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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새벽 산책길에 만난, 밥짓는 연기!

새벽길에 만난 아름다운 풍경의 기억들

등록|2008.05.14 14:33 수정|2008.05.14 14:33

아침 밥 짓는굴뚝 연기 ⓒ 김찬순

  따르릉 자명종이 정확하게 5시에 울리면, 나는 새벽 산책길을 나선다. 새벽 산책길은 정말 늘 만나도 새롭다. 신선한 공기와 그리움처럼 피어나는 하얀 안개 등 비가 온 뒤라서 산뜻한 공기까지 청결하다. 5시에 시작되는 산책길은 바다가 보이는 곳까지 이어진다. 종종 산책 코스를 바꾸어서 동네 한바퀴 돌다 오기도 한다.   

새벽 산책은즐거워라 ⓒ 김찬순

  오늘 아침은 마음이 닿는 곳으로 발걸음이 떼어졌다. 아니 모락모락 아침 연기 올라오는 신기부락으로 강아지와 산책길에 나섰다. 세상에 요즘 세상에도 땔감으로 아침 밥을 짓는 집이 있나 싶다. 그러면서 아침 밥 짓는 연기가 향수처럼 나를 신기부락으로 이끌었다.   

늘 만나는 풍경들벽화처럼 새롭다 ⓒ 김찬순

삼백년의소나무 ⓒ 김찬순

  신기 부락은, 부산 청사포에 있는 옛 마을 이름이다. 청사포는 아름다운 어촌이다. 이 산책길은 어쩌다 오는 길이다. 밥 짓는 연기에 홀려 신기부락까지 내려왔다. 큰 거목의 소나무가 서 있는 신기부락, 삼백년 소나무가 그늘을 넓게 드리우고 서 있다.  

도심에서 보기 드문하얀 찔레꽃 만나다 ⓒ 김찬순

  군데 군데 채마밭도 있고, 하얀 찔레꽃 향기도 코를 찔렀다. 새벽 어둠 속에 본 하얀 찔레꽃은 시집 간 셋째 누나 생각을 하게 했다. 누나는 찔레꽃을 무척 좋아했다. 이제는 자형은 돌아가시고 혼자 사시는 셋째 누나, 아기를 낳지 못해서 전처의 아들 하나 키웠지만, 그 아들과는 소원해서 시골에서 혼자 농사 지으며 하숙도 치는 누나 생각에 그저 해가 뜨는 줄 모르고 찔레꽃 향기에 취해서 멍하니 서 있었다.  

새벽에 만난아름다운 풍경 하나 ⓒ 김찬순

  바다가 환히 보이는 바닷가, 채마밭을 가꾼 시멘트 낮은 담장에다 누가 하얀 페인트로 시의 제목처럼 '바다 가는 길 없다' 고 적어 놓았다. 바다 가는 길이 없다 ? 혼자서 중얼거리며 생각하니, 바다 가는 길은, 없는 것이다. 새벽길 속에 많은 길들이 새벽길이 되는 것처 럼.  

바다 가는 길 없다 ?바다가 보이는데. ⓒ 김찬순

  하루 24시간 중 가장 나에게 소중한 시간은 새벽이다. 새벽의 2시간을 위해 내 하루가 있는 듯 소중한 새벽 산책길. 오늘 산책길에서는 너무 많은 풍경을 만났다. 삼백년 산 소나무 한 그루와의 조우처럼… 늘 만나지만 보지 못한 진귀한 풍경을 만나기 위해 앞으로 더 일찍 일어나 새벽의 풍경을 일상처럼 만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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