지나 해안선을 따라 올라가니 대만 8경의 하나인 칭수이(淸水) 단애가 수십 km 계속 이어진다. 그 사이에 터널도 나온다. 이상한 것은 터널 입구에 자전거 출입금지라는 표시가 붙어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 왔는데 금지하면 어쩌란 말인가? 돌아갈 곳이 없는데. 그냥 통과할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가니 한 노동자가 양쪽 차선을 막고 있다. 이유도 모르고 기다리고 있자니 스쿠터를 탄 젊은이가 다가와 별 말도 걸지 않으면서 음료수와 초콜릿을 준다. 30여분 지나자 폭발음이 들린다.
▲ 수십 km 이어진 칭수이 단애 ⓒ 이규봉
화리엔에서 쑤아오까지 가는 오늘의 구간은 여행 중 가장 힘든 구간이었다. 정상이 저기다 싶으면 이내 또 다른 정상이 눈앞에 보인다. 이러기를 여러 번 반복하여 마침내 언덕 위에 오르면 기나긴 내리막이 펼쳐지지만, 그 끝에는 또 다른 언덕이 나타난다.
▲ 지나온 길. 이런 길이 쑤아오까지 계속된다. ⓒ 이규봉
단애를 따라가면 왼쪽에는 깎아지른 듯한 높은 산이 솟아있고, 오른쪽은 끝간데 없이 펼쳐지는 바다의 풍경은 오르막의 힘듦을 충분히 가셔줄 정도로 아름답게 느껴진다. 힘들게 올라가는데 산 속의 원숭이가 '왜 저렇게 힘들게 올라가고 계시나' 하며 바라보는 것 같다.
흐린 하늘이 마침내 가랑비를 내린다. 때맞추어 항구가 보이고 내리막 끝에는 천연탄산 냉천 마을인 쑤아오가 나타났다. 호텔 주인이 아주 반갑게 맞이한다. 방에는 뜨거운 물이 너무 잘 나왔다. 비에 젖고 피곤한 몸이 금방 풀어진다.
날씨가 추워 기대했던 냉천욕을 할 수 없었다. 위성항법장치를 보니 오늘 전체적으로 상승한 고도는 1120m이고 최고 높이 450m로 나와 있다. 해수면에서부터 최고 450m까지 수시로 오르락내리락 한 것이다. 이러한 길을 8시에 출발하여 도착한 5시까지 달린 거리는 105km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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