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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만 있던 어르신들, '대통령 별장'에 오르다

시흥시 정왕종합사회복지관 행사..."이것이 사람 사는 맛이여"

등록|2008.05.13 14:46 수정|2008.05.13 14:46

▲ 5월 9일 청남대를 방문한 재가 어르신들이 정문에서 손을 들어 흔들면서 기념촬영 한컷 ⓒ 추광규


나이 들어 돌봐주는 사람들이 없는 노인분들에게 바깥 나들이는 경험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더구나 나들이가 몇 시간을 가야하는 원거리라면 불편한 몸과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할 터.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에 있는 '정왕종합사회복지관 부설 재가복지봉사센터'는 지난 9일 봉사센터에서 돌봐주고 있는 재가노인분들에게 소중한 나들이 기회를 제공했다. 이날 봉사센터 소속 사회복지사 4명과 적십자초롱회 봉사단 5명의 손길을 빌려, 집에서만 머물고 계시던 재가노인 80여분께 대통령 별장으로 이름난 충북 청원의 '청남대'를 찾아 나들이의 여유를 제공했기 때문.

이날 행사를 기획한 정왕종합사회복지관의 유주연 사회복지사는 "외부 문화 활동이 어려운 재가어르신들 80명에게 문화 체험을 지원함으로 삶의 활력을 드린다", "재가 어르신들의 청남대 방문을 통해 역사를 배우고, 견문을 넓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 청남대는 빼어난 풍경으로 예술고등학교의 실습장소로 곧잘 애용되고 있다며 청남대를 배경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던 충북예고 정다운(3학년)학생은 설명했다. ⓒ 추광규

청남대에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아

1980년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1983년 6월 착공되고 6개월만인 그해 12월 완공된 청남대는 지난 2003년 4월 18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개방행사가 이루어진 바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이 대선기간중 내세웠던 선거공약을 이행했던 것. 이에 따라 남쪽에 있는 청와대라는 뜻을 가진 '청남대'는 충청북도에 그 관리권이 넘어가 충청북도에서 계속해서 관리해오고 있는 중이다.

▲ 청남대 곳곳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지난 1984년 그는 식수를 하고는 돌에다가 그 사실을 적어 그 기념(?)을 빼먹지 않았다. ⓒ 추광규


▲ 양어장 옆의 나무숲은 전 전 대통령 당시 심어진걸로 보였는데. 오와 열이 한치도 벗어남 없이 심겨져 있어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 추광규

청남대 시설물로는 '대통령역사문화관'을 비롯 역대 대통령들이 휴식차 머물렀던 '본관', 그리고 '오각정', '양어장', '골프장' 등, 전두환 전 대통령 이래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당시 대통령들이 휴식을 취하기 위한 각종 시설물들이 그대로 보존돼 일반인들에게 공개되고 있는 것이다.

일반인에게 개방된 지 5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청남대에는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날 청남대에는 '재가복지 봉사센터'의 재가노인 80여분 말고도, 전국 각지에서 오신 어르신부터 어린 아이들까지 수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 청남대에는 9홀 규모의 골프장이 있었다. 골프장 옆으로는 각종 화분을 진열해 놓았다. 이 화분은 개부처손이라는 화초를 담고 있었다. ⓒ 추광규

본관 안내를 맡은 청남대의 한 직원은 방문객 숫자를 묻는 질문에 "지난 어린이날에는 8000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했다"고 말했다. 주중 주말을 가리지 않고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것.

방문객들의 숫자는 여전히 꾸준 하지만 입장료 수입은 각종 할인 혜택으로 인해 20여억원 남짓이고, 유지하는데는 각종 소요경비로 30여억원이 들어가 관리를 맡고 있는 충청북도 입장에서는 1년에 10여억원이 더 들어간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정왕종합사회복지관에서 기획한 '재가 어른신 봄나들이 행사'에 함께 했던 시흥시 정왕동 거주 곽지순(76세 여)씨는 전동휠체어를 끄는 몸이면서도 밝은 웃음을 활짝 지었다. 곽씨는 “선생님들이 고생하는 것은 알지만, 나들이를 오니깐 너무 좋다. 매달 한 번씩 나들이 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정왕동에서 거동이 불편한 부인과 함께 살고 계시는 안성노(77세 남)씨는 “죽기 전에 이렇게 멋진 대통령별장에 오니 호강하는 것 같다. 나들이를 나오니 인생이 살맛 난다”고 말했다.

▲ 청남대 본관 앞을 이날 행사에 참가한 재가노인분들이 지나가고 있다. ⓒ 추광규

청남대 관리를 위해 충청북도 입장에서는 1년에 10여억 원을 지불하고 있다지만, 대통령 별장으로 사용되었을만큼 빼어난 경관을 가지고 있는 청남대를 모든 일반국민들이 이를 보고 즐길 수 있다면 그정도 비용은 쾌히 지불되더라도 무리는 없을 듯 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신문고 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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